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앞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자연 속에서, 책 속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의 소중하고 평범한 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12살의 나이가 되자 “검정고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18년 1학기 시작, 내가 12살이 되었을 때, 방학이 끝나고 코업(첫번째 이야기에서 얘기했듯이, 홈스쿨링 가족들의 모임.)에 가보니 내 친구들이 다들 “검정고시”라는 것을 보겠다고 했다. 검정고시, 언니가 볼 시험이었다. 근데 어떻게 어린 나는 그 시험을 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책 읽고 똘똘하다는 소리 많이 듣고, 과학도 만화랑 책으로 습득하고 수학도 꾸준히 하고 숙제도 빠짐없이 잘하고 있었으니 그것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심지어 코업에서 배운 짧은 세계사 지식으로 나는 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게 칭기즈 칸도 모르냐 아우구스투스도 모르냐며 뻐기고 다녔다. 수학은 어디 내놓지도 못했지만. 4학년 수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학을 하기 싫어서 1년간 수학을 쉬었었다.
다른 홈스쿨링 친구들은 다 시험 보고 초등학교 졸업을 한다는데 나만 초졸을 늦게 보게 생겼다는 게 너무 싫었다. 뒤늦게 교과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교과 공부라는 게 수학 진도를 빼는 게 전부였다. 엄마는 조금만 알고 그냥 봐도 된다고 하셨지만, 수학 진도를 다 빼고(사실 5학년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쉬엄쉬엄했었다;;) 중1의 나이가 되어 초졸 검정고시를 봤다. 점수는…. 긴장한 탓도 있었고, 인생 처음으로 시험을 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전체에서 4~5개 정도 틀린 것 같고 사회 같은 경우는 잘 모르겠으면 나의 엉뚱한 생각으로 찍었다.
가령 외국에서 설립된 국제기구의 이름을 물어보았었는데 거기서 선지에 이름이 영어로 적혀있는 것이 외국에서 설립되었겠거니 하고 생각하곤 세이브더칠드런을 찍었었다. (ㅋㅋ) 사실 수학 빼고는 시험공부를 막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머지는 다 나의 얕고 넓은 지식으로….
초졸 검정고시를 처음 보고 난 뒤, 나의 수학, 과학 공부는 교재를 사서 교육과정을 따라 공부하는 법을 택했다. 벼락치기로 하기엔 너무 많은 분량인 데다가 엄마도 이런 과목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으니 기본이라도 꾸준히 해놓으라고 조언해주셨고, 나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검정고시도 준비해야 했다. 난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점점 커갈수록 교육과정에서 나보다 미리 배워서(내가 진도가 느린 것도 있긴 했지만) 넌 그것도 안 배웠냐고 묻는 게 자존심 상했고 나의 경쟁심에 불을 지폈다.
그런 필요성, 경쟁의식,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체계적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면서 난 점점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초등 고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바로 그때부터 내 모습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싫어하는 것도 조금이나마 하려 하고, 죽어도 안 하겠다고 우겨댔던 교과 공부도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 사실 똑같은 생활방식으로 살아오고 있긴 했지만, 그때부터 내 삶의 공부 습관이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건 아니었다. 정확하게 얘기하지만, 나는 엄마가 얘기하시더라도 내가 하기 싫은 건 끝까지, 절대 하지 않았다. 그게 나였다. 내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이상,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이상 나의 똥고집은 꿈쩍도 않했다. 그런데 한낱 승부욕에 그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것임을 자각하게 되면서 알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도 호기심이 많았지만 배워가는 것들 중심으로 질문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쌓아 놓았던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배움의 열망, 호기심을 가지고 앞으로 내가 하게 될 것들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과목 편식은 있었을지라도, 꾸준히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그 와중에 또 다른, 내 인생의 전환점의 사건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