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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라보 YUN LABO Apr 18. 2023

마음건강과 다이어트의 상관관계

운동중독 직장인, 식이장애로 15kg가 찌다.

20살 이후로 안 해본 다이어트 방법이 없다.

원푸드, 하루 1000kcal 이하 섭취, 키토제닉,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 등


'살을 빼기 위함'이라면 어떤 힘든 운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피닝, 크로스핏, 웨이트, 러닝... 정말 내가 운동선수인지 착각이 들게끔.

한 번 의지를 가지면 끝까지 하는 사람이라 매번 독하게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주변에서 외형적으로 달라진 나를 보며 칭찬을 할 때면, 기꺼이 고래가 되어 힘차게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그 끝은 항상 해피엔딩이었을까? 아니 '다이어트' 자체에 끝이라는 것이, 목표 달성이라는 것이 있었을까? 결국 억눌러 왔던 욕구는 수개월간 내 몸을 지배해서 음식을 갈구하게 만들었다.


폭식으로 한 달 만에 10kg를 얻으면서도 내 뇌와 입은 빵, 케이크, 과자, 아이스크림을 원했다.

살찐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친구들과의 약속을 미뤄냈다.

날씬함을 칭찬 삼던 그들이 변화된 내 모습을 보며 애써 피해 주던 배려를 난

'분명 요요 온 내 모습을 보고 욕하고 있을 거야' 라며 피해망상을 키워왔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놀랍게도 그 사이에 많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난 결국 '식이장애를 가진 대학생'에서 '식이장애를 가진 직장인'으로 자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제자리인 걸까? 아니다. 분명 달라진 점도 많다.

(원래 한 번 넘어지면 뭐라도 하나 줍고 일어나는 것이 신조랄까)

하루 물 2L 마시기, 탄산음료 끊기, 지하철 계단 이용하기, 산책 생활화 등

실패한 다이어트만 해도 수십 번이니 내 머릿속 건강 습관도 수십 개가 자리 잡았을 것이다.

감량을 많이 했던 지난 2022년

가장 좋은 변화는 오로지 체중감량을 위해 시작했던 운동이 평생의 취미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클라이밍!

3년 차 클라이머로 접어든 지금, 주말마다 암장에 가지 않으면 일주일이 허전할 정도가 되었다.

폭식으로 몸이 무거워져도, 탄수화물 공포증(?)으로 인해 몸이 기아상태가 되었어도

돌을 잡는 건 일주일을 지속하게 해줄 힘의 원천이자 마음의 평화이다.


식이장애(폭식증과 거식증은 대게 같이 오더라)는 의지가 아닌 내 마음 챙김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

과거의 상태와 현재의 감정을 이 공간에 고스란히 담아 독자들과 공유하려 한다.

물론 나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도 트레이너도 아닌, 그냥 운동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이 점이 때로는 큰 위로와 공감을 주었으면 한다. ('쟤도 했는데 나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의 동기부여)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강박의 폭풍 속에서도 나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는 모두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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