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을 나가면 영미는 아빠 바지를 잡고 매달려 울었다. 영미를 안고 부대로 들어가 순찰을 돌았다. 지나가는 곳마다 부대 아저씨들이 충성! 충성! 했다. 말을 배운 순서가 엄마, 아빠 다음 배운 말이 충성이다. 선우신호 내외가 관사에 와서 손녀에게 말을 가르친다고 엄마를 가리키자 엄마! 했다. 아빠 하자 아빠 했다. 할아버지를 가리키며 할아버지 하자 손을 이마 위에 올리면서 충성! 했다.
어머나!
군인 딸 아니랄까 봐 벌써 충성이야? 하시면서 안아주셨다.
200만 평 탄양부대 울타리에 미상 인원이 접근하면 경보가 울리는 장치를 설치한다고 했다. 400미터를 시험적으로 설치하고 시험평가를 했다. 사람이 지나가도 삑! 개나 고양이가 지나가도 삑! 울렸다. 독수리훈련이 실시되었다. 특전사가 탄약부대를 침투했다. 특전사 대원들은 어디서 구했나 스티로폼을 자기 몸 크기만큼 휴대하고 앞을 가리고 침투했다. 열세 명 독수리가 다 침투해도 경보기는 울리지 않았다. 이런 사항을 종합하여 당당하게 <군납 불가> 보고를 했다가 군수사령부 정작처장 김 대령에게 군화로 정강이 차이고 나서 <군납적격> 보고로 정정했다.
정정보고를 하고 심신이 피곤하고 괴로워 중학동창 부산여고 국어교사 어시홍 선생과 부산지방법원 최종헌 판사를 불렀다. 해운대 청사포 횟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각자 살아온 근황 이야기를 했다. 어 선생과 최 판사는 이거 국어교육과 출신 선우도해 대위가 적성에 맞는 국어 훈장질을 해야지 군인을 하니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고 했다.
소령 진급 포기하고 나와 도해국어 학원이나 차리라고 했다. 어 선생이 청주사범대학 공주사범대학 양개 사범대 출신 국어교사가 만든 문제는 통으로 전달할 테니 학원 잘 되면 술이나 한잔 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