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의 오해, 마음의 이해
초콜릿 머핀 좋아해? 나는 정말 엄청나게 좋아하거든.
한국에서 ‘머핀’이라고 불리는 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
하나는 카스텔라처럼 부드럽고 촉촉한 컵케이크 같은 머핀,
또 하나는 꾸덕꾸덕하고 묵직하면서 누르면 다시 안 올라올 정도로 밀도가 높은 진짜 머핀.
나는 당연히 후자, 진짜 머핀을 굽고 싶었지.
근데 그런 머핀 레시피는 잘 없더라고. 대부분은 컵케익 계열이고, 내가 원하는 머핀리한 머핀의 레시피는 없었어. 레시피를 찾아다니면서 아주 여러번 머핀을 구웠어. 그리고 결국 내가 원하는 레시피를 찾아냈지어 바로 ‘멜스키친’이라는 미국 베이커의 레시피였어.
그녀의 레시피는 굽기 전부터 뭔가 완벽한 기운이 있었어.
특히 코스트코 초콜릿머핀 특유의 그 향 있지? 묘하게 과일 향 같은데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기 힘든 향.
나는 처음엔 그 향이 체리 향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머핀 반죽에 체리 리큐르와 오렌지 리큐르도 넣어보고, 레몬주스도 넣어보는 등 온갖 실험을 해봤지.
그것들도 나쁘진 않았어. 맛은 있었거든. 하지만 내가 찾던 코스트코 머핀의 향은 그게 아니었단 말이지.
그러다 멜의 레시피를 보는데, 푸룬주스가 들어가는 거야. 순간 전율이 왔지.
“바로 이거였어! 내가 찾던 건 푸룬이었어!”
마치 무협지에서 전설의 비급을 찾은 느낌이었달까.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약국에 푸룬주스를 사러 달려갔고,
망설임 없이 멜스의 초콜릿 머핀을 구웠어.
...그리고 장렬히 실패했지.
문제는 단 하나였어. 1컵(Cup)의 단위가 미국이랑 한국이 다르다는 걸 그때까진 전혀 몰랐거든.
나는 이 사실을 잘못 만든 초콜릿 푸딩같이 계란 냄새가 진하게 나면서 축축하고 푹 퍼져 실패한 무언가를 오븐에서 꺼내고, 한참 인터넷을 뒤진 다음에야 알아냈어.
한국, 일본: 1컵 = 200mL
미국: 1컵 = 236.588mL
캐나다, 호주: 1컵 = 250mL
영국: 1컵 = 280~284mL
와 진짜 이게 말이 돼? 어이없지 않아?
그러니까 레시피를 찾아볼 때 그 레시피가 어느 나라 레시피인지, 그리고 그 나라의 1 cup이 몇 mL인지 확인해야 해.
심지어 미국은 236.588mL래.
아직도 야드, 인치, 화씨, 갤런 이런 거 쓰는 나라가 21세기에 존재하고, 심지어 그게 미국이라니 여기가 바로 웃음 포인트라고.
과학이라든가, 커뮤니케이션은 어디 간 거야?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가 미터법 쓰는데.
미국보다 더 한건 내 생각엔 영국이야. 영국은 자국 내에서도 mL가 다르다는거야.
도대체 영국인들은 빵을 어떻게 굽는 거야.
“4mL 정도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냥 대충 282mL 정도로 계량하자.” 이러는 거야?
혹시 이게 영국 요리가 맛없는 이유는 아니겠지?
그러니까 나는 코스트코 머핀의 그 묵직한 촉감, 달고 깊은 식감과 당도, 입안에서 무너지지 않고 꾸덕꾸덕하게 남는 머핀의 자존감을 굽고 싶었는데,
레시피의 1 cup을 240mL가 아니라 200mL로 계산하는 바람에 머핀이 아닌 푸딩과 계란찜 그 중간 어디쯤 있는 혼돈의 카오스에 가까운 그 무언가를 굽게 된 거야.
웃긴 건, 레시피에 "Preheat oven to 325 degrees F."라고 쓰여 있던 이 문장은 ‘화씨’였다는 건 눈치챘어. 섭씨로 계산해서 160도쯤 맞춰서 굽긴 했거든. 만약 화씨인 걸 모르고 섭씨 325도로 구었다면?
내 오븐에서 나온 건 머핀이 아니고 숯덩어리처럼 보이는 탄소, CO₂, H₂O, 벤조피렌, 연기 같은 거겠지.
덕분에 난 어둠 속의 연금술사로 전직 완료!
