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이 떠난 산

늘재 ~ 비조령,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by 플랫폼

사는게 왠지 무겁고 또 버겁다. 꿈은 저만치 멀어져버리고 희망도 길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넋놓고 헤매는 사이 마음은 쉬임없이 이리저리 요동치기를 여러번. 삶 자체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연속인 플랫폼의 현주소다. 깊어가는 가을밤.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는 리무진 버스안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함만 가득하다. 이윽고 백두대간 늘재 인근을 지나니 차창가로 펼쳐지는 깊은 어둠속에 잠겨있는 산그리메가 어렴풋이 보인다.


그 희미한 실루엣마져 날 그리움으로 사무치게 하는 그런 밤. 그 조용하던 마루금의 고갯마루를 흔들어 깨운건 리무진 버스에서 쏱아져 나온 한무리 대간러들. 마침내 잠자고 있던 산과 숲의 정령들이 한꺼번에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칠흑의 어스름이 지배하는 늘재. 우린 산행대장의 출발 신호와 함께 새벽 어둠의 숲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갔다. 입동이 지난 시기. 주변 차가운 공기가 사정없이 온몸으로 파고드는 때.


가을 낙엽 밟으며 지나가는 이방인들의 등장에 숲도 긴장한듯. 요란스런 대간러들의 거친 숨소리가 숲속으로 울려퍼지고 헤드랜턴 불빛들이 이내 그 입김들을 모두 집어 삼킨다. 오늘도 뒤바뀐 방향. 단속을 피해서 우린 어쩔수없이 남진이란걸 택해야 했다. 범법자가 되지 않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랄까. 이 술래잡기의 끝은 어드메일까. 우리나라 지리, 문화, 역사탐구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배우러가는 길이 범법자라니.


아이러니의 극치다. 기가막히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일이 아닌가. 마음 한켠이 찝찝하고 매우 불편해진다. 혜안은 없는 걸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 이렇게 막는것만이 정답일까. 정말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요원한 것일까. 그 사이에도 하늘에선 별들이 총총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금새라도 내 발앞에 떨어져 내릴듯 뾰송한 불빛으로 우릴 비추이고 마음 한켠이 스르륵 녹아 내릴듯 어지럽고 바람소리조차 고요히 잠든 밤이다.

낙엽들 수북이 쌓인 등로를 따라 바짝 말라 비틀어진 참나무 잎새들 즈려밟는 소리 요란하다. 가을의 중심으로 가는 길. 오직 별빛과 헤드렌턴 불빛에 의지한채 가을 분위기에 점점 취해 걷는다. 바스락 바스락소리 마치 군대 천리행군처럼 일정한 리듬감따라 들려온다. 뭐니뭐니해도 요즘 대세는 낙엽이다. 스산한 바람에 나목들에서 떨어져 버린 이파리가 마루금 언저리를 뒤덮고 길위에 널부러져 내 마음속 깊은곳까지 파고든다.


마치 가을이 땅바닥으로 모두 내려앉아 있는듯한 으스스한 분위기. 가을꽃들이 모두 져버린 황량한 거리를 낙엽들이 대신한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꽃시간은 짧고 대신 낙엽시간은 길고. 우린 점점 고도를 높여갔다. 차가워진 주변 공기. 이제 겨울이 머지 않음이다. 겨울채비를 좀더 하고 올걸 그랬나. 후회하긴 이미 늦은 시간. 대신 몸을 이리저리 부지런히 움직여줘야 했다.


이제부터 핫팩도, 아이젠도 따로 준비해야 할 시기. 머얼리 세속의 희미해진 불빛들이 흔들리는 내 마음따라 이리저리 춤을 춘다. 세속을 떠나 이곳 첩첩산중까지 올라왔는데 저곳이 바로 사바세계라니. 허망하다. 얼마나 더 올라야 비로소 천상 부처님의 세계에 닿을 수 있으려나. 서쪽하늘을 바라보니 휘영청 보름달이 아닌 그믐달의 처량한 모습이 오늘따라 왠지 쓸쓸해 보인다.


