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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구 Jan 31. 2024

축구를 하다가 고막이 찢어졌어요

고등학교 3학년 체육대회에서

초등학교 때 체육선생님께서 축구를 좋아하셔서 체육시간만 되면 축구공을 주시면서 축구를 시켰다. 매일 축구를 하다 보니까 남들 보다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 대표로 나가서 축구도 하고 그랬다. 억지로 한다는 느낌은 없었고 재밌어서 항상 친구들을 모아서 축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나는 우물 안에 개구리였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껴졌으니까.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그렇게 깨닫고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축구를 하다 보면 승부욕에 눈이 멀어서 제 몸을 생각을 안 하고 했다. 그렇게 실력은 없는데 열심히만 하려고 하다 보니 사건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3학년 체육대회였다. 남중남고를 나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체육대회의 꽃은 축구이기 때문에 여기에 다들 진심이었다. 경기가 시작이 되고 몸싸움은 거칠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귀에서 삐 소리가 났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이어 나갔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삐 소리가 났다.


이상함을 느껴 이비인후과를 가보니 고막이 찢어졌다. 하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금방 붙는다고 하였고 조금만 지켜보자고 하셨는데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을 하려면 귀 근처에 있는 털이 오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면도기로 옆머리를 다 밀어야 했다. 새하얗게 밀고 수술을 끝냈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는데 눈을 떠보니 얼굴에 칭칭 붕대가 감겨 있었다. 너무 꽉 묶으셔서 얼굴이 비대칭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씻으러 화장실을 가서 거울을 볼 때마다 내가 아닌 줄 알았다. 얼굴이 저와 너무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수술을 할 때 내 얼굴도 수술을 한 줄 알았다. 일부러 거울을 안 보고 씻은 적도 있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이 회진을 도실 때마다 나를 보고 웃으셨다. 수술이 잘 되어서 웃으시는 건지 내 얼굴이 웃기게 생겨서 웃으시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어찌 됐건 나 때문에 웃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EC%82%AC%EB%9E%8C%EC%9D%98-%EA%B7%80-%ED%81%B4%EB%A1%9C%EC%A6%88%EC%97%85-ZFM4p744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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