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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Jun 21. 2023

고백은 무식하게_ep1.


나의 망막에는 백인필터가 장착되어 있다. 

백인 사람은 다 멋있어 보이는 신비한 망막을 가지고 있다는 걸 캐나다에 가서 알게 되었다. 내 눈에는 동양인과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그저 신기했다. 백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했다. 같은 지구에 살고 있는 같은 종족이지만 이상하게도 백인들은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전생에 내가 백인이었음을 의심해 순간이었다. 


백인친구를 어떻게 하면 사귈 수 있을까? 무턱대고 친구 하자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영어 공부도 하면서 백인친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을 위주로 이력서를 넣으러 돌아다녔다.   

몇 주가 지나고 한인이 운영하는 일본 초밥 레스토랑에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초밥집이었다. 주인과 직원만 한국인이지 손님들은 현지인이 90%라는 말에 출근을 결정했다. 가게가 외진 곳에 있고 규모가 작아서 조금은 만만하게 보았다. '장사가 될까...?' 쓸데없는 걱정도 잠시. 주문의 80%는 배달주문이라고 했다. 배달을 직접 다녀오면 시급 이외 추가금액을 더 주겠다고 했다. 게다가 손님으로부터 받는 팁도 내 몫이라고 했다. 걸어서 골목골목 누비며 초밥 도시락을 배달하고 받아오는 5$의 기쁨은 하루의 낙일만큼 내게 의미가 컸다. 

여느 때처럼 배달을 하고 가게로 돌아왔다. 주방에서 초밥을 만드는 사람은 오래전 탈북을 해서 캐나다로 건너온 북한사람이었다. 식당 주인도 한국인이었기에 주문을 받는 짧은 시간 이외에는 한국말로 소통했다.      


“다녀왔습니다”

“저기 피터무니가 왔어 봐 봐”

“누구요?”  

   

주방장은 나에게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홀에 앉아있는 손님을 가리키며 유명한 연예인이라고 소개해주었다. 

캐나다에서 TV를 본 적도 없거니와 캐나다 출신 연예인은 아는 사람이 없어서 누구인지 얼마큼 유명한 사람인지는 몰랐다. 그가 연예인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밝은 갈색 머리에 훤칠한 키, 큰 입술로 해맑게 웃고 있는 그 사람은 그냥 누가 봐도 미남이었다. 백인 사람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하는 나의 망막이 순간 반짝반짝거렸다. 그리고 순간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고 알 수 없는 용기가 명전에서부터 끓어올랐다. 그 당시 방영 중인 루키 블루 시즌 5 드라마에 출연 중인 주인공이라는 정보를 듣고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인사했다. 


"Hi~ how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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