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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to the World Oct 20. 2023

소중한, 나 자신에게

-Epilogue


Epilogue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명은 거론할 수 없어, 저를 지칭할 때 제 영어 이름인 Joy를 사용하였습니다.



Joy야, 난 내가 나여서 좋아. 이렇게 이 가족의 둘째로 태어나고 홈스쿨링을 하면서 내가 누군지, 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답할 수 있어서, 이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해. (그 시간을 허락해 주신 분께도 감사해.)

    

나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 그런다면 홈스쿨링을 택할 거야. 사실 그게 전부였잖아. 내 삶은 행복했고 행복해. 억만금 준대도 안 바꾼다고 얘기하잖아.

     

홈스쿨링을 나를 알게 되었고,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어.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라 내 눈으로, 내 마음으로 보았어.

     

이 과정도 쉽진 않긴 했어. 그렇지만 답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나의 호기심이, 그리고 열정이 고됨을 뛰어넘었던 것 같아, 그치? 난 적어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아.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해.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근데 새로운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어.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잘한다고 믿는 것들… 그것을 믿고 자부하고 의지했는데 세상 앞에 가져가니 스르르 사라져 버리는 거 있지? 증명해 보래. 보여달래. 근데 열심히 했는데도 딱히 내보일 게 없더라고.

    

난 대외 활동을 많이 해볼 필요를 느끼지 않았거든. 그게 목표가 아니었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한 거 아니고, 미래의 나를 위해서, 내가 좀 더 편하고 잘 살기 위해 한 것도 아니었어. 난 내가 좋아서 한 거였고, 그래서 끝까지 팠고, 잘하게 되었어. 그거면 됐지, 뭘 바라.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진 않더라.

     

난 열심히 하고, 우리 홈스쿨러들은 열심히 사는데(내가 아는 홈스쿨러들은 그랬어),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제멋대로 판단해.

“홈스쿨링하는 애들은 띵가띵가 놀면서 놀고먹고 잠자는 거 아냐?”

“시험도 별로 없는데, 너희는 스트레스도 안 받고, 근심 걱정 없이 참 해맑고 좋겠다!”

“너흰 저엉말 착하구나.”

“온실 속의 화초가 될 수도 있어.”

라고 하기도 하더라. (이렇게 대놓고 말하진 않아도 뉘앙스라는 게 있잖아.)

     

‘제대로 모르면서 아는 척 좀 하지 마요!’라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줘. 그런 게 아니라고. 그리고 돌아서는데 저 사람이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요즘 많이 사라진 편인데도) 아직 있어. 그럴 때 짜증 나고… 마음이 힘들어져.

     

아직도 현실은 그 학교라는 건물에 갇혀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험 성적 최고 등급을 위해 서로 경쟁하고 서로를 견제하는 그 사회 속에 있어야만 사람들은 우리를 인정해 주는 거야. 굳이 거기 있어야 하는 걸까? 과연 거기에 있어야만 이 각박한 세상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굳이 그렇게 살아야만 사회성을 갖추고 공부를 열심히 하며 살아간 사람일까? 학교 다녀도 공부 안 할 수 있고, 뭐 잘 모를 수 있고, 사회성 떨어질 수 있어.

     

왜 꼭 그런 사회에서 죽도록 힘들게 살아야 하냐고. 왜 똑같은 길을 고집해야 하는 건데. 그래서 꼭 보여주고 싶었어. 홈스쿨링이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지. 조용하게 보이지만, 홈스쿨링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삶도 학교 다닌 사람들의 삶 못지않게 멋있다고.

     

그렇게 보여주고 싶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살았어. 엄마의 조언을 따라… (작은 것에 충성해야 큰 일에도 충성할 수 있다) 나보다 인생을 앞서 살아간 여러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으며….

     

난 그때가,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때가 어른이 되어서야 나타날 수 있을 줄로 알았어. 좋은 대학 가고, 내 꿈을 보란 듯이 이뤄내면…?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지 성공의 기준, 잘함의 기준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그대로 맞춰 버린 거야.

     

정작 내 삶은 그 목표를 향하고 있지 않았는데 말이야. 난 그 목표를 따라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나는 알았지. 세상이 생각에 따라 달라지듯, 기준에 따라 달라짐을. 꼭 내가 뭘 이뤄내야만 사람들에게 내보일 게 생기는 걸까? 아니야. 난 이미 나라는 사람으로서 이미 특별하잖아. 소중하잖아. 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서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면 내가 나를 존귀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을까? 아니야.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

     

그때 또 알았던 것 같아.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재능이 있는데 그 재능이 사람들 모두가 인정해 주는 건 아니거든. 그렇지만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게 과연 제일 중요한 걸까? 사람들이 정해 준 그 목표를 따라가면 나를 잃어버리는 거야. 어차피 나는 작고 초라하지만 그럼에도 내게 재능이 있어. 재능을 주셨어. 그리고 각자에게 주신 목표를 따라가며 그 재능을 사용할 때 진정한 내가 될 수 있는 거야. 그럴 거라고 난 믿어.

