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와 다이어트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끝없는 절망에 빠진 적이 있었던가?
찬란하고 이뻤던 내 모습,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여 열정적으로 좇던 내 모습,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으로 삶의 활력을 더했던 내 모습.
언제부터인가 좀 바뀌기 시작했다. 일이 바빠서였을까, 1인 가구로서의 외로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였을까.
야근하고 난 후 밤 9-10시, 아무 생각 없이 콘 아이스크림 5개를 해치우고 그 상태 그대로 잠든다.
피자 한 판을 앉은자리에서 다 먹고 고통스러워한다. '오늘은 그만 먹어야지', '내일부터 다이어트해야지'라고 되뇌지만
일주일 만에 본래의 식습관보다 악화되어 점점 불어있는 몸으로 나 자신을 마주한다.
출근하고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할 땐 많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새 모이만큼 깨작거린다.
그러고는 '배부르다'며 나 자신과 동료들을 속이고, 집에 가면 숨어서 불도 꺼 놓은 채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먹는다.
식이장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쁜 습관이 내 삶에 스며든 채 '이대로도 괜찮다', '지금 내가 너무 힘드니까 추스르는 단계라고 생각하자'라는 자기 위안만 가득히 가진 채..
근데 이상했다. 업무적으로 바쁜 시기가 지나고 심적으로 괴로운 상태도 아니었는데,
여전히 퇴근 후 저녁 7시만 되면 동네 빵집과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무의식적으로 들러 2~3만 원은 그냥 쓰는 것이다.
집에 도착한 후 빠르게 환복 하고, 아무 생각을 요하지 않는 영상을 틀어놓은 채 미친 듯이 먹는다.
먹고 나서 찾아오는 불안감, 자괴감, 우울함은 더욱 나를 구렁텅이로 빠지게 했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내 의지를 탓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퉁퉁 부은 몸을 이끌며 출근한다. 그러곤 다시 반복...
수 달간 이러한 생활패턴으로 살아오다가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연차까지 쓰고 클라이밍, 폴댄스를 하던 내가 없어졌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유튜브를 운영하던 내가 없어졌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 '내가 좋아하던 일이 무엇이었지?'
나에게 삶의 목표가 없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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