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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2

당신 사장과 어떤 사이야

by 함문평

몇 년 전 이야기다. 군대서 마지막 보직이 국군심리전단 군수과장을 했다고 창고만 맡아 달라고 해서 갔다.


군대 창고는 몇십 년 내려오면서 수리부속을 영어 알파벳 순으로 하던 한글 가나다 순으로 하던 덩치 큰 것에서 작은 순으로 하던 일정한 규칙에 의거 정렬을 하기에 군수과장이 바뀌든 부사관이 바뀌든 병이 바뀌든 일주일이면 적응이 된다.


회사가 의약품과 병원에서 쓰는 주사기 주사 바늘 기타 소모품까지 낱개 명칭은 천 개가 넘고 큰 그룹으로 묶어도 수십 그룹이 되었다.


가자 마자 이거 창고일 이대로는 못한다. 우선 앵글이라도 설치해야 한정된 공간에 품목 일아보기 쉽게 진열한다. 건의했다. 하지만 돈 들어가는 일이라 바로 설치를 안 했다.


장손이라 정말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컸고 심지어 군대에서도 상관에게 첫 업무보고에 애로사항 딱 한번 보고하고 조치해 주면 감사하고 아니면 말고로 21년을 근무했다. 전출신고에 조치 안 된 것은 후임자게 넘기고 갑니다라고 하면 꼭 하는 말들이 왜 진작 보고 안 했냐고 했다.


진작은 이미 업무보고 1년 반 전에 했으면 되었지 녹음기야 내가 하는 소리가 턱밑까지 왔으나 참았다.


여기 민간인 회사에서도 앵글 없이 3년을 근무했다.


떠난다니 부랴부랴 앵글 업자 불러 만들었다. 앵글 설치했는데 더 근무하면 안 되냐고 해서 창고일 하면 글 쓸 시간 없다고 퇴사했다.


어린 시절에도 공부하려고 책가방 위치로 가다가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면 할아버지에게 도망갔다. 할아버지는 장손 어쩐 일로 왔어. 하시면 공부하려고 책가방 가지러 가는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는 소리 들으니 고부 할 맘이 싹 사라졌어요 거기 있으면 엄마 회초리 날아올 거 같아 할아버지께 왔어요 하면 그래. 공부는 하고 싶은 맘 달아나기 전에 해야지 억지로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군대서도 중대장 시절 진지공사 열심히 하고 있는데 대대장 순찰 우면 전령에게 각 소대 무전체서 10분간 휴식시켰다. 대대로 복귀해서 대대장이 물었다.


함 대위 넌 대대장 순찰만 가면 병사들 쉬더라. 왜 그래 물으면 대대장님 오시기 전 50분 동안 열심히 작업했는데 대대장님 때문에 휴식 안 하고 공사해 봐요 대대장님 욕 얼마나 먹겠어요라고 했다.


코로나 19전에 해외에서 선적이 늦어져 주삿바늘이 딸릴 때 일이다.

우리 창고에 주사 바늘 재고 3만 6천 개 있는 상태에서 우리 사장과 친한 모회사 시장이 12000개를 빌려달라고 했다. 자기들 입고되면 갚겠다고.


우리 시장이 출타한 상태에서 거래처 병원이 24000개를 가져갔다. 창고어 딱 12000 개 남았는데 모회사 사장이 차용증 12000으로 써서 달라는 것을 삭선하고 함문평 서명하고 8000으로 고쳤다.

모 사장이 언성을 높이면서 당신 사장이 만이천 빌려준다고 했는데 당신이 사장이야 하며 만이천 개 달라고 했다. 회의 때 우리 사장이 지시할 순간은 재고 삼만 육천이라 사장이 그 회사에 그런 말씀하였는데 회의 마치고 거래처 납품 담당이 직접 이만 사천 가져가서 총 만이천 남았는데 우리 납품팀장이 낼 새벽 이천 개 가지고 가야 한다.


이천 개는 창고장 함 팀장 비상식량이다. 생선 가게 생선 한 마리 재고도 없으면 그게 생선가게냐 주삿바늘 대리점에 바늘 하나 없으면 그게 창고장이냐고 했더니 8천 개 들고 입이 한발 나와하는 말이 당신네 사장과 함팀장이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사장은 사장이고 나는 창고장인데 군대 계급은 내가 더 높아요 했다. 아마도 사장과 내가 인척으로 생각한 것인지 감히 사장 대 사장의 야속을 일개 창고지기가 변경한 것이 이해 안 간다는 눈치였다.


우리나라에는 자기 회사에서나 사장이지 밖에서도 사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천박하게 변질되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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