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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전화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

by 함문평

1979년은 그녀나 저나 고3수험생으로 동등했는데 그녀는 대학에 합격해 당당한 학생이 되었고 저는 재수생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미팅도 하였고 저는 대학생이 될 때까지는 만나지 말자고 했다.


인생은 한 번도 내 뜻대로 된 것이 없었다. 재수도 일단 공군사관학교 필기시험은 되었는데 저도 알지 못하고 아버지 할아버지도 말 한마디 없던 큰 아버지가 인민군 군관이었다는 것을 제가 신원조회에 탈락해서 알게 되었다.


세월이 40년이 흘러 소설 당선을 하려면 이념적으로 보수 꼴통도 안되고 진보 좌빨도 당선하기 힘들다는 먼저 당선된 시인 소설가의 말을 듣고 좌우가 아닌 첫사랑 여자의 사진을 부적처럼 간진한 이야기 <부적>을 초안은 그녀 실명으로 쓰고 제출하기 하루 전에 이름 바꾸기로 SBS 박은경 아나운서 이름으로 보냈다.


물론 허락을 받았다.

제가 소설을 거의 완성했는데 첫사랑을 노출시키면 안 되기에 여자 이름 박은경으로 써도 되냐? 문자 보내니


방송으로 영광이죠? 대신 책이 나오면 보내달라고 해서 <백서>를 SBS라디오국으르 보내드렸다.


덜컥 당선이 되었다.


현대시선 57호가 절판이 되어 서점서 구할 수 없는 책인데 첫사랑 그녀가 전화가 왔다.


모르는 전화는 보이스피싱으로 간주하고 안 받는데 같은 번호로 문자가 왔다.


함문평 전화받아라.

나 함 작가가 박은경으로 여주인공 묘사한 ㅇㅇㅇ이다.


그 문자를 읽는 순간 동시에 전화벨이 울려 받았습니다. 예보세요? 함문평입니다!


그녀 음성은 떨렸고 화가 많이 난 목소리였습니다.


일단 작가로 등단한 것은 축하한다.

하지만 말이지 너 이름만 박은경으로 하면 어떻게 해?


그럼 너 이름만 아니면 되지?


그 글 읽으면 내 동창들은 다 내 이야기라고 유추할 텐데 너 내 남편 아는 사람이 다 나를 아는 사람과 겹치는데 문제 안 되겠어?


문제없지? 너랑 나랑 연애를 계속해서 섬싱이라도 있으면 문제인데 넌 재수 삼수 없이 인생 잘 나갔고 난 재수에도 대학생 못되고 3 수해서 대학 갔고 나 대학 2학년 때 졸업하고 사회 직장인 되었으니 문제없어라고 했다.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 아니여? 난 네가 날 만난다고 오면서 선생님을 대동하고 나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선생님 때문에 키스도 못하고 손도 선생님이 잡으라고 해서 잡았고?


전화를 끊고 곰곰 생각했다.


당선작 <부적>을 읽고 그녀가 불편함을 느낀 것은 반대로 해석하면 나의 글이 리얼리티가 있다는 뜻이겠지라고 아전인수 해석을 했다.


다음부터는 장소를 다른 도시로 쓰기로 했다.


내 인생에 최대 실수가 학년 높아도 주눅 들지 말고 1학년 때 3학년 그녀를 찾아가서 다시 관계 정상화 못한 것이 후회된다.

그때는 정말 엄두도 내기 어려운 명문대 3학년이고 난 초라한 지방단과대 1학년이라 내 능력이 창공을 날 수 있는 독수리인 줄 모르고 닭장 속 병아리로 지냈다.


지금은 대한민국 작가 함문평으로 스카이 아니라 하버드 예일 출신이 와도 나 대한민국 작가야 할 수 있다.

혹시 이글을 읽는 젊은이들 중에 첫사랑은 대학생이고 나만 재수 삼수생이라면 학교 평판 불문하고 관계회복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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