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뜻하는 영단어 윈도우window는 바람wind과 눈ow의 결합어이다. ow는 눈을 뜻하는 고대 바이킹어의 낱말 오우가auga에서 왔다. 라틴어에서 눈을 뜻하는 오쿨루스oculus는 돔 꼭대기의 동그란 구멍이나 원형 창을 가리킨다. 달리 말해 눈과 개구부는 같은 단어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고 하는 관용어는 눈이 마음을 볼 수 있는 구멍, 혹은 마음이 드러나는 자리라는 뜻이겠다. 잠시 바람을 잊었다. 눈의 뜻이 그러하니 윈도우는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라는 풀이가 된다. 문이 사람이 출입하는 통로라면 창은 바람이 넘나드는 길목인 셈이다. 유리가 광범위하게 사용된 다음에서야 문을 열지 않고도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역할로서의 창이 강조되었을 테다. 문과 같이 목재나 철재로 창을 달았던 때에는, 아니 그냥 빈 구멍으로 창을 삼았을 때에는 눈보다는 바람이 창의 주어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창에 윈도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는가 보다.
동아시아의 창에는 바람이 없다. 하지만 윈도우와 마찬가지로 구멍(구멍 혈穴)이 있다. 동서가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창이란 곧 구멍이니 창은 드나드는 것이 무엇인가, 라기보다는 그 무엇이 드나들 수 있게 하는가, 라는 질문에 기초해 있다고 보아야 된다. ‘무엇이’에 해당하는 게 저편에서는 바람이라 한다면 이편에서는 무엇일까. 이편이라 해도 우리의 (그리고 일본인의) 창과 중국인의 창은 비슷한 듯 다르다. 중국어의 창窗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창窓과는 달리 마음 심心이 없다. 마음 대신에 자리한 것은 창살이 있는 창을 나타낸 상형문자에서 온 창囱이다. 창살문이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이 구멍 혈穴이니 중국인에게 창은 살이 있는 구멍이란 뜻이다. 살이 있는 구멍을 사이에 두고 무엇이 오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했다면 바람 풍風이나 여타의 글자를 창의 부수로 삼거나 그 흔적이라도 표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창이란 마음이 오고가는 매개란 뜻일까? 창의 원형 글자는 뜻으로는 구멍 혈穴을 취하고 발음으로는 총悤을 취한 창窻이다. 이 획수 많은 글자에서 중국인은 창살을 택해 창窗을 만들었고, 우리 조상들은 마음을 택해 창窓을 내었다. 얼핏 더 간단하게 쓸 수 있는 글자의 모양을 택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도 들지만 그 선택의 이유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바에야 실리적인 이유보다는 심정적인 사연을 그냥 제멋대로 택하고 싶다.
중국어 창窗에는 없는 상형 문자 하나가 우리의 창窓에는 있다. 그것은 바로 구멍 혈穴과 마음 심心 사이에 있는 사사로울 사厶이다. 사厶는 나, 또는 개인적인 것을 뜻하는 말로 팔이 안으로 굽는 모습을 글자로 삼은 것이다. 그러하니 창窓의 한자를 풀어보면 ‘내 마음이 들고나는 통로’라는 의미가 새겨진다. 집안의 공기를 바꾸기 위해, 혹은 집밖의 사정을 살피기 위해 낸 구멍을 단지 그러한 실질적 수단으로서만 대하지 않고, 내 마음이 밖에 있는 다른 마음들을 바라보는 그리고 내 마음이 나 자신을 벗어나 다른 세계로 향하는 통로로 인식해 창窻을 창窓으로 만든 그 첫사람은 아마 시인이었을 것이다. 사물을 익숙함으로 그저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움으로 사뭇 마주하는 마음가짐을 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