     

나도 이제 자랑할 건 많아. 내보일 것도 많아. 그렇지만 그런 것에 너무 여념 하지 않으려 해. 그런 걸 좇다 보면 나도 사람인지라 그게 목표가 되어 버려. 그리고 잘 되는 사람들을 질투하고 시기하게 되지. 근데 내가 남을 부러워해봤자 난 남이 될 수 없잖아. 내가 그런 삶을 살고 싶어 해도 어차피 삶이 다른 거잖아. 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잖아.

     

사람들의 기준에 맞췄다가 다시 제대로 된 기준에 맞추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 그들의 기준이 뭔 상관인데~ 이런 마음가짐이랄까? 실패도 많이 경험해 본 편이야. 내 생각과 가치관이 평범하지도 않고 독특하다는 것도 알아. 그렇지만 때론 힘들고 고단해도, 알 수 없어도, 헷갈려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 학교에 가고 싶지도, 그들처럼 살고 싶지도 않으니까. 내가 평범한 삶과는 다른 삶을 잘 살아내서 홈스쿨링이 멋짐을 보여주는 삶을 살아 보겠다고 했는데 똑같은 길로 가버릴 순 없잖아.

     

그리고 난 믿거든.

내가 언젠가 꼭 해낼 거라는 걸.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거라는 걸.

그리고 그렇게 계속할 때 언젠가는 열매가 맺힐 거라는 걸.

     

지금까지 해왔듯이 모든 건 자라나게 되어 있어. 내 키처럼 멈추지만은 않을 거야. 이렇게 나의 키처럼 길고 더딘(나의 키가 다 크지 않았다고 이렇게 헛된 소망을 품어보기도 하지. 중요한 건, 내 키 빼고는 다 클 거야.) 성장기가 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자랄 거야. 공부도 그랬잖아. 글도 쓰면 쓸수록 늘 거야. 글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새로 시작하는 모든 것들도. 내가 존경하는 위인들도 다 이렇게 시작했다는 걸 난 알거든.

     

그래서 최대한 나의 힘으로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해.

     

그렇지만 나도 마음속 깊숙이 알아. 이게 근자감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가끔 의심이 들어. 내가 끝까지 견뎌내지 못하면, 이게 진짜 내 재능이 아니면, 내가 잘하지 못하면, 꿈꾸었던 게 다 와르르 무너지면 어떡할지 무척 걱정돼. 무서워. 내가 내 자신에게 실망할까 두려워.

     

말은 자신만만하게 해도 두려움 가득한 게 나야.

     

그럴 때는 다시 현재로 고개를 돌려. 알 수 없는 미래만 바라보면 두렵기 마련이지. 그렇지만 놓쳐서는 안 되고, 잘 하고 있는 내 현재가 어떻게든 쌓여나갈 걸 믿잖아. 지금까지 그래왔잖아. 어른들이 말씀하시듯, 인생에서 한 번의 경험도 헛수고가 아닐 걸 믿잖아. 나도 경험해 보기도 했고. 내가 부지런하게 살기만 한다면, 내가 나의 최선의 노력을 보이기만 한다면, 그 노력들은 절대로 땅에 떨어지지 않을 거야, 하고 나를 다독이지. 



그래 수고했어, Joy야. 지금까지 잘해 왔어. 앞으로도 잘해 낼 거야. 너도 알잖아. 잘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물론 큰소리를 뻥뻥 치고 다니고, 기준을 다르게 세웠다고 하더라도 그렇잖아) 두렵지? 난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내 자신이 무너질까, 봐…. 넌 두려운 거야.      

그렇지만 그럼에도 노력하는 너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

     

알 수 없는 일에 도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도, 잘할 수 없을 것 같아도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좋아하는 일을 끝없이 하는 너의 모습. 그 모습이 결단코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진 않아. 적어도 한 사람은 본다? 그리고 한 분은, 그분만은 절대 시선을 너에게서 떼지 않고.

     

내가 나여서 감사해.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감사해. 

내가 지금 17살이고 우리 가족의 둘째 딸이어서 감사해.

내가 이곳에서 살고 사람을 만나며 교제할 수 있어서 감사해.

그리고… 홈스쿨러여서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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