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하나 생겼다. 1일 1 글쓰기다. 물론 그 이상이면 더 좋고.
글을 아끼지 않되, 매일매일 글을 써내려 가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 주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좋다. 그저 내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다.
그래서 그냥 쓰려고 한다. 하루 종일 글 쓸 주제를 찾아다닌다.
원칙 몇 가지를 지키며 글을 써 내려간 지 13일 차다. 원칙은 다음과 같다.
매일 글을 쓸 것
가르치려 들지 않을 것
읽는 사람을 위한 글을 쓸 것
쓰는 내가 재미있을 것
어려울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자 1번부터 벽에 부딪쳤다. 지금 돌이켜보면 방황한 글이나, 마무리를 날림공사를 했거나, 애초부터 무슨 글인지 모를 글을 억지로 써냈다. 내릴까 싶었던 글도 몇 개 있었고, 뒤늦게라도 수정을 해야 하나 싶은 글도 꽤 있었다. 하지만 손대지 않았다. 나의 서툰 글쓰기 흔적을 계속 남겨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나의 실력 성장을 볼 수도 있을 거고, 과거를 추억할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에세이를 쓴 지 한 달도 안 된 초보가 성장해 봤자 얼마나 했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그냥 쓴다. 그냥 한다. 이게 핵심이다. 나는 그냥 쓰고 있다.
본디 사람은 보상이 있어야 열심히 할 수 있는 법. 무언가 성취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지속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게 금전적 이득이든, 실력적 향상이든 뭐든 상관없다. 체감되는 성취가 있어야 인간은 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가 않다. 괜히 숏폼과 롱폼(이 맞는 용어인지는 모호하다)에서 쏟아지듯이 동기부여 영상이 나오겠는가.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시청해도 전기만 쓰지 동기는 썩 일지 않는다. 작은 방 안에 누워 그보다 작은 폰으로 이런저런 동기부여 영상을 보아도, 나는 축축해지기만 한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있다간 밑도 끝도 없겠다."
"나도 어떤 동기가 주어지면 잘할 수 있는데", "누군가가 큰돈을 약속하면 나도 열심히 할 텐데."와 같은 엄청난 동기부여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의미 없는 이야기였다. 생각을 멈추고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았다. 손글씨는 나도 내 글씨를 못 알아보니 어쩔 수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글씨체를 가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까. 그리곤 일단 아무거나 써내려 갔다. 에세이보다 더 자유로운, 일기보다 더 개인적인 글을 썼다. 정말 별로였다. 헛웃음만 나오는 글이었다. 결국 이 글은 어디에도 올리지 못하고 지워졌지만 느낀 게 있었다. 바로 의욕이었다. 이상하다? 의욕이 생겨야 무언가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로 무언가 해야 의욕이 생기는 것이었다.
내게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욕구는 식욕뿐이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은 절대 자연적으로 솟아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그냥 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김연아 선수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 김연아 선수도 다큐멘터리 촬영 중 "무슨 생각하면서 하세요?"라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는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김연아 선수 같은 월드 클래스들은 이미 이 원리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훈련을 하고 싶어 질 때까지 기다리면 영영 할 수가 없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냥 그 시간에 벌떡 일어나서 해야 한다. 그러면 뇌는 알아서 의욕을 만들어낸다.
성취가 없으면 사람은 멈춘다.
잠깐 동안 인터넷 방송을 한 적이 있었다. 일을 시작하며 지금은 사실상 그만둔 상태다. 소소하게 재밌었는데 50명 정도의 팔로워와 시청자 수가 평균 5~10명 정도인 아주 작은 방송이었다. 처음에 시청자가 들어오고,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주고, 후원도 해줄 땐 너무나도 재밌고, 신이 났다. 이러다가 소위 '대기업' 스트리머가 돼서 재밌게 떠들기만 해도 되는 삶이 주어지지 않을까 김칫국도 마구 마셨다. 하지만 곧 성장에는 둔화가 왔다. 같이 시작한 다른 분들은 팔로워와 시청자가 꾸준히 오르는데 나는 정체되기 시작했다. 귀찮음이 가장 컸고, 회사 일을 시작해 버렸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보니 더 손이 안 갔다. 원래도 방송하는 것을 귀찮아했는데 심심해서 계속했다. 이젠 일 때문에 심심하지가 않으니 더 짧고 가끔 방송하게 되고, 그것은 보던 이도 떠나가게 했다.
무홍시의 치지직 방송국은 그렇게 멈췄다. 언젠간 할 거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내 무의식은 안다. 내가 그만두었음을. 물론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인터넷 방송이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마음이 없음을. 짧은 인터넷 방송에서의 성취를 맛보자 마음속에서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성공한 스트리머들을 비롯한 성공한 모든 사람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그들은 모두 성취 없는 기나긴 시간을 뚫고 자신의 일을 한 것이다. 나도 시청자가 늘건 말건 꾸준히 나만의 방송을 지금까지 해왔다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성취가 없는 지옥 구간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지금 글쓰기도 딱 그렇다. 처음엔 라이킷이, 조회수가 1만 생겨도 기뻐서 하루 종일 들떴었다. 하지만 금세 정체기가 왔다. 여길 뚫어야 나도 수백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알림이 너무 많이 와서 방해 금지모드를 켜야만 하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 글을 써갈 것이다. 설령 아무도 읽어주지 않더라도.
그렇다. 결론은 그냥 해야 한다. 글쓰기로 성공하든, 음악으로 성공하든, 인터넷 방송으로 성공하든 자리를 잡고 앞가림을 하려면 그냥 해야 한다. 성취가 없어도 좋다. 그냥 하면서, 찔끔찔끔 뇌에서 주어지는 의욕을 잘 이어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상황은 차츰차츰 나아질 것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조금씩 필력이 올라갈 것이고, 봐주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운과 노력이 어떠한 지점에 도달에 폭발하면, 나는 비로소 작가라는 명칭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냥 하다 보면 성취가 생기고, 성취가 생기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면 동기는 알아서 따라온다.
앞으로는 동기를 먼저 찾지 말자. 순서는 정반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