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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Jun 27. 2023

고백은 무식하게 ep3.

캐나다에 와서 그림 그리는 일을 다시 해보려고 유화물감과 붓, 캔버스 그리고 이젤까지 큰맘 먹고 구매했다. 캔버스에 꽃을 그리고 있었는데 피터무니에게 쪽지를 받은 그날 젯소를 사서 캔버스를 다시 하얗게 색칠했다. 그의 초상화를 그려서 선물로 주겠다는 계획이었다. 

입시미술 때 아그립파를 수백 번 그렸던 경험으로 온 감각을 깨웠다. 구글에서 피터무니의 사진을 다운로드하여 보면서 스케치하며 얼굴 형태와 눈을 만들어 갔다. 다음날엔 다시 형태를 다듬고 그다음 날은 코와 입을 표현했다. 수정하고 그려나가기를 한 달을 반복했다. 피터무니의 얼굴에 윤곽이 잡히면서 완성되어 갈 즘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언제 다시 해외촬영 스케줄이 있는지, 출국하기 전에 스시집에 한번 더 들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미 영화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을 했고 돌아오는 스케줄은 알 수 없다고 했다. 메일에 쓰여있는 영어문장을 읽는데 탄식이 흘러나왔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기획사로 찾아가자!’ 


30살이 되도록 한국에서도 연예인 팬클럽 가입해 본 적도 없고 어떠한 연예인의 기획사 주소를 검색해 본 적도 없으며, 그 흔한 콘서트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기획사 찾아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순간의 기지에 용기를 더해보았다. 피터무니에게 메일을 보냈다. 스케줄을 확인하고 에이전시 주소를 물어보았다. 

그림이 완성된 날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여 다운타운에 있는 그의 기획사를 찾아갔다. 벨을 누르기 전에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인터폰 너머로 들려올 누군가와 짧은 대화를 하는 모습을 한번 그렸다. 


‘에이전시 직원도 내가 왜 왔는지 알고 있다. 그저 선물을 전해주려고 왔다는 말만 하면 된다. 긴장하지 말자. 준비한 말만 하고 가자’


용기 내어 벨을 눌렀다. 예상대로 직원과 인사 후 짧은 대화를 했다. 그리고 초상화를 전달해 주고 홀가분하게 돌아섰다. 선물을 주고 돌아섰을 때, 그동안 이 순간을 위해 겪어왔던 과정과 나의 노력들이 대견스러워서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피터무니를 처음 일식당에서 만났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귀한 경험을 줄 사람이라는 것을. 

그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느끼게 될 많은 감정들이 나의 내적 성장을 도와줄 것이라고 직감했다. 


처음 느껴본 복잡 미묘한 설렘이 나의 실행력을 이끄는데 일조했다. 미지의 세계로 가는 여정을 즐겼기에 가능했던 일 같다. 

그에게 말을 걸고 쪽지를 건네고 메일을 주고받으며 영어공부를 하였다. 

그에게 선물할 초상화를 그리며 나의 미술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크고 작은 용기를 내었던 숱한 순간들이 진심이었기에 10년이 지난 지금 회상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살면서 이런 불꽃하나 간직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잘 지내고 있니 피터 무니?

너 결혼했더라? 나도 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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