그렇게 우린 무작정 올랐다. 얼마나 고도를 더 높혔던 걸까. 늘재를 떠난지 벌써 세시간째 우린 그 오름길을 헤매는 중. 그나마 길은 희미했지만 있어 주었다. 하지만 우린 몇 십분 주변을 맴돌았다. 암벽이 나타났다 아슬아슬 절벽이 나타났다 정신마져 차릴수가 없는 상황. 그 사이 집채만한 바위가 또하나 나타났다. 마치 우릴보고 자비란 없다란걸 보여주듯 무시무시한 자세로 우릴 사정없이 째려본다.

밧줄에 육신을 의지한채 한걸음 한걸음 올라선다. 마치 먹이찾아 헤매이는 하이에나처럼. 몸이 무겁다. 고도를 조금더 높이니 차가운 겨울공기가 내 두뺨과 귀를 후벼판다. 얼얼해진 두귀를 감싸며 오르는중 일명 개구멍이란 핫플에서 이웃 대간러 한분이 스르륵 미끄러진다. 조심, 또 조심이다. 이제 마의 통천문 구간. 심장의 박동소리가 마치 뱃고동 소리처럼 깊게 울려 퍼지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 불안의 조짐들이 내면속에서 서서히 일고 있었다는 걸. 통천문이란 바위 앞. 앞 대간러분들이 무사히 지나가 주기를 기다리다 어느새 내 차례. 난 밧줄에 내 온몽을 맡겼다. 배낭을 풀어 다시금 조여 매려고 어깨띠를 벗는 순간 호주머니에서 무거운 물체가 스르륵 빠져 나간다. 내 분신과도 같은 휴대폰이 바위위에서 주인을 잃어리고 만 것.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저만치 굴러가버린 상황.


후회해도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져 머리만 뱅뱅 돌뿐.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차리면 살 수 있는거라고 매번 그리 다짐 또 다짐했건만 왜 불행은 나에게 예고없이 찾아오는것인지. 결국 5분여 멍때리기 돌입한다. 주저앉아 한탄만 할 순 없는 일. 다시 내려가서 가까스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폰을 겨우 수거했다. 이제 어떻해야 하나.


이 어두컴컴한 마루금길에서 문명의 이기의 혜택마져 전혀 받을 수 없다니. 내가 직접 촬영한 흔적들은 여기까지. 그 후론 그 흔한 족적조차 남기지 못했다. 액정이 나가고 정상작동이 전혀 불가한 상황. 내 몸의 장기 하나가 빠져버린 듯한 이 매스꺼움. 악몽의 서막이 서서이 울려퍼지는 순간이었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금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불길한 일들이 스멀스멀 피어났다가 어느새 사라지기를 여러번.

그 후로 난 또 얼마간 길을 잃기도 했다. 영혼잃은 미아가 되어버린 것. 길에서 산을 잃어버린 것인지 산이 영혼잃은 대간러를 시험에 들게하는 것인지 모호했다. 스마트폰과의 이별은 쌩고생의 시작을 알리는 경종같은것이었다. 더듬이가 녹이슬어 그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을 뿐. 트랭글 GPS없이 등로를 헤맨다. 그사이 등로는 없어졌다 나타났다를 여러 번 반복하다 우여곡절끝에 다시 나타난 마루금길.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희망의 끈만은 놓치 않으려했다. 다시 일어서 걸었다. 주저않아 체념할 시간에 난 무작정 걸어야 했다. 조금씩 그렇게 무심으로 올랐더니 동료분들의 불빛과 거친 숨소리들이 가냐리게 들려왔다. 순간 실수로 빙판에서 미끄러졌다. 낙엽들이 뒤덮혀 있어 미쳐빙판을 보지못한 댓가는 참혹했다. 앞전 산행때 다쳤던 무릎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참을 만 했다. 그 후로 얼마를 더 해맸던 걸까.


