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유를 조립 중입니다

by 박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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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미 중 하나는 프라모델 조립입니다. 얼마 전에 시작한 취미인데, 오늘 완성한 녀석의 이름은 뉴 건담이에요. 천천히 만들었더니 3일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가조립에 먹선, 데칼 정도만 하는 아주아주 건린이이지만, 괜스레 뿌듯해서 사진도 한 장 남겨봤습니다. 모니터로 크게 보니 실수한 부분이 보이긴 하네요. (웃음)


제가 프라모델을 처음 접한 건 아주 오래전, 미취학 아동 시절입니다. 정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서 만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건담 시리즈를 본 적도 없었지만 어린 제 눈엔 그저 멋져 보였습니다. 다만 그때는 지금처럼 취미라기보단 마치 마감일이 있는 숙제처럼 만들었습니다. 조바심에 쫓기던 어린 저는 조립 그 자체를 즐기지 못했고, 완성 후 포즈를 잡거나 감상하는 데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더 크고 복잡한 프라모델을 빠르게 완성해서 부모님에게 감탄받고 싶었습니다.


애정결핍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주 집을 비우셨고, 어머니는 너무 바쁘셔서 얼굴 볼 시간도 많지 않았어요.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마음은 찢어질 만큼 가난했습니다. 게임이든, 보드게임이든, 프라모델이든 부모님과 함께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프라모델은 그런 저에게 괜찮은 친구 같았어요. 결과물이 남고, 어려울수록 티가 나니까요. 어머니가 감탄하는 척이라도 해주시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곧 지쳐서 손을 놓게 되었죠.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저는 참 안쓰러웠습니다. 하루 종일 혼자 놀면서도 끊임없이 부모님의 관심을 갈망했고, 현실과의 간극에 계속 부딪혔습니다. 그 경험은 지금까지 제 안에 뿌리처럼 남아 있습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 있고, 숨을 참으며, 무언가를 급하게 해치우는 버릇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면 온몸이 긴장되어 있고, 결국 날림공사로 마무리하곤 합니다.


최근 에세이에서는 꾸준함과 노력을 강조했지만, 이 글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바로 ‘여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꾸준함과 노력도 여유 없이는 유지될 수 없으니, 연결된 주제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늘 여유가 없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실패할 것 같고, 빨리 성과를 보여야만 할 것 같았어요.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성과가 눈에 띄는 것만을 쫓았습니다. 그래서 취미조차 ‘취미’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나이가 조금 들고 이런 저런 사색을 하면서, 남의 인정만을 쫓아선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누군가의 인정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을 위해 무언가를 하면 결국 만족할 수 없습니다. 남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관심은 예의에서 비롯된 것이지, 진심이 아닐 때가 많아요. 그리고 설령 가족이라도, 그들의 칭찬만으로 내 삶의 공허함을 채우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저 자신이 저를 인정하려 노력합니다. 뉴 건담을 만들며 계속 중얼거렸어요. “이 정도면 괜찮은데?”, “잘 만들었는걸?” 이렇게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으면, 과거의 습관이 저를 덮치기 때문입니다.


에세이 연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런치에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올리라고 권하지만 저는 매일 올리고, 때로는 하루에 두세 개씩 쓰기도 합니다. 불안감에 휩싸여 그렇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느껴집니다. 당연히 글의 질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프라모델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을 주고 완벽하게 게이트 자국을 제거하려 하면 백화현상이 생겨 흉터로 남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리해서 쓰면 핀트가 어긋나고, 재구성조차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젠 연재 일정도 지키려 합니다. 하루에 여러 개 쓰고 싶으면 미리 써두고, 나중에 천천히 올리기로요.


이렇게 저는 여유의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몸과 마음을 바짝 조이며 하는 일보다, 힘을 빼고 흐물흐물한 상태로 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줍니다. 긴장과 조급함은 실수의 부모니까요.


지금은 프라모델을 진짜 ‘취미’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니퍼로 부품을 잘라내고, 하나하나 맞춰가며 조립할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이 있습니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멋진 결과물이 제 눈앞에 완성되어 있습니다. 내 손으로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프라모델이란 생각이 조용히 마음을 간질입니다. 힘을 빼고, 과정을 즐기며,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으니 조용한 행복이 공을 채웁니다.


여유는 취미를 취미로 만들어 줍니다.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반면 조급함은 취미를 일로 만들고, 타인의 시선에 스스로를 얽매이게 합니다. 그래서 여유는, 우리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여유는 프라모델의 먹선 같다. 없어도 조립은 되지만, 있으면 삶의 결이 또렷해진다. 프라모델은 부품을 맞추는 일이고, 여유는 나를 맞추는 일이다. 둘 다, 천천히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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