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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to the World Oct 17. 2023

시간이란

-여덟 번째 생각

우리는 “시간이 없어, 나 너무 바빠.”라든가 “시간이 너무 많아. 남아도는 게 시간인 듯.”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듣는다. 난 어렸을 때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놀 수 있는 시간이 많고 놀다 보니 시간도 금방 가고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렇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얘기할 때가 너무 많다.

      

올해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금세 흘러가 버렸다. 분명 같은 24시간인데, 지구가 해를 도는 시간도, 달이 지구를 도는 시간도, 지구가 한 바퀴 도는 시간도 변함이 없을 텐데 어찌 이리 시간은 빨리 흘러가는 걸까? 아니 왜 그렇게 느껴질까? 시간은 왜 이리도 상대적인 것인지.

     

나도 완벽주의적 성향이 조금 있어서 늦게 일어나면 되게 짜증 난다. 그리고 늦게 일어나는 게 싫어서 지금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굉장히 애쓰고 있다.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리고 자기가 그 시간에 딴 걸 하기로 선택한 거면서 할 거 못했다고 기분 나빠져서 가족들에게 짜증 낸 적도 많았다. 그렇게 치면 자기가 잘못한 거 아닌가. 결국 나중에 그 사실을 깨닫고 내가 그 시간에 그런 선택을 해서 뭔가를 못 한 거면 적어도 짜증은 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항상 되새기는 결심이다.

     

우리는 이렇게 시간을 통제하려 하고, 내 뜻대로 사용하려 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시간은 사실 내 것이 아니다. 시간이 내 것이었다면 내 맘대로 시간을 돌려도, 앞으로 땡겨도 상관없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난 시간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은 내게 아침마다, 일어날 때마다 주어지는 하얀 종이다.

나는 가끔 그 종이를 내미는 손의 주인에게 얼굴을 찌푸리기도 한다.

늦게 일어나서 짜증 난다는 이유로.(많이 고쳤다. 상쾌한 아침을 이 사실 하나로 망칠 수 없진 않은가.)

어쨌든 그 종이를 받아 가서 채우기 시작한다.

종이에는 빈 여백이 남아 있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검은색 글씨로 빽빽하게 가득 차 있을 수도,

어떤 형태로든 채워져 있을 것이며

그 종이들은 우리가 하루를 살아갈 때마다 차곡차곡 쌓인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홈스쿨러들에게는 최고의 자원이 시간인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는 안 그럴지 몰라도 일단 나에겐 그랬다. 나만의 것으로 물들이고 채울 수 있는 시간이 학교 다니는 친구들보다 훨씬 많다. 물론 그래서 더 어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부터 하다 보면 이 흰 종이를 어떻게 채우면 좋을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우리는 효율을 자주 따진다. 효율적으로 시간 분배하며 공부하는 법…, 효율적인 시간 관리법…. 그런데 시간은 효율로서만 채워지진 않는 것 같다. 시간을 잘 관리해서 결과를 빠르게 얻고, 오늘 내에 해야 할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시간 관리를 정말 잘하려면 시간을 가치 있는 것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24시간. 이 시간을 어떤 것으로 채울 것인지는 각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처음에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굉장히 헷갈리고 어려웠다. 이 과목에는 시간을 얼마나 사용해야 할지, 이 과목은 분량을 얼마만큼 정해야 효율적으로(이때 효율을 따져야 하는 것 같다. 공부 같은 경우 무턱대고 한다고 해서 다 머리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시간은 한정적이니까.) 공부를 할 수 있을지, 이건 하고 싶은데, 저것도 하고 싶고…. 아무것도 모르겠더라.

     

언니에게도 도움을 받고, 엄마에게도 자주 여쭤보고, 여러 가지를 내가 직접 시도하면서 나에게 맞는 공부 방법도, 어느 시간에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직도 알아가고 있다. 이제는 여러 가지 밖의 활동, 일정을 소화하면서 같이 내 공부도 하는 방법을 찾고 알아가는 중이다. 이래서 평생 공부해야 한다니까.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과목을 먼저 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것들 사이 사이에 윤활유로 영어를 끼어 넣어 주면서 공부하면 훨씬 좋다는 점. 아침에 수학을 하는 게 가장 좋고 졸릴 때는 악기 연습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점. 공부가 하기 싫었을 때는 이걸 다 하면 영화를 보는 거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등의 목표 설정을 해두어 집중하게 했다. 집중해야 공부는 잘할 수 있으니까! 요즘은 공부가 좋아져서 잘 쓰는 방법은 아니지만 무언가가 하기 싫을 때 가끔 쓰기도 한다. 여기까지 다 문제를 풀면 재밌는 책을 읽을 수 있다 라는 식의 방법으로. 

