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일이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나는 떼도 부리지 않고 고집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고집을 부린 적이 있는데 그건 바로 '스키장에 데려가기'였다. 나도 성인이 되어서 내가 가자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
어릴 때 인라인 스케이트를 잘 탔기 때문에 엄마가 그냥 배우지도 않고 타게 만들었다. 처음 탔을 땐 일자로 쭈욱 내려갔지만 엄마에게 조언을 받아 S자로 내려갔다. 한 번 타니까 금방 익숙해져서 재밌게 탔었다.
그리고 이번엔 보드를 타러 간다고 해서 또 따라갔다. 보드는 어렵기 때문에 강사님께 배우고 탔다. 내 기준에서는 보드가 스키보다 3배 더 재밌었다. 평지에서 사람들이 한쪽에만 발을 끼고 슝슝 보드를 밀면서 다니는 것이 멋져 보였는데 나도 따라 하다 어려워 그냥 들고 다녔다.
보드도 스키처럼 S자로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S자로 스무스하게 되기보다는 ㅣㅡㅣㅡ 이런 느낌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흐름이 자꾸 끊겨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일자로 쭉 내려가 내 균형감각과 속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다른 사람과 부딪칠뻔하여 꺾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평소처럼 괜찮을 줄 알았지만 그대로 누워 숨 쉬는 것도 힘들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넘어진 것을 보고 사촌형이 뛰어 와서 바로 업고 근처 응급처치하는 곳으로 갔다. 내 기억에 손목에 무언가 안 맞아져 있어서 뚝 소리 나게 맞춰주셨던 기억이 있다. 거기서 응급처치를 하고 근처 병원으로 이동해 깁스를 하였다. 그때가 내 첫 깁스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왼쪽 손목이 다쳐서 밥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친척들과 함께 동해 쪽으로 놀러 갔을 때여서 나는 깁스를 한 채로 새벽에 일어나 해돋이를 보러 갔다. 춥고 졸리고 팔도 불편한 상태였지만 꾸역꾸역 나도 보러 갔다.
그때 내 몸의 소중함을 처음 느꼈다. 그전에는 손톱이 까지거나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거나 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엔 아예 못 쓰게 되니까 몸이 자유로웠을 때가 그리워졌다. 지금도 삶의 불만이 있거나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을 할 때 내가 몸이 아팠을 때를 떠올린다.
이렇게 사지가 멀쩡하고 건강한 거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눈을 뜰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생각을 하면 한결 나아진 기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한 후부터는 번아웃도 안 오고 오더라도 금방 극복하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극복 방법을 찾은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