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여겨보는 SNS가 있다. 이름하여 ‘스레드’. 광고 계정과 수위 높은 글이 넘치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는 글귀와 감성들이 존재한다. 비에 젖은 것은 불쾌하지만 흠뻑 젖으면 오히려 시원하듯, 막말과 아무 말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안정을 느낀다.
나의 피드에서 한동한 핫했던 주제는 무엇을 좋아하느냐와 무엇을 잘하느냐였다. 모두가 한 번쯤은 깊게 고민해 볼 문제다. 꼭 자신의 진로가 아니라도,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인생이 즐겁고, 잘하는 것이 있으면 인생이 수월하다. 수많은 스레드와 답글들을 읽어가며 나도 생각에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내가 잘하는 것은 뭐지?"
막상 진지하게 고민해 보니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건 스스로 알겠지만, ‘잘하는 것’은 자존감이 낮은 나로선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봤다.
"오빠는 글을 잘 써. 특히 평론을 잘 쓰더라. 재밌게 읽었는데 이젠 왜 안 해?"
"넌 말을 재밌게 해."
"너 정도면 게임 잘하는 편 아닌가?"
"형 공부 잘하잖아요."
그들의 대답을 요약해 보자. 나는 글을 잘 쓰고, 말을 재밌게 하고, 게임을 곧잘 하며, 공부를 잘하는 편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 정말 민망하지만 주변에서 그렇다고 한다. 절대 지어낸 것이 아님을 맹세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이것도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일단 음악을 좋아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가수부터 클래식까지, 마구잡이로 듣는다. 스트리밍에 없는 곡을 듣기 위해 MP3를 고집하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 내 손엔 소니의 워크맨 NW-ZX300이 들려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음악을 고르지 않았다. 음악이 나를 골랐을 뿐이다. 주변 어른들은 꼬맹이가 워크맨을 안다며 신기해했다. 물론 나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MP3P를 들고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르의 곡들이 5만 곡이나 묵직하게 담겨있었다.
글쓰기 또한 좋아한다. 책을 읽는 건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글을 쓰는 것은 늘 좋아했다. 나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다. 손글씨를 너무 못 썼음에도(그땐 자책했지만 ADHD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만년필이나 고급 볼펜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좋은 종이에 좋은 펜으로 아무 글이나 적는 것 자체를 너무 사랑했다. 또한 키보드 덕질도 중증으로 했었다. 지금은 체리 사에서 나온 MX 3.0S와 싸구려 멤브레인만 쓰지만, 예전엔 키보드를 5~6개씩 돌려쓰곤 했다. 손글씨는 나도 못 알아볼 정도로 개판이었고, 손이 아파서 오래 쓰지 못했기에 키보드를 굉장히 사랑했다. 지금도 할 일이 없으면 키보드로 아무거나 두드리거나 타자연습을 한다.
게임도 참 오래 했었다. 3D 멀미가 심해서 다양한 게임을 해보진 못했으나, 너무 빠져서 중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게임을 오래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만 10년 정도 했고, 배틀그라운드나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멀미를 꾹꾹 참고 토를 해가면서 수백 시간을 했다. 문명 5와 6도 합치면 대략 천 시간은 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온라인 게임을 전전했고, 어렸을 쩍 짧게 갔던 유학 생활에 콘솔의 존재도 배워와 게임기도 많이 샀었다. 제일 주력은 닌텐도 사에서 나오는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였는데, 이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오직 대난투를 하려고 게임기를 샀었다. 다음 작품에선 꼭 루카리오가 좋은 캐릭터가 되길 바란다.
무언가 공부하는 것도 참 좋아했다. 학업 성취도는 낮았으나, 늘 무언가 공부했다. 물론 지방이라도 4년제에 해당 지역에서는 나름 유명한 대학교를 다니고 있기에 학업 성취도가 개판이라곤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학교 공부를 싫어했다. 하지만 늘 따로 공부하는 게 있었다. 동물들의 이상한 특징이나, 아름다운 별들의 이름, 어디 쓸모 있을까 싶은 다채로운 지식들은 그렇기에 알고 있는 것이다. 투구게의 피는 파란색이라던가, 오우무아무아라는 성간 천체를 알고 있다던가 하는 식이다. 어릴 때부터 백과사전, 인터넷 위키, 해외 웹 등을 뒤져가며 그때 당시 호기심이 있던 것들을 공부했다. 그냥 알고 넘기는 정도가 아니라 개인적인 위키를 만든다거나, 논문과 비슷한 형식으로 쓰기까지 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해 나를 파고들고 보니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간에 공통점이 있었다. 음악, 글, 게임, 공부라는 분야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내가 인생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놓지 않던 것들이었다. 설령 강도나 빈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평생 내가 놓지 않는 소중한 것들이었다.
여기서 느낀 점이자 이 글의 주제는 꾸준함이다. 좋아하는 것은 꾸준히 하게 되고, 꾸준히 하는 것은 그것을 잘하게 만든다. 푼돈이지만 음악 평론으로 돈을 벌어본 적도 있었고, 게임은 주변에서 잘하는 편이었기에 크고 작은 대회에 불려 다니기도 했고, 쓸모없을 것 같던 잡지식으로 쓴 과제로 대학에선 좋은 성적을 받기도 했다.
꾸준함은 무엇이든 잘하게 만든다. 그게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심지어 싫어하는 것도 꾸준히 하면 좋아하고 잘하게 된다. 좀 추잡한 이야기지만 나는 원래 씻는 것을 싫어했다. 몸에 땀도 별로 안 나고 나가서 놀지도 않는데 대체 왜 씻어야 하는데?라는 논리였다. 뭐 아예 일리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인간이 인간다우려면 좀 씻긴 해야 할 것 아닌가. 사춘기에 접어들고 중학교에 들어가며 친구들이랑 많이 싸돌아 다니기 시작하자, 땀이 많이 나고 몸에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씻는 게 죽어도 싫었지만 친구들에게 미움받는 것이 싫어서 박박 씻었다. 그런데 자꾸 억지로라도 씻다 보니 세면 용품이 늘어나게 되고, 자연스레 털 관리도 하게 되면서 아침저녁으로 씻는 청결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노래 틀어놓고 샤워하는 것을 사랑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꾸준함은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하는 것을 넘어,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게 만든다. 인생의 방향을 꺾고 뇌를 조작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꾸준함을 만들고 애용해야 한다.
꾸준함의 힘. 삶을 꾸려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무엇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짧게 하든 길게 하든 내가 잘하고 싶은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완벽하고 이상적인 꾸준함에 매달려선 안된다. 흔히들 꾸준함이라고 하면 어떤 일을 100 정도의 강도로 매일매일 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꾸준함은 그게 아니다. 꾸준함의 본질은 그냥 하는 것에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꾸준함과 완벽함은 썩 친하지 않다. 매일, 정해진 시간, 정해진 분량을 해야 할 것만 같지만 진짜 꾸준함은 그냥 끊기지 않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하루 10분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 백 배 낫다. 중요한 건 절대 손에서 놓지 않는 것. 내가 살아온 걸 봐도 그렇다.
마무리하며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었다. 그저, 꾸준히 했을 뿐이다. 20년간 음악을 들었고, 글을 써왔고, 게임을 해왔고, 공부를 해왔다. 그게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절대 손에서 놓지만 말자.
그러면, 언젠가는 반드시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그걸 나는 믿는다.
그리고 너도 믿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