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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ug 11. 2023

권은비 - The Flash 앨범 리뷰

권은비라는 아티스트가 걸어온 길을 잠깐 곱씹어 보자. 재즈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일렉트로라고 하기도 묘한 아쉬운 데뷔곡이었던 <Door>를 내세운 <OPEN> 앨범은 여러 방면에서 실망스러웠고, 성적 또한 그랬다. 그러나 미니 2집 <Color>는 전혀 기대감이 없던 나를 놀라게 했다. [TAK]이 프로듀싱 한 하드한 글릿 합, UK 개러지 장르의 <Glitch>는 아이돌이 소화할 법한 장르는 아니었고, 그 퀄리티가 상당했다. 그다음 앨범이었던 <Lethality>는 퀄리티에 비해 저조했던 미니 3집에서 약간의 타협을 보았는지 평범한 댄스 팝 <Underwater>로 돌아왔다. <Unerwater>는 신선함은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대중적인 면을 강조해 권은비의 음악 중 가장 성공한 음악으로 남았다. 그러나 필자는 계속 아쉬웠던 부분이 울림엔터테인먼트의 역량 부족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저조한 앨범의 퀄리티이다. 타이틀곡에 모든 것을 집중한 것은 케이팝, 아이돌 음악에서 딱히 보기 드문 편은 아니지만 권은비는 그 수준이 심각했다. 위에서 말한 타이틀곡을 제외하고는 육각형 아티스트임을 강조하는 권은비의 장점은 깡그리 묻히고 어디 내세워도 안타까운 곡들 투성이었다. 과연 이번 앨범에서 권은비와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로서의 권은비의 완성도를 끌어올렸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아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질이 더 떨어졌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The Flash>는 유일하게 건질만하다. <Glitch>부터 가닥을 잡은 듯한 세미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하려는 듯하다. 늘 권은비의 타이틀에 물려주었던 UK 개러지 신디 사이저와 인어공주 같은(좋은 의미로) 미려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곡이다. 그럼에도 필자의 의견은 아쉽다. 한쪽도 선택하지 못한 듯하다. 물론 대중적인 성과는 둘째치고, <Glitch>의 일렉트로닉적 완성도가 굉장히 이상적이었기 때문에, 갈수록 희석되어가는 게 아쉽다. 케이팝이라기엔 꽤 전자음악의 색채를 띄면서도 대중적인 아이돌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아 어느 쪽으로 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타이틀곡은 이 정도의 소소한 아쉬움이 남는 정도이고 수록곡은 더욱 퇴화했다. 최소한 <Color>에선 사운드적 유기성을 지켜 앨범이라는 티라도 내려고 했고, <Lethality>는 말 그대로 그저 그런, 칭찬할 구석이 하나도 없는 곡들의 향연이었다. 그러나 미니 앨범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6곡은 채웠었다. 이번엔 싱글 앨범이라고 아예 내려놓은 것인지 참담한 곡 들이다. <Comet>은 일렉트로닉 팝이긴 한데, 전반적으로 희석된 전자음과 단순하고 식상한 멜로디의 향연으로 십수 년 전의 아이돌(개중에서도 세련되지 않은)의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Beautiful Night>은 곡이 이렇고 저렇고를 떠나서 두 번째 트랙과 함께 주인을 아예 잘못 찾은 것 같다. 타이틀곡을 통해 고급스럽고 황홀한 여신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과는 반하게 차라리 [최예나]와 같은 아티스트에게 가야 할 곡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어린 감성을 담고 있다. 어린 감성이 나쁘다기 보다 권은비가 타이틀곡을 통해 쌓아놓은 이미지와 충돌한다. "앨범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는 그러기엔 퀄리티가 부족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에이브릴 라빈]의 사생아 같은 하이틴 팝 락인데, 말 그대로 식상하다. 어느 한구석도 참신하거나 권은비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점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오로지 타이틀에만 모든 신경을 쏟고 나머지를 모두 버리는 수준의 프로듀싱을 보여주는데 이런 것은 평론가인 이상 좋은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다. 아무리 타이틀곡이 좋더라도 앨범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앨범에 좋은 평가를 줄 순 없다. 그렇다고 타이틀곡이 단점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좋냐면 그렇지도 않다. 물론 <The Flash>는 케이팝에서 보기 드문 사운드이고 이런 일렉트로닉 케이팝이 권은비의 색깔로 점차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기준 미달의 수록곡 두 개라는 무겁고 커다란 짐을 짊어지고도 앨범의 평가를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다. 최소한 타이틀곡에서 형성한 권은비의 이미지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라면 이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이런 기준 미달, 수준 미달, 성의 부족의 수록곡을 '권은비의 육각형 아티스트적 면모'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폐기처분해야 할 생각이고, 진지하게 아티스트로 접근할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앨범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권은비 - The Flash>> 3/10점

썩 괜찮은 타이틀곡에 주어진 너무나도 무거운 짐덩이, 그것도 두 개


1. The Flash [추천!]

2. Comet

3. Beautiful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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