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빵은 피자인가 빵인가

40대에 직업을 바꾼다는 것.

by 정채린

분류를 알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피자빵은 피자인가, 빵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피자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이탈리아에는 피자 만드는 사람을 따로 부르는 명칭이 있다.

바로 "pizzaiolo(피자욜로)", 여자일 때는 "pizzaiola(피자욜라)" 라고 한다.

그런데 이 단어에는 단순히 ‘피자 만드는 사람’ 이상의 뉘앙스가 있다. 기술자이자 예술가, 그리고 반죽 철학자. 피자 반죽을 앞에 두고 우주의 본질을 고민하며 토마토소스를 펴 바르고 토핑을 얹는 사람.


피자빵과 피자라는 단순한 요리의 종류에서 세상으로 시선을 확장해 보자,

피자빵은 그것을 구운 사람의 창조물이다.

창조물의 정체는 결국, 그것을 만든 이의 태도와 철학. 그리고 그가 누구인가에 따라 정해진다.

창조물은 창조자의 의도와 손끝에 담긴 세계관의 방식을 모두 아우르는 존재란 뜻이다.


피자욜로가 구우면 피자고, 제빵사가 구우면 피자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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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물은 창조자의 세계관을 벗어날 수 없다.

같은 반죽, 같은 치즈, 같은 토핑을 얹고, 똑같이 오븐에 들어가도 피자욜로가 구우면 ‘피자’가 되고, 제빵사가 구우면 ‘피자빵’이 된다.


피자욜로는 불과 혼연일체가 되어 마치 무협영화처럼 “이것이 나의 피자다.” 하고 돌판 위에 반죽을 던진다.

반죽이 날고, 손목이 춤추고, 불이 숨을 쉰다.

반면 제빵사는 묵묵히 반죽을 오븐 트레이에 올리고 타이머를 맞춘다. 칸칸이 쌓인 오븐 속에서 수십 개의 빵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효율과 일정을 중시하고, 밀가루의 질서를 수호하는 존재다.


피자빵은 열정적인 이탈리아 피자 장인이 “벨리시모!”를 외치며 만든 게 아니다.

아침 6시에 출근한 부지런한 제빵사가 단팥빵, 소보루빵, 생크림빵, 포카치아를 굽는 사이

“피자빵에 토핑은 이제 다 얹었고… 치즈 얹으면 끝이다.” 하며 만든 것이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자. 만약 피자욜로가 피자빵을 만든다면, 그건 피자인가? 빵인가?

피자욜로가 소보루빵을 만들면, 그건 소보루피자인가? 소보루빵인가?

빵의 이름도, 정체성도, 만드는 사람의 손끝에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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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애니메이터다.


움직이는 그림을 만드는 사람.

애니메이터일 때 내 포지션을 정확히 말하자면, 그림 파트의 사람들이 그림을 그려 보내주면 컴퓨터로 색을 입히고, 영상이 되도록 편집하고, 효과를 넣어 움직임을 완성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글을 쓰겠다며 정지된 단어들을 다루고 있다. 시간 선을 따라 움직이는 프레임 대신 읽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흘러가는 멈춘 문장을 붙잡고, 수시로 움직이는 감정을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다.


애니메이터가 쓴 이 글은 에세이일까? 애니메이션 대본일까? 만화 스토리일까? 아니면 소설일까? 시일까?

혹은, ‘복합 탄수화물 기반 정지 프레임 속 감성 전달 언어’일지도 모른다.


[피자와 피자빵 사이의 존재론적 긴장은 겉으로는 유사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다른 문법을 따르고 있다. 이 둘의 관계는 원본(original)과 파생물(derivative)일 수도 있으며, 좀 더 확장적이고 포용적으로 해석한다면, 피자는 전통성의 기표로 정의하고, 피자빵은 그의 파라그디마(model, concept)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라고 말하고 싶은 내 안의 애니메이터 (혹은 미술인)을 잠시 조용히 시키고 이렇게 말해본다


그래!

그 빵이 피자든 피자빵이든 무슨 상관이야.

맛있게 구워지고, 그걸 먹으며 누군가가 웃고 행복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지.

나는 애니메이터고, 에세이스트고, 그림책을 그리고,

예어프라이어이며, 피자이고, 피자요르이고, 피자빵이다.


나는 ‘비정형 서사 글루텐 발효자’이고,

’형식 파괴적 크루아상 구조 감성 파티시에’다.


내가 굽는 건 내 꿈이고

내가 쓰는 건 꿈을 담은 언어들의 맛있는 조합이다.



20250505_1634_꽃과 반짝임의 레시피_remix_01jtfns752ehrtec8bgmkgdwdj.png


피자빵 레시피 (2인분)

- 재료

식빵 2장

케찹 3~4큰술

모짜렐라 치즈 80~100g

좋아하는 소시지 2개 (썰어서)

양파 다진 것 1큰술

파프리카 다진 것 1큰술

옥수수콘 1큰술 (물을 빼고)


- 만드는 방법

식빵 한쪽 면에 케찹을 고루 펴 바릅니다.

다진 양파, 파프리카, 옥수수콘 등 준비한 토핑 재료를 골고루 올립니다.

페퍼로니나 소시지를 올리고,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뿌립니다.

다시 한 번 케찹을 이쁘게 뿌립니다.

에어프라이어를 180도로 예열 후

피자빵을 넣고 약 7~10분간 치즈가 녹고 빵이 노릇해질 때까지 구워 줍니다.

중간에 치즈가 타지 않도록 상태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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