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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to the World Oct 14. 2023

세상

-여섯 번째 생각

“아는 만큼 보인다.”

내가 정말 자주 하는 말이다. 

    

커가면서 과학이나 여러 가지를 더 배우고 경험하게 되면서 내가 그 사실을 알고 경험하고 나기 전과 후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들이 참으로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과학을 배우고 나선 ‘아, 이게 이런 원리로 이렇게 되는 거구나.’ 하면서 원리들이 보이는 세상이 되기도 했고, 역사를 배우고 나자, 옛날에는 따분했던 궁이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경험도 했다. 어떤 지형지물을 보면 책 속의 장면을 떠올리며 미소 짓기도 하고, 한번 해보았다고 정책 제안서에 무엇이 필요한지 쏙쏙 뽑아낼 수 있어 작성하기가 훨씬 수월한 나를 만나볼 수도 있었다.

     

알면, 똑같은 세상인데도 조금 달라 보였다.

     

그런데, 관점에 따라서도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는 새로운 시각을 내게 열어 주었다.     

언니와 내가 많이 다르다는 걸 잘 알고 계실 텐데, 같이 영화를 보면 참 재밌다. 같은 장면을 봐도 나는 주로, “아 어떡해, 어떡해.” 이러고 있는 반면에, 언니는 “야, 저건 왜 저러냐? 왜 저러고 있냐?” 이런다. 그러면 진짜 웃긴다. 같은 장면에서 기억하고 있는 것도, 보는 것도 달라서.

     

반면에 동생이랑 보면 같은 장면에서 나보다 더 호들갑을 떨어대서(나와 동생은 상극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어떨 때는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한데, 짜증이 나기도 한다. “나도 안다고, 야!” 이러면서.     

그때부터 세상에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니만 해도 같은 걸 나와 앞에 두고선 다른 것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책인데도, 같은 과목인데도 언니는 이런 점 때문에 그것이 싫고 좋고, 나는 이런 점 때문에 이것이 좋고 싫었다. 나랑 성격이 비슷한 친구를 만나도 다 똑같지는 않았다. 비슷한 사람끼리도 다 달랐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단 한 사람도 같은 생각이나 같은 초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지 않을까? 나에게는 너무 놀라운 일이었고 신기했다. (여기에서 “그런 게 왜 궁금해, 그냥 그런 거지.”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비슷한 초점을 맞추고 비슷한 생각은 해도 어느 부분에서는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역시. 흥미로웠다. 

    

그런데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감정 상태, 생각하는 것에 따라서도 받아들이는 게 달라진다는 것도 알았다. 짜증이 나 있으면 괜히 모든 게 다 뒤틀려 보이고 다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는 것 같다. 우울하면 갑자기 조금만 질책을 받거나 위로를 받으면 눈물샘이 터져 버리고, 예민한 상태면 모든 것에 다 뾰족하게 반응해 버린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이든 다 좋게 보려 하는 사람도, 다 나쁘게 보려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P. 76, 본문 中, <연금술사> 

    

이 사실들을 통해서 세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 번째,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

두 번째, 각 사람에게 세상은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세 번째, 이 두 가지 사실로 인해 세상은 형형색색으로 물든다.

     

난 하늘을 참 좋아한다. 푸른 하늘, 밤하늘, 노을, 새벽녘… 사진에 하늘은 꼭 빼놓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이 하늘을 잘 보진 않는다. 핸드폰이나 땅바닥이나 보고 있지. 그렇지만 핸드폰이 없는 나는 어딜 가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나 한다. 나뭇가지와 하늘이 같이 보이면 잔잔한 호수 위에 나무가 비치는 것 같다고 하고….

     

이렇듯 어떤 사람은 위를 보고, 어떤 사람은 밑을, 어떤 사람을 옆을, 또 다른 사람은 앞을, 또 다른 사람은 뒤를 본다. 같은 위를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하늘을, 어떤 사람은 비행기를 본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세상이 생각에 따라 달라 보인다는 건 확실하다.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느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는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부정적 생각이 계속 지속되면 좋지 않지만, 때로는 부정적 반응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건 주로 자기의 생각이 아니라 객관적 견지에서 필요하다. 더 보완이 필요하다거나, 더 성장해야 할 때 말이다.)