4시간 넘게 멘붕상태로 사투를 벌인끝에 나타난 문장대. 세속이 떠난산이 나타나 우릴 반겨줬다. 문장대에 세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는데 난 이미 다섯번도 넘게 올랐는데 극락은 커녕 커다란 상처하나만 받아든 상황. 칠흑같은 어둠속에 깊숙이 묻혀 있는 봉우리. 점점 새벽 여명이 어스름을 밀어내고 있었다. 빛이 아스라이 보이는듯 했지만 정녕 난 그 기운조차 볼 수 없었다.


오늘따라 서쪽하늘에서 날향해 미소지어주고 있는 그믐달. 마음한편이 서글프고 애처러워지졌다. 난 그렇게 무작정 길을 걸었다. 길을 걷고있는 것인지 산속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것인지 햇갈리기만 했다. 별들의 속삭임. 그믐달의 애절함 부름소리 들려왔지만 내 귓가엔 모든게 무감각했다. 바로 앞에 버티고있는 관음봉을 내려다본다. 세조가 문장대에 올라 천하를 내려다봤던 것처럼.


세속이 떠나버린 문장대는 사바세계의 흔적들이 즐비했다. 칠형제봉도, 산수유릿지도 어둠속에 깊이 묻혀있었다. 다시금 그곳을 내려섰다. 한치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어스름길. 그 어둠 걷히기를 기대해 보았지만 쓸모없고 부질없는 짓이었다. 다시 난 무심을 담아 한걸음 한걸음 옮긴다. 한가닥 미련이 남았는지 호주머니속에서 잠들어있는 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하소연해 보았지만 부질없었는 짓이었다.

신신대휴게소로 가는길은 첩첩했다. 거의 다가설 무렵 비보가 날라들었다. 낙남정맥을 타시던 한 산우분께서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이 날 움츠려들게 햇다. 119헬기가 떴지만 결국 아쉽게도. 고인의 명복을 두손모아 빌어주었다. 어쩌다가 이런일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나선길. 흔들린다. 계속 걸어야하나. 아니면 여기서라도 멈춰야하나. 멈춘다고 달라지는건 월까.


무엇때문에 이길을 걷는것인지 햇갈림은 여전히 계속된다. 마음이 출렁거리고 혼란스럽다. 약속 호떡뒤집듯 뒤집어 버릴까. 진정한 내 길이 아니었다고. 잃어버린 자아찾아 나선길. 그 진부한 이야기들을 나만의 비밀공간에 흔적으로 남겨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영혼잃은 미아가 되어 걷다보니 신선대휴게소. 주인장께서 몇 분의 산우들과 소담을 나누고 계셨다. 감자전하나. 컵라면하나로 허기를 달랜다.


내몸속에 뭐가 하나 빠져버린 듯한 허전함은 여전했다. 또다시 넋나간사람처럼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몇몇 대간러들과 담소를 나누다 핸드폰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어느새 혼자일때의 고독함이 어느새 사라졌다. 우울한 마음의 치료사는 의사도 약사도 아니었다. 동료, 관계.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는 동반자. 후식으로 젊은 산악인께서 핸드메이드 드립백 차로 대신했다. 특유의 과일향이 그윽한.


그러는 사이 대간에도 어스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멀리 동쪽 하늘에서 부터 해가 늬엿늬엿 떠오르는 중. 동료분의 특별배려로 나만의 인증샷 하나를 겨우 건졌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강하게 퍼포먼스를 날려본다. 잡힐듯 잡힐듯 아스라한 아침햇살이 내 몸속으로 파고드니 움츠려들었던 몸 근육들이 다시금 펴지기 시작한다. 저기압이던 기분은 어느새 상쾌함으로 뒤바뀌고.

