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카롱 Sep 09. 2024

작별

동수, 나의 아들 (단편소설)

재경이 한 동안 울린 전화기를 집어 들었을 때 언니 재서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재경은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걸터 앉아 전화를 받았다. 재경은 커튼으로 가리워진 어둠 속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녀는 예고된 작별을 감지했다. 재서는 고모의 임종을 알리고, 자신의 남편이 퇴근하는 대로 내려가자는 말을 전했다. 핸드폰을 가슴에 끌어안은 채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건물 아래 배드민턴장을 내려다보았다. 어젯밤  배드민턴장에서 발로 공을 주고받던 홀쭉한 남자애가 친구에게 손을 흔들며 단지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좇았었다. 배드민턴장 벤치 아래 축구공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공은 찌그러져 보였다. 어젯밤 두 남자애들은 망가진 공을 가지고 놀았던 모양이다. 쌀쌀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와 재경은 깊은 호흡을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공을 허리춤에 끼고 발꿈치를 다 넣지 않은 신발을 끌고 나가던 아이의 뒷모습이 재경의 머릿속에 떠오르다 사라졌다. 목소리도 들리는 듯 세세하게 떠올랐다. 현관에 서서 뒤를 돌아다보며 재경의 당부에 엄지를 척 올려주며 웃던 아들의 마지막 모습은 수시로 아무 곳에서나 떠올랐다.


아이는 운동능력을 타고났다고 정평이 나 있었고 축구를 너무나 좋아했으며 공을 끼고 살았다. 또래 아이들뿐 아니라 그를 가르친 선생님들의 인정과 찬사를 받았다. 동네 길을 함께 지나갈 때 모든 남자아이들은 그를 아는 채 했고 형이라 따랐다. 아이는 365일 축구선수의 유니폼이나 운동복을 챙겨 입고 공을 옆구리에 낀 채 축구화를 신었다. 걷는 경우란 운동장에서 시합을 마치고 아이스크림을 물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들 뿐이었다.


아이는 늘 뛰고 있었다.


너무나 건강해서, 아무거나 잘 먹고 잘 자서 엄마인 재경을 편하게 해 준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재경은 땅 밟은 느낌을 잃어버렸다. 늘 허공을 떠서 걷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내야 한다고 부추기는 가족을 위해 밥을 국이나 물에 말아 몇 숟갈 뜰뿐이었다. 밥알은 목구멍을 넘기지 못하고 저녁이면 도로 게워내며 몸부림을 쳤다. 밤이면 재경은 이불을 입에 물고 통곡했다. 신을 저주했으며 숨 쉬는 자신을 학대했다. 계절이 두 차례 지나가도록 재경은 음식의 맛을 잊고 살았으며 눈은 허공에 둔 채 종일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가 고스란히 옆으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재경의 남편은 그런 재경을 바라보다 욕실로 달려가 울음을 터트렸다. 부을 대로 부은 눈을 마주한 서로가 아무 말도 없이 버텨낸 재경의 집에 온기와 한기는 때를 찾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다.

둘은 바싹 말라가며 계절이 바뀐 것을 바닥을 기어오르는 햇빛으로 가늠했다.


초겨울 해가 저물고 어둑해진 집안에 우두커니 앉아 혼잣말을 하던 재경을 본 남편은 정신을 퍼뜩 차렸다. 재경을 잃게 될까 두려워진 그가 먼저 정신을 붙들어야 했다. 친구 셋과 오랜만에 술을 마신 날이었다. 술을 들이키는 동안 그는 예전처럼 소리내어 웃기도 했고 잔을 높이 들기도 했으며 느닷없이 큰 소리로 울기도 했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은 그의 행동과 그의 등을 쓰다듬는 일행의 동작을 보며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평소 술 탓에 재경과도 불화가 있었던 그가 아이를 보낸 이후 오히려 한 모금도 마시지 않게 되었다. 그의 형들은 입이 바싹 말라 쉰소리를 내는 그를 걱정하여 술집으로 불러 위로주를 사려고도 했지만 그는 자신이 처한 불행이 술 탓인 것만 같았고 즐겼던 유흥을 한탄했다. 그는 끝내 입을 닫았다. 재경처럼 죽지 않을 만큼만 물에 만 밥 서너 숟가락을 물고 삼켰다. 그러던 그가 바람에 흩날리던 낙엽을 보며 술잔을 기울였고 그런 그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친구들은 긴장을 풀고 저마다 위로주를 따랐다. 몇 달 만에 들이킨 술에 그는 쉽게 무너졌다.