     

그 서로의 다른 생각을 나눌 때 서로 다른 색깔의 세상이 만나 부딪힌다. 팡 터진다. 놀란다. 그렇지만 세상은 아름다운 무지개색으로 물들어 있다.

     

난 우리의 생각이 모두 달라서 좋다. 우리의 모습이 모두 달라서 좋다. 결국 인간이 세상을 가꾸어 나가지 않는가. 각각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겹치고 물들여 이렇게 형형색색의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색을 주셨나 보다.

     

모두 같은 생각만 하고, 모두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정말 단조로운 세상이었을 것이다. 위대한 발견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사람들을 이렇게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더라.     

우리는 모두 다르다. 같아야 할 이유도 없다. 우리가 가진 생각과 시선,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인싸의 말, 생각에 휘둘리는 것도, 유행에 따라 나의 생각을 바꾸는 것도 아니다.

     

이미 내게 주어진 모습, 재능,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그걸 찾아내야 한다. 더 잘 돌보아 주어야 한다. 남의 잣대의, 세상의 잣대에 나를 맞추지 말자. 세상은 각 사람이 자기만의 고유의 색깔을 가질 때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나도 사람들이 얘기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한 적이 있었다.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실수는 절대 있어서 안 되며, 다 잘해야 하고,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가야 했다. 난 그럴 수가 없었다. 난 연약했고, 못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확실하게 갈렸고, 난 부인할 수 없이 독특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했다.

     

애초에 시작점이 다르긴 했다. 길이 달랐다. 길을 잠깐 잘못 들었다가 다시 내 길로 돌아온 것이다. 처음부터 다르게 살았으니까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애초에 사람들에게는 다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다. 절대 같은 길이 있을 수는 없다고 본다. 비슷한 길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니까 남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기죽지 말자.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해? 난 이렇게 생각해! 신기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교하면서 나라는 다른 퍼즐 조각을 남이라는, 연예인이라는, 인싸라는 다른 퍼즐 조각 자리에 꿰맞추려 하는 게 아니라 “넌 그렇고 난 이래” 하면서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도 본인이라는 그 자체로 이미 특별하다! 숨겨진 비전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재능을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내가 나처럼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을 테니. 재능이 작아 보여도 작게 생각하지 말자. 그것이 내 재능이고 내가 나만의 재능으로 발전시켜 나갈 때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인정받고 싶었다. 얘기하지 않았는가. 솔직히 내가 잘하는 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고. 글쓰기, 말하기, 뜨개질, 공부(잘한다고 할 순 있어도 내보일 점수가 없다), 책 읽기…. 사람들은 보이는 걸로 남을 평가한다. 그래서 나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디 나가서 한 게 있어야지 내보일 게 있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다. 그래서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한 것이다. (이래서 키가 안 컸나.) 그렇지만 나의 모습을 내가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하니, 남과 비교하지 않기 시작하니, 숨통이 트이더라. 최태성 선생님이 그러셨다. “남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겁니다. 오늘 더 성장한 나를 보기 위해서 말이죠.” 

    

내 재능에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내 것이 작다고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 이제는 안다. 사람들의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나는 가장 아름답고 존귀한 존재로 지어졌으며, 내게 주신 재능은 다 좋으신 하나님께서 사용하실 것이니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내 스타일, 내 색깔을 뽐내자. 우린 이미 하나의 아름다운 꽃이지 않은가. 더욱 찬란해질 세상을 기대해 본다.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합니다. 매우 어려운 길이지요.
하지만 강한 이나 지혜로운 이는 멀리까지 갈 수 없습니다.
그 길은 강한 자만큼의 희망을 가진 약한 이가 가야 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인 것은 사실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강자들의 눈이 다른 곳에 닿고 있는 동안 작은 손들은
바로 자신들이 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 일들을 하는 겁니다.

-엘론드,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

내가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런 주옥같은 말들 때문에 진짜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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