    

이게 바로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사람마다 방식은 모두 다름을 꼭 명심해 주시길 바란다!)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하는 건 중요하다. 집중도 안 되는데 계속 똑같은 과목만 붙들고 있으면 시간을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만 알아서는 부족하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지혜롭게 잘 깨어서 사용하면서 시간을 채워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적되는 시간만으로 가치 있는 것을 쌓아 나가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시간은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주어진 시간에 내가 과연 어떤 것을 해야 내가 가치 있고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한 번 정도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다할 수도 없고, 내가 목표한 결과도 오늘내일 나오는 게 아니다. 조금씩이라도 축적된 시간이 결국 미래의 나를 보여준다고 난 생각한다. 

    

난 어렸을 때 수학을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지금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하는 편) 꾸준히 했기에 수월히 고졸까지 끝마칠 수 있었다. 싫은 수학도 기본만이라도 하라는 엄마 말씀에 순종했더니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경험을 쌓았다. 코업 숙제를 꾸준히 해가고 책을 조금씩 꾸준히 읽었기에 나의 지식이 축적되어 어디 가도 내 자존심 다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어떻다고 생각하든 끝까지 하고 잘해 내기 위해 들인 시간들은 절대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난 이것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정말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바이올린, 피아노, 뜨개질, 책, 말씀….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들. 가족과 함께하는,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함께 얘기하고 고민을 나누다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서로를 응원해 주는 그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게 과연 어디 있을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버려버리지 말자.  

   

시간에도 가치성이 있어, 행복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채워진 자리는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지만,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채워진 자리는 맨들맨들 잘 닦여 있다. 

    

결국 우리가 행복하게 추억하고 회상하는 것은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행복해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미소 짓고, 자연을 바라보며 경탄하고… 이런 일들을 했을 때가 아닐까. 행복한 가치란 이런 것이다.

     

그리고 “내가 꾸준히 해 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내가 지금까지 이걸 해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돌아보는 그 시간들 속에는 내가 열심을 갖고 공부한 것, 노력한 것, 실패하고 다시 일어선 것, 값진 결과를 얻은 것, 그런 노력과 경험의 흔적들이 모여 있다. 즉 잘 닦인 발판과도 같은 중요한 가치다.

     

가치란 지금 중요한 것과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아도 나중에 중요한 것으로 나뉘는 것 같다. 지금의 행복과 나중에의 행복.  

   

가치라고는 얘기하지만 내가 좋은 것, 하고 싶은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24시간만 주어지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이 좋은 것을 나누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아가야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기에, 경험을 쌓고, 나중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머릿속에 넣는 시간들도 있어야 한다.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것과 우리 인간의 시야는 좁아서 저 멀리 앞을 볼 수 없다는 걸 명심하도록 하자. 

    

이 두 가지 가치가 잘 혼합되어 조화를 이룰 때 흰 종이들을 펼쳐보면 아름다운 그림이 탄생할 것이다. 그대 그리고 나의 멋진 모습도 흘러간 시간과 관련이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지금까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시도해 보고 실패하고 성공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이제 시간을 다루는 데 조금 능숙해진 편이지만 아직도 서투르다. 지금도 시간을 버리는 나를 보며 화를 내고 짜증 낸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공부하는 데 방해되는 SNS라는 새로운 적도 생겼다. 그렇지만 난 또 배워나가고 터득할 것이다.

     

어차피 지금까지 해온 대로,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또 질문하고 생각해 보면 되니까.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쌓여가면서 만들어진 나의 인생. 이렇게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성장의 연속”

성취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쑥쑥 자라기도 하고, 많이 먹기만 하기도 하고, 다 에너지로 사용해 버리기도 하고… 미친 듯이 달려 나가기도, 천천히 걷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러겠지. 그리고 가치 있는 것들로 가득 찬 시간들은(내 것 아님 주의) 나를 배신하지 않겠지. 열매 맺을 때는 반드시 오니까. 기다리는 시간도 있어야 하는 법이고. 지금처럼.’ 이렇게 생각하며 난 또 오늘을 살아간다. 

     

현재 진행형인 내 삶이 좋다. 계속 앞을 바라볼 수 있어서 기쁘다. 바빠도, 한가해도 시간을 가치 있게 채워나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함께 새로운 종이를 채워나가자. 끈기 있게, 가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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