친구들이 불러준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온 그가 마주한 재경은 어둠 속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말을 무한 반복하다가 웃음인지 울음인지 분간되지 않는 재경의 소리에 그는 스위치를 켜려다 말았다. 어둠 속에 비척거리는 그를 재경도 혼잣말을 멈추고 힘없이 쳐다보았다. 둘 사이에는 서로가 닿을 수 없는 투명한 가림막이 있기라도 한 듯 그들은 서로를 비켜섰고 고개를 돌렸다. 소파에 주저 앉은 그가 정신을 붙잡고 재경을 일으켜 침대에 뉘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비척이던 그가 주저앉아 울먹이며 재경에게 하소연했다.

"동수엄마, 우리가 이러면 동수가 좋아하겠나? 동수가 맘이 편하겠나? 우리, 정신 좀 차리자."

정신 좀 차리자고, 그는 재경에게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비척이다 쓰러진 그를 본 재경이 담요를 덮어주었다. 작게 웅크린 그의 마른 얼굴을 매만지고 눈물을 닦아준 후 일어섰다. 재경은 목에 걸리는 물을 여러 차례 들이켜고 그의 마른 등을 쓰다듬었다. 애처로움이 가슴속에 차올라 오랜만에 마음속 깊은 곳의 감정의 진자가 추를 놓지 않았음을 느꼈다.


"서로가 위로가 돼주세요! 꼭 그래야 해요!" 주임 신부님의 당부말이 떠올랐다. 신부님의 음성은 건조하게 들리고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그때 재경은 둘, 서로가 위로가 돼줄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남들은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짊어진 사람이 다른 이의 슬픔을 위로한다는 것은 애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음은 발아래 검고 깊은 땅속으로 꺼져버린 거란 생각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재경이 서 있는 마트의 계산대 앞에 또래의 아이가 줄을 서면 재경은 갑자기 얼음이 되곤 했고 이웃한 계산원은 눈치를 채고 재경을 불렀다. 아이들이 계산을 하러 다가오면 저마다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두 달을 쉬고 나온 마트에서 점장과 동료들은 아무 말 없이 재경을 도왔다.

"동수엄마, 동수엄마!" 큰 소리가 들리는데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허공을 응시하는 재경의 모습에 놀란 사람들은 옆 계산대의 손 짓을 보고 자리를 옮기며 안쓰럽게 재경을 바라보곤 했다. 두 계절이 지나가고 나서야 증세는 완만하게 줄어들었지만 재경의 집 안 공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집안 모든 것이 생기를 잃어 재경과 남편의 배경조차 되지 않았다. 살아있던 식물들은 뜨거운 여름을 견디지 못해 바싹 말라 기괴하게 변해버렸다. 말라 바스러지는 식물들을 치운 사람은 그녀보다 세 살이 많은 언니 재서였다. 화분을 치운 자리에 그 어느 화초를 가져다 놓아도 다음 방문에 여지없이 생명을 잃은 화초들을 보며 재서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주변사람들은 가장 가깝고 허물없는 세 살 터울의 언니 재서가 가까이 사는 것이 천만다행이라 입을 모았다. 마트의 동료들은 먹어야 산다며 재경에게 이런저런 밑반찬을 건넸지만 그것들은 냉장고 속에 머물다 재서의 손으로 정리되었다. 재서는 수시로 드나들었고 집안 정리를 했으며 걸레질을 하다가도 재경을 끌어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사고가 난 뒤 한 두 달이 지나면서 재경보다 더 크게 소리 내어 우는 언니 품에서 재경은 가는 몸을 떨며 소리조차 내지 않는 마른 울음을 울었다.