대간러들과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다보니 어느새 천왕봉. 언제쯤 이 길은 끝나는 걸까. 또 형제봉은 언제쯤 나타날까. 오늘 목표거리중 겨우 절반쯤 온듯. 오늘도 여전히 고무줄거리는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이를 악물고 묵언수행하는 수행자처럼 묵묵히 걷는다. 그져 땅바닥에 머리 쳐박고 한걸음 한걸음. 또다시 도시에서의 삭막했던 삶들이 클로즈업되어 나타난다.


관계당국에 진심 가득담아 되묻고 싶다.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거냐고. 그 위험 천만한 길을 굳이 단속을 피해 새벽 어두컴컴한 상태로 올라야 하는거냐고. 사람과 숲을 분리시키는것만이 정답인 거냐고. 허가제나 신고제를 도입하고 입장료를 징수하며 안전시설도 확충하는 방법은 진정 없는 거냐고. 사람은 나무와 숲과 자연의 주인공들이 없으면 살아낼 수 없다.


진정 사람과 숲은 공존할 순 없는것인지. 모든게 의문투성이. 하지만 꼭 하나만큼은 알 수가 있었다. 자병산에서. 금산에서 산을 무너뜨리고 민족의 정체성을 망가뜨린 진짜 범인은 바로 캐피탈리즘으로 중무장한 자본예찬론자들이었다고. 이렇게 천박한 자본의 에너지가 대간 마루금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제발 관계당국에 당부드리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 내 땅의 마루금을 내 두발로 떳떳하게 걸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등산인을 범법자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부는 바람을 따라 흐르던 구름이 내 앞에 한참을 머물다 또다시 사라졌다. 허망할사 내 인생, 구름따라 바람따라 나도 흐르고 있었다. 하늘에 소원했다. 두손고히 모아. 자연이 훼손되면 우리 산객들은 영원히 갈데가 없나니.


부디 나에게 마치 자연이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달라고. 바스락 바스락소리 요란하고 처절했다. 이젠, 나뭇잎 바삭거리는 소리조차도 점점 무겁고 지리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어느새 귀차니즘이 발동돤 걸까. 혹시 저 낙엽들속에 돌덩이하나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조바심들. 그래서 한발두발 조심조심 내딛는다.

가을 기운들이 가득 내려앉는 등로. 그 길위에서 난생 처음 이파리들과 한판 전쟁을 불사한다. 가다보니 늦둥이 진달래 한송이가 잔뜩 부시시해진 나그네의 마음을 위로한다. 지금 봄인냥 착각한 걸까. 갑자기 소싯적 내가 살던 시골마을의 아스라한 추억놀이에ㄷ 빠져든다. 그리움의 시간이다. 봄이면 들과 산에 봄꽃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우린 산에 오를때면 가끔 진달래 꽃잎 한줌 따서 목에 넘기곤 했다.


시간만나면 제집인냥 산에 오르는 플랫폼. 소싯적 추억들의 연장선상일까. 어쩌면 그 시절 아련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우린 마을산 전체가 온통 연분홍으로 물든 그야말로 진달래의 바다에서 뛰어놀곤 했다. 지금의 회색빛 가득한 도시의 삭박함과 배치되는. 고층아파트에서의 허공에 떠있는 내 삶의 모습과 묘하게 중첩되고 있었다. 부조화, 빠름, 인간성 상실. 지금 걷고있는 이곳은 부조화로부터의 해방감을 의미했다.


나무와 새, 바람, 꽃, 이름없는 풀들이 내곁에 있기에 가능한 일. 금새 나타날것같은 형제봉은 쉬이 모습 보여주지 않았다. 형제봉갈령삼거리. 마치 신기루같았다. 닿을만하면 저만치 사라져버리고. 약올리려고 어디선가 꼬옥 숨어있는건 아니었는지. 발걸음은 점점느려지고. 호흡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요동쳐오는 심장을 겨우겨우 달래가며 오른다. 몇 걸음 걷다가 털석 주저앉았다가 가다를 무한반복하는 중.


