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간다면

by 다구

누구나 후회를 하며 살아간다. 살면서 가장 후회가 되는 순간이 언제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건 바로 할아버지 병간호를 했을 때이다.


20살 여름방학이었다. 군대를 가기 전 친구들과 놀러 가고 쉬고 싶을 때 연락을 받았다. 할아버지께서 모르는 사람 간병인은 쓰지 않겠다고 하셔서 내가 옆에 있었다.


오줌은 소변통으로 해결을 하실 수 있지만 대변을 보러 가실 때는 내가 필요했다. 그리고 작은 심부름도 해야 했다. 엄마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있었다.


그때는 데이터도 적었기에 와이파이가 필요했는데 한 칸 정도만 터져서 힘들었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다운로드하고 들어오곤 했다. 24시간 동안 병원에 있다 보니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우선 잠을 잘 때 좁은 간병인 침대에 누워서 몸은 움츠리고 자야 했고 병원 특유의 공기와 냄새가 싫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잘 때마다 할아버지께서 자꾸 찾으셔서 힘들었다. 어린 마음에 짜증이 매우 났었다. 그래도 그중에서 좋았던 것은 병원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는 것과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다른 음료와 밥을 먹으니 그래도 기분은 나아졌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표현하기는 그랬지만 버티다가 사촌 형과 교대를 하였다. 그리고 친구들과 대전으로 야구를 보러 갔지만 우천취소가 되어 이제 무엇을 할지 찾다가 엄마한테 연락이 왔다.


"얼른 한양대 병원으로 와. 할아버지 위독하시다."


길치였던 나는 길을 헤매다 병원으로 왔다. 하지만 내가 오기 몇 분 전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내가 사는 보령에 있는 병원에 계시다가 갑자기 안 좋아지셔서 한양대병원으로 왔지만 이미 상태가 좋지 않으셔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병간호를 했던 사촌형과 나는 구급차에 탄 채로 보령으로 왔다. 불과 며칠 전에 옆에 있었는데 갑자기 없다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새벽에 어릴 때부터 봐온 사촌 형이 갑자기 혼자 흐느끼면서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나도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이렇게 많이 운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내가 힘들고 짜증 난다고 할아버지한테 틱틱거렸던 것이 죄송스러웠고 방학이라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할아버지를 귀찮아한 것도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그때 할아버지 옆에서 병간호할 때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간다면 옆에서 재밌는 이야기도 듣고 말하며 그렇게 보낼 거 같다. 옆에 있었으면서도 할아버지랑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


어릴 때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엄마랑 아빠가 바쁜데 혼자 잘 지내고 있어서 기특하다고 손님들이 준 동전을 항상 검은 봉지에 보관하셨다. 나는 항상 그것을 받아 치킨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고는 하였다.


이모들이랑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 할아버지는 매우 엄했고 대단하신 분이라고 하셨다. 지금도 손님들이 오셔서 할아버지께서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종종 말씀하신다.


대단했던 할아버지.. 보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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