동수는 이제 막 6학년을 한 학기 남겨놓은 축구 유망주였다. 형편이 안되지만 동수의 타고난 기량덕에 방법을 찾아보자며 학교 측에서는 입단 팀 테스트 볼 기회를 찾아보았다. 다리를 놓아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덕에 재경과 남편이 진로의 가닥을 잡으려던 여름이었다. 동수는 자신이 이제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가기 위해 테스트를 볼 거라며 말했고 친구들은 국가대표 선수 발탁을 앞둔 것처럼 함께 기뻐했다.

그러던 아들이었다.


"엄마, 엄마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동수는 작은 소리로 말을 다 잊지 못하고 얼굴엔 미소를 띠며 괜찮은 척을 했었다. 마트 계산원인 재경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면서 부질없다는 표정으로 건넨 아들의 마지막 말이었다. 운동화 끈을 조인 아들은 재경을 위로할 마음으로 엄지 척을 내보이며 현관을 나섰다. 축구동아리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주선한 물놀이에 차량이 4대가 동원되어 학교 정문에서 출발하고 난 지 몇 시간 후 재경의 주머니 속 전화가 울렸다. 마침 마트에 동수 또래의 아이들이 머리가 땀에 젖은 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계산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전화벨이 연이어 계속 울렸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전화를 받으려던 재경에게 안타까운 눈짓을 보냈고 재경은 한 아이의 아이스크림에 바코드를 찍고 개수를 누르며 가격을 읊었다. 전화기가 계속 울렸다. 진동으로 하지 않은 것에 눈살을 찌푸린 점장이 재경에게 턱짓을 했다. 아침 기상이 늦을까 동수가 재경의 전화기에 손을 댔던 것이다.



재경은 전화의 내용을 듣고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몇몇 단어들을 되짚는 순간, 재경은 세상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변해버리는 것을 보았다. 순간 깊은 어둠 속에 자신이 혼자 서있었 재경은 좁은 계산대 안에서 쓰러졌다. 주변의 계산원이나 고객들은 모두 놀라 재경의 좁은 공간으로 시선을 모았다. 재경의 핸드폰을 잡아 들고 상황을 이해한 것은 이현구 점장이었다. 점장은 재경을 부축하고 구급차를 부르도록 했으며 마트 안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계산대 앞과 상품 사이를 걷던 모든 사람들이 점장의 등에 업힌 재경을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재경은 권포에 싸인 아들의 머리카락을 받아 쥐고 볼과 가슴에 가져다 대며 오열하다가 정신을 놓았다. 일가친척의 장지에서 어른들과 함께 곡을 입 밖으로 내놓을 때 그것은 손을 모으거나 눈을 감는 기도의 몸짓과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아들과의 이별 앞에서 울음은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슬픔때문도 아니었다. 재경의 울음소리는 재경의 몸 깊은 곳 어디에선가 온몸을 훑고 터져 나왔다. 울다 자지러지기도 꺾이기도 한 재경의 몸무림은 작은 체구에 버거워, 보는 이 모두를 안타깝게 했으며 몇몇의 지인과 친척들의 입에선 저절로 곡이 터져 나왔다. 재경을 껴안고 울음을 몸으로 받아들인 재서는 그 후 오랫동안 큰 몸살을 앓았다. 산에서 내려온 후 재경은 오래도록 천천히 말라갔다. 가을이 깊도록 재경은 난방을 하지 않았다. 한기에 놀란 재서가 난방을 켜놓으면 재경은 어느새 전원을 꺼버렸다. 외진 산 땅속 찬 곳에 누운 동수를 생각하면 재경은 그럴 수 없다고 절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로가 위로가 돼주세요! 꼭 그래야 해요!" 동수를 잃은 후 재경은 성당에 가지 않아 냉담자가 되었다. 동수를 가진 동안 재경 인생의 기쁨과 슬픔은 커다란 진자가 좌우로 곡선을 그리듯 움직였었다. 동수가 자라는 12년 세월 동안 가졌던 모든 기쁨의 순간들과 애끓은 마음과 불안의 순간들은 마음의 한쪽과 또 다른 한쪽을 크게 요동치며 흔들었다. 그러나 동수를 잃은 후 마음의 진자가 멈추어 버린 듯 재경은 감정의 동요를 갖지 못했다. 간혹 세상을 향한 원망과 분노의 마음이 실체도 없이 타오르다 사그라들었다. 마음의 추를 매단 줄이 분노에 타오르다 끊어져 감정을 송두리째 없애버린 것만 같았다. 살아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기쁨도 슬픔도 없는 재경과 남편은 헛헛하게 걷고 누웠으며 목에 걸리고야 넘어가는 물을 마셔야 했다. 서로의 마음을 살펴볼 도리가 없었다. 둘은 거실의 말라비틀어진 벤쟈민 나무와 마주한 액자 속 거울 같았다. 서로의 위로가 불가능했다.