그리고 재차 호흡을 가다듬는다. 가쁜 숨을 연달아 쉬어주고 나서야 우여곡절끝에 겨우 신비한 모습 허락한 형제봉. 이곳도 소싯적 내 고향 뒷산처럼 그렇고 그런 산이었다. 시시했다. 하늘 청명하진 않았고 잔뜩 찌푸린채 무채색으로 꿈틀대고 있을 뿐. 와중에도 두터워진 구름들이 날보며 환하게 미소지어주는 듯. 잿빛으로 영근 구름들도 이곳에 나와 함께 머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세속을 떠난 산처럼 세월을 잊은 신선같았다.


그 고유한 신비 그대로 간직한듯. 정말 세속이 떠나버린 산의 마음처럼 영롱하고 고왔다. 뒤돌아보니 머얼리 오늘 내가 걸어왔던 산그리메들이 줄지어 도열해 있었다. 파노라마처럼. 신선대도. 천왕봉도. 산과 산들이. 봉과 봉들이 모두 중첩되어 그 경계마져 모호했다. 봉을 이루는 바위들이 웅혼한 자태를 한껏 자랑하고 너무도 깊고 첩첩하여 그 깊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우뚝솟은 봉우리들이 무질서해 보였지만 나름 질서있게 움직여주고 있었다. 세속에 초연한듯 마치 신선이라도 된냥 무심으로 걸었더니 어느새 오늘의 종착역인 비조령. 이 비조령이 그곳에서 패잔병인 날 기다려주고 있었다. 내 영혼은 저기 무채색 구름속에 내버려둔채 내 육신만 겨우 가까스로 여기까지 왔던것. 잃어버린 자아찿아 떠나온 긴긴 여행길.


거듭 다짐해본다. 이 땅에 강을 품어 흐르게하고 생명까지 품어준 주인공이 바로 산이라는 것을. 백두대간 마루금이라는 것을. 이 산들에게 평생 갚아도 모자랄 크나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윽고 깨닫는다. 또한 너무나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산들의 모습들을 보며 자신을 낮추고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는것도. 그래서 지나온 길. 발자국외엔, 몇 장의 사진외엔. 기억의 저편외엔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종착역엔 성대한 잔치가 열리는 중이었다. 속세로의 귀환을 알리는 경종이 점점 높게 울려퍼지고. 완벽한 속세의 모습에 난 안도했다. 지지고 볶고. 지글지글 라면들. 그릇속에 펄펄끊는 오뎅들. 김 모락모락 피어난 삼겹살들. 그 속세의 냄새들이 조용하던 이 고개를 집어 삼키는 중이었다. 내 영혼보다 창자가 먼저 반응한다. 이 맛 무엇에 비하리. 그러는중에도 내몸 한켠에 허전한이 몰려왔다.


나의 분신이자 반려자인 호주머니속 휴대폰은 옥의 티였다. 이웃 대간러 핸드폰을 빌려 반쪽님께 안부 전화를 햇다. 세속이 떠난산. 그 산은 속세의 모습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희미해져가는 속리산의 그리메를 바라보며 모처럼 긴긴 상념에 잠겼다. 세속이 떠난산은 너무도 조용했고 안온했다. 그렇게 별일많았던 하루가 자나갔다.


다음날 서둘러 센터로 달려갔다. 수리비 34만원. 웃픈 기억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만한게 어딘가. 외양간은 다시금 가까스로 고쳤지만 또다시 외양간에 갇힌 소가 나가지 마란 법 없었다. 집나간 소가 다시금 되돌아온 건 횡재였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플랫폼의 인생여정은 언제쯤 종말을 고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조령산 마음에 담고 편이 발행될 예정입니다.

keyword
이전 19화가을 노송은 운무 가득 품어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