-Prologue
난 이제 열일곱 살이다. 성인이 되기까지 3년 남은,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 대부분의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8살 때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거의 모든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냈을 것이다. 난 내 친구들과 다르게, 조금은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르게 살았다.
난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집에서 생활하고, 친구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세상에 나가 뛰어놀고 세상을 체험하고 세상에 대해 경험했다. 매우 거창하게 들릴 순 있겠지만 이게 바로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이다.
그렇다. 나는 17년 차 홈스쿨러이다.
난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가지 않았다(사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어머니들이 보내시는 것이니 우리 어머니가 나를 보내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겠지). 그 길로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도, 현재 고등학교도 가지 않은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홈스쿨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질문이 비 오듯 쏟아진다. “어떻게 하게 된 거야? 본인과 잘 맞아? 학교 가고 싶지는 않아?” 등등. 하지만 모두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하는 질문은 바로 “하루를 어떻게 보내? 공부는 어떻게 해?”이다. 그 누구에게든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나 보다. 그럴 때마다 나의 일과를 정성껏 읊어주었다.
그러나 설명하는 나도 홈스쿨링에 대한 설명은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공부라는 단어에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이런 과목들,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들만을 포함시킨다. 그래서 나도 설명할 때 덩달아 “국어는 이렇게, 수학은 저렇게“라고 설명을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공부는 학과 과목에만 매여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사람을 더 만나보고 책을 읽어가며, 밖에 나가 산책하며 꽃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바로, 이 세상을 알아가는 공부를 했다.
나는 오늘 감히 홈스쿨링을 정의해보고자 한다. 홈스쿨링은 ‘어떻게’ 공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홈스쿨링은 ‘무엇을’ 알고, ‘그 무엇인가를’ 배우는 데에, 그리고 ‘왜’ 배우는지 중점을 둔다. 어떻게 공부하는 것은 ‘그 무엇을’ 알고 받아들이고 습득하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나도 깨닫게 된다;;;) 그 ‘무엇’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이유’ 또한 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 ‘무엇’들이 모여서, 그 ‘이유’들이 모여서 결국 “나”로, “내 가족”으로, “세상”으로 귀결되게 된다.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내가 경험하고 배우고 안 것들을 통해서 더욱 뚜렷이 보게 된다.
아…. 이제야 내가 어떤 삶을 산 건지 알 것 같다.
홈스쿨링은 내게 “나와 너를 알아가는 여정”이다. 그렇기에 내가 대학교에 가든, 커서 무슨 일을 하게 되든 나는 여전히 홈스쿨러일 것 같다.
그 여행 속에서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적어보고 싶다. 일단, 나는 17년 차 홈스쿨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