어제저녁 퇴근을 한 재경이 아파트 현관의 번호판을 누르려는 찰나, 안에서 나온 사람 덕에 현관문이 스르르 열렸다. 홀쭉한 남자아이가 잰 몸동작으로 튀어나왔다. 놀라는 재경을 바라본 남자아이는 후드티의 모자를 젖히며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 유리문이 닫히는 동안 달려나간 아이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처음 보는 아이였다. 아이는 재경의 아이 또래로 보였다. 아이의 등과 쾌활한 목소리에서 재경은 동수의 모습을 회상했다.

건물 밖으로 나선 아이가 목을 젖히고 아파트 고층을 향해 소리쳤다.

"공 가지고 나와라"

"알았다고!" 위층 어디선가 힘차게 답하는 소리가 울려왔다. 재경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않고 멈춰 선 채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동수가 공을 옆구리에 낀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이들이 주고받는 소리에 재경의 마음속 감정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엘리베이터에서 잔망스러운 몸으로 공을 놀리던 동수를 회상할 때 재경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전화 말미에 재서가 창밖을 좀 보라고했다. 날씨가 맑다고 해가 멋지겠다고 덧붙였다.

"재경아, 일어날 거지? 창 밖 좀 봐. 너희 집 창밖 해가 멋지겠다. 날씨 싸늘해질 때 더 이쁜 해쟎아." 둥근 형태를 가진 붉은 해는 가까운 건물들의 벽에 명암을 만들었다. 재서의 말대로 재경의 동향집 해는 겨울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연초에 재서 가족은 해돋이를 위해 재경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곤 했었다. 배드민턴장 찌그러진 축구공에서 눈을 뗀 재경은 고모의 쇠약한 모습을 떠올리며 아스라한 슬픔을 느꼈다. 또 다른 작별을 맞닥뜨린 재경이 두 팔로 자신을 안았다.



재경과 재서에게 고모는 남다른 친척이었다. 일찍 가신 어머니의 많은 부분을 대신해 준 사람이었다. 재경은 건물위로 올라서는 해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모가 얼마 사시지 못할 거라는 말은 이미 사촌을 통해서 전해 들었고 몇 주 전에 고모를 뵈었을 때 재경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고모를 안고 한 바탕 울고 왔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재경은 마음속 진자의 움직임을 느꼈다. 또 다른 이별을 생각하며 슬픔이 느껴진 것이다.



재경이 방문을 열고 나가니 남편은 물을 마시고 있었다.

"고모가 돌아가셨대. 이따가 형부 차 가지고 우리 집으로 오기 전에 연락 주겠다고." 재경의 말을 들은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소파에 털썩 앉았고 재경은 소파로 올라가 제 무릎을 끌어 안았다. 말 없이 십여 분을 흘려보냈다.

"커피 마실래? 재경이 물었고 남편은 말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재경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그의 의중을 생각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해가 거실 바닥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말을 꺼낸 재경은 바로 일어나지 않고 오르는 해 그림자에 한 참 넋을 놓았다. 이 십여분 뒤에 재경이 커피를 내려 남편에게 건넬 때 남편의 마른 등줄기와 하얗게 쇤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둘은 눈을 한 번 마주쳤고 재경은 입술을 꼭 다물며 다시 소파에 앉아 밝아지는 거실 벽을 응시했다. 재경의 마음진자가 흔들리듯 남편의 마음속 진자도 움직여 서로가 부딪힐 어느 순간이 와주기를 기도했다. 얼마 전 신경이 덜 쓰일 거라고, 그래도 열흘에 한 번 물을 줘야 한다며 재서가 들여놓은 파키라 나무 잎들이 해를 받고 벽에 긴 잎그림자를 그리고 있었다.


재경은 오랜만에 커피 향을 알아챘고 마음의 진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