왜 굳이 화씨를 고집하는 거야. 전 세계에서 99.9%가 섭씨를 쓰는데 혼자 화씨를 쓴다니까.
심지어 무슨 다른 표기가 있는 것도 아니야.
그냥 ‘F’라고 표기해 놓아서 주의력 없는 사람들은 속아버릴 수도 있어.
암살처럼 은근히 파 놓은 함정에 화씨 325도의 속도로 빠져버릴 거라니까. 다행히 한국의 가정용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는 220~270도가 최고 온도야. 그러니까 '325'라는 숫자를 보면 일단 고개를 갸웃하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 하겠지. 오븐이 잘못됐거나, 레시피가 잘못됐거나, 내 눈이 잘못됐거나, 오타가 났거나 등등.
하지만 1 cup은? 이건 망친 빵을 오븐에서 꺼내며 슬픈 표정을 짓고, 내가 어디에서 실수 한 건지 기억을 되짚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어.
게다가 ‘아! 이건 미국과 한국의 cup의 단위가 달라서 그런 거구나!’를 집에서 혼자 알게 되는 건 챗지피티 이전 시대의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거였어.
솔직히 챗지피티에 물어봐도 여러 번의 질문을 거쳐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미국 레시피고 넌 한국에 사니까 mL 수가 다른 거 아냐?"라는 대답이 나오기까지 서너 번의 질문과 답이 있었을 거란 거야.
단위 수가 다른 것, 이야기하는 뜻을 명확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것.
이거 사람들이랑 너무 똑같잖아.
자기만의 기준이 있고, 그걸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대화하면 어긋나버려.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숫자와 수치를 사용해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듣는 상대방에 따라 정확하게 전달될 수도 있고,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어.
거의 무작위 게임 아냐?
심지어 듣는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서
'한국인의 1 cup은 200mL니까 그걸 기준으로 레시피를 짜서 줘야지'라고 해서 레시피를 전달했는데,
그걸 받은 한국 사람이 '이 레시피를 준 사람은 미국인이니까 1 cup이 240mL겠구나' 짐작하고 만들면,
그때도 소통은 실패하는 거야.
“서로가 정확하다고 생각한 정보도, 기준이 다르면 결국 틀린다.”
“너는 맞았고, 나도 맞았는데, 결과는 망했다.”
1컵의 차이가 대화와 소통이 왜 자꾸 꼬이는지에 대한 머핀의 대답이었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또 머핀을 굽고, 사람을 만나.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거라면 나는 또 레시피를 찾고, 굽고, 왜 실패했는지 이유를 찾아 수정을 거듭해 성공할 때까지 다시 만들 거야.
물론 이때 중요한 게 있지.
'내가 얼마나 원하는가.' 조금 원했다면 첫 실패 때 그만두면서, 역시 이건 나랑 안 맞는 레시피였나 보다 할 테지만, 원하는 마음의 크기가 클수록 문제를 찾고 또 찾아서 결국 마음의 정답을 알아낼 거야.
그게 나와 레시피 사이의 의사소통이고, 인류가 발생 시점부터 계속 해온 인간관계를 굽는 법이겠지.
다목적 밀가루 2 ¼컵 (320g)
설탕 1컵 (212g)
베이킹 코코아 ¾컵 (64g)
베이킹 소다 1 ½ 작은술
소금 ½ 작은술
큰 달걀 3개
라이트 또는 일반 사워크림 1컵 (227g)
물 또는 자두 주스 ½컵
저지방 우유 ½컵
카놀라유 또는 식물성 기름 ½컵
바닐라 익스트랙 1 작은술
세미스위트 초콜릿 칩 1컵 (170g)
오븐을 325°F(약 163°C)로 예열한다.
큰 볼에 밀가루, 설탕, 코코아 가루, 베이킹 소다, 초콜릿 칩, 소금을 넣고 잘 섞어준다.
믹싱볼에 달걀, 사워크림, 자두주스, 우유, 기름,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거품기로 잘 섞는다.
마른 재료 중앙에 우물을 만들고, 그 안에 젖은 재료를 부어 넣는다.
재료가 촉촉해질 때까지 가볍게 섞는다. (약간의 마른 가루나 덩어리가 남아도 괜찮다.)
머핀 틀에 종이컵을 깔고 반죽을 ½~⅔ 정도 채운다.
16~18분간 굽는다. 이쑤시개를 가운데에 찔러봤을 때 깨끗하게 나오면 완성이다.
머핀을 꺼내어 식힘망에서 완전히 식힌다.
# 레시피 출처 : Double Chocolate Muffin Recipes | Mel's Kitchen C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