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이 든다는 것

by 함문평

나는 62년 호랑이 여동생은 64용이다.


영화제목에 용호상박이 있는데 용과 호랑이가 싸워 호랑이가 이겨 오늘날에도 지구에 호랑이가 있고 용이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장손이라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젖만 떨어지자 데리고 청일에서 키우시다 초등학교 입학을 해야 하기에 여섯 살에 할아버지가 청일 전답을 다 팔아서 강림으로 합가를 했다.


정말 대식구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월남전 참전한 작은 아버지를 뺀 작은어머니와 4촌 동생 나 여동생 여동생 남동생 남동생 총 11명이 한집에 버글버글 살았다.


청일에서 모든 전답을 할아버지가 정리하여 강림으로 합가 한 이틀 후에 여동생과 크게 싸웠다.


오빠의 존재는 모르고 자기가 형제들 중 맏이로 생각하다 숨겨둔 아버지 자식처럼 나타나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니 어린 나이에 이해도 안 되고 네가 무슨 오빠냐? 여겼는지 내 얼굴에 손톱으로 피를 흘리게 할퀴었다.


솔직히 두 살 위인 내가 마음 독하게 먹고 팼으면 여동생 어디 하나 부러지게 팼겠지만 나는 마음이 유해서 그냥 참았다.


노인정에서 돌아오신 할아버지가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호출했다.


이게 무슨 흉측한 짓이냐고 장손 얼굴에 손톱 흉터가 뭐냐고 부모님을 질책하시자 바로 여동생은 어머니에게 이끌려 종아리가 빨갛게 맞았다.


그 후로 바로 호칭이 오빠가 되었다.


5학년이고 여동생이 3학년 시절에 한 동네 같은 학년 경자라는 여자에게 맞고 집에 왔다.


마음 독하게 먹고 싸으면 니도 그녀 팰 만큼 패주었겠지만 그녀 오빠가 6학년이라 참은 것이었다.


여동생이 경자네 집으로 가더니 동생 경숙을 불러냈다.


나오자마자 짱돌로 그녀 머리를 때려 피가 흘렀다.


야, 너네 언니가 우리 오빠 때려 피났거든 그러니 너는 나한테 맞아야 공평해라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는 경숙 약값 물어주고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집에 와서 나를 야단쳤다.


우리 집은 딸과 아들이 바뀌었다고.


대학생이 되었고 축제 파트너 하기로 한 여자에게 차였다. 파트너 구할 수 없어 경희에게 부탁을 했더니 파티에 입고 갈 옷이 없다고 할아버지에게 편지해서 1985년 화폐가치로 30만 원이면 대학 등록금 절반인데 그거 주면 참석한다고 했다.


할아버지께 편지를 보내 그 돈을 받아냈다. 여동생은 빨강 투피스를 갖추어 입고 카니발 무대를 휘저어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광복절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모처럼 만난 5남매 중에 바로 아래 여동생이 그 곱던 모습은 사라지고 할머니 모습에 서글퍼졌다.

keyword
이전 03화하나회 반대말은 병역 기피자야? 아님 미필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