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 그런건 필요하지 않아. 필요한건 이 조명, 온도, 습도...
내 남자 친구는 꽈배기 가게를 해. 그리고 그는 꽈배기와 너무 잘 어울려.
그는 정말 ‘꽈배기 같은’ 사람이야.
전통적이고,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특별해.
꽈배기는 언제 처음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릴 때부터 즐겨 먹는 한국의 전통 간식이야.
최근 글로벌 미식 전문 사이트 테이스트 아틀라스(TasteAtlas)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도넛' 랭킹에서 4위를 했대.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정식으로 인정받으면 기분이 좋잖아.
장날이면 멀리서부터 코끝을 간질이던 고소하고 달큰한 튀김 냄새에 저절로 발이 이끌려가지.
속은 폭신하고 겉은 바삭하면서, 오톨도톨한 설탕이 고루 묻혀 있는 꽈배기를 보면 내 마음도 파삭 포근해져.
꽈배기를 사려고 시장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꽈배기를 사지 않고 시장에서 돌아오는 사람도 드물걸?
전통 도넛 가게엔 여러 가지 도넛들이 있어. 동글동글한 찹쌀도넛, 속이 텅 빈 공갈 도넛,
그리고 빵 도넛을 반 갈라 케첩과 마요네즈로 버무린 한국식 샐러드가 들어간 ‘샐러드빵’까지 다양하지만,
내 최애는 역시 폭신하고 길쭉한 꽈배기야.
꽈배기는 신기하게 계절도 타지 않아.
붕어빵과 호떡은 겨울, 핫도그는 왠지 여름에 어울리지만
꽈배기는 1년 365일, 언제 먹어도 그 계절에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곁들이는 음료도 제한이 없어.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뜨거운 카페라테, 흰 우유나 그냥 물, 수정과, 식혜, 심지어 콜라까지 다 잘 어울리는 맛.
어떤 것과도 어울리지만 개성없고 무난한 맛도 아니야. 자기만의 개성이 확실히 있어.
이건 정말 특별한 거야.
마치,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인싸 친구처럼.
누구나 좋아하고, 어떤 그룹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어디에 가도 “아, 그 사람 진짜 괜찮아.”라는 말을 듣는 그런 사람 말이야.
매너 좋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자상한 사람인데 그러면서도 부담스럽게 친절하지는 않아. 딱 적당한 거리감 그래서 더 좋은 사람.
그는 바로 그런 사람이야.
어디에 두어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모두가 기꺼이 “정말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사람.
나는 사실 꽈배기 만드는 법을 잘 몰라.
그의 가게에서 반죽하고 튀기는 걸 본 적은 있지만, 그냥 손님으로 갔을 뿐이야.
“나 꽈배기 먹고 싶어” 하면, 그는 “잠깐만 여기 앉아 있어” 하고는 미리 만들어 둔 반죽을 잘라 튀기기 시작하지.
꽈배기 반죽이 얼마나 신기한지 알아?
아침에 만들어 놓으면 저녁까지도 같은 발효도를 유지한대.
보통 다른 빵들은 그렇게 두면 굳어버리거나 과발효 되어버리잖아.
근데 꽈배기 반죽은 아침 10시에 만든 걸 저녁 7시에 튀겨도 아침 것과 거의 똑같대. 질감도, 맛도.
그도 그래. 이 사람도 항상 변함이 없어.
튀기면 언제든 맛있는 꽈배기가 되고 튀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늘 동일하고 안정적이야.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는 이미 반죽만으로도 완벽한 사람, 튀겨지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야.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에 빠질 때, 뭔가 바삭하게 튀겨지고 나서야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잖아.
근데 그는 아니야. 그는 그 반죽 자체로 이미 온전한 존재야.
튀겨도 안 튀겨도 항상 같은 온도, 같은 깊이로 내가 삐지거나, 화를 내거나, 바쁘거나, 가난하거나 가끔 아주 까칠해져도 항상 괜찮다며 나를 온전하게 받아들여 주는 사람.
세상에, 정말 이런 관계가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
설마...이 남자, 밀가루에서 태어난 거 아니야?
마치 베이킹소다 없이도 부풀어 오르는 빵 반죽 같아.
온도가 없어도 잘 익는, 불이 없어도 무르익는 그런 관계.
당신도 꽈배기를 찾았어? 당신의 꽈배기는 어떤 사람이야?
ㆍ찹쌀가루 60g
ㆍ설탕 30g
ㆍ드라이이스트 8g
ㆍ소금 4g
ㆍ미지근한 물 140ml
ㆍ계란 1개
ㆍ식용유 40g
ㆍ튀김용 식용유
ㆍ튀긴 후 묻힐 설탕 적당량
ㆍ큰 볼에 강력분, 찹쌀가루, 설탕, 소금, 드라이이스트를 넣고 잘 섞어준다.
ㆍ미지근한 물과 계란을 넣고 반죽을 시작한다.
ㆍ날가루가 거의 없어지면 식용유를 넣는다.
ㆍ반죽이 매끄럽고 쫀득해질 때까지 치대준다.
ㆍ뚜껑이나 랩을 덮어 따뜻한 곳에서 1시간 정도 1차 발효를 한다.
ㆍ반죽이 2~3배로 부풀면 가볍게 눌러 가스를 빼준다.
ㆍ뚜껑이나 랩을 덮어 30분만 더 따뜻한 곳에서 기다리면 반죽 완성.
ㆍ반죽을 30g정도 잘라 길게 밀어 양 끝을 잡고 여러 번 꼬아 꽈배기 모양을 만든다.
ㆍ튀김기름을 170도로 예열한다.
ㆍ반죽을 넣었을 때 바로 떠오르면 적당한 온도다.
ㆍ꽈배기를 넣고 앞뒤로 노릇하게 1분 30초~2분 정도 튀긴다.
ㆍ기름을 빼고 따뜻할 때 설탕을 묻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