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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pr 16. 2024

향긋하고도 향기로운 제주의 느지막한 봄

- 제주의 노란색을 담았다, '제주곶밭 만다린 약주'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태어난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어떤 술을 구매할까 고민하던 중 매력적인 색깔을 온몸에 두르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었고, 그렇게 짧은 생각을 마치고 나니 장바구니엔 이미 술이 담겨 있더라. '제주곶밭 만다린 약주', 제주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이 약주는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제주의 노란색을 담았다, 제주곶밭 만다린 약주 

참으로 제주 한 병을 물씬 담아 놓은 듯 한 모습이다. 기다랗게 늘여진 병은 귤색이 아닌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며, 병 안에서 그윽하게 자신을 뽐내는 술은 화사하고도 아름다운 유채밭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마개 부분까지 여름으로 물들어 있어 특유의 감성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데, 전면부에 보이는 가지런한 글씨체마저 '제주곶밭'이란 명칭에 맞춘 듯 해 전체적인 디자인의 조화가 참으로 온화하다.


'제주곶밭 만다린 약주'는 '제주곶밭'에서 일절의 인공 감미료 없이 국내산 쌀과 제주 시트러스로 만들어낸 술로서, 감귤, 한라봉, 당유자 등 다양한 시트러스와 시나몬 향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제주섬이 천천히 걸러낸 맑은 화산암반수와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재배한 국내산 햅쌀로 두 번 술을 빚었으며, 제주산 원료들을 브랜딩해 향을 입히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저온에서 3개월 이상 숙성한 맑은 약주라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2도, 가격은 15,900원. 혼자 마시기에도, 둘이 마시기에도 나쁘지 않은 양과 알코올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마음을 덜 수 있을만한 도수, 애주가가 아니라면 조금 비싸다고 느길 수 있는 금액을 지녔다. 

잔에 따른 술은 은은한 노란빛을 자랑한다. 상당히 매끄러운 질감으로 술방울이 떨어지며, 색이 고와 개나리가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코에 가져다 대니 감귤, 한라봉을 껍질까지 통째로 담은 듯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미미한 계피향과 함께 아래로 깔린 향긋한 과실은 부드럽게 코로 향하며, 달달한 감향과 산뜻한 상큼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눈앞에 제주의 느지막한 봄을 떠올리도록 만든다. 12도라는 그리 높지 않은 도수답게 알콜의 역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시트러스, 감귤, 당유자, 풀 등 전반적으로 플로럴한 느낌을 지닌 냄새가 시나몬과 어우러져 향기롭게 나타난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달콤 씁쓸한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과실의 과육과 진피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술로서, 향과 함께 산뜻한 감미가 스쳐 지나가고 산미와 가벼운 씁쓸함이 등장해 맛을 마무리 짓는다. 주감 자체가 부드러운 편이기에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당유자와 한라봉이 섞인 듯한 풍미는 감미, 산미, 고미 등  다채로운 맛을 모두 보여주면서도 지나치지 않아 훌륭한 어우러짐이란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꼭 술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다. 적당한 바디감과 향긋하게 퍼지는 풍미는 큰 거부감 없이 입 안을 채워가고, 목넘김 이후에는 혀를 잡아채는 듯한 산미와 진피가 가져다주는 씁쓸함, 과육의 감미와 과실의 향을 남겨 놓고 사라진다. 이때 느껴지는 후미의 길이는 4~5초 정도이며, 노오란 꽃밭을 떠오르게 만드는 여운이 참 매혹적이기에 눈을 감고 감상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큰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작품이다. 향과 맛에 있어서 재료가 가진 매력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여겨진다. 향기로운 향과 달콤 씁쓸하면서도 산미를 머금은 술은 눈앞에 여름이 다가온 봄을 가져다주고, 코 끝을 맴도는 시나몬 향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그림 속 용의 마지막 눈이 되어주고 있다. 감귤류의 과실이 들어간 술을 좋아하거나, 노란색 제주를 맛보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 보아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곁들일 안주로는 딱새우회를 추천한다. 한 잔 마시자마자 제주도에서 먹었던 싱싱한 딱새우회가 떠오르더라. 해산물과 잘 어울릴듯한 술이니 함께하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 하다.


'제주곶밭 만다린 약주', 술을 마시고 나니 오히려 이름이 예쁘지 않은 듯한 기분이다. 그만큼 우아한 풍미를 지닌 술이기에 개인적으론 참 만족스러웠다.


일단 온라인상에선 판매처에 따른 가격이 차이가 없다. 원하는 곳에서 구매하면 될 것이다.


아름답게 태어난 '제주곶밭 만다린 약주'의 주간 평가는 4.2/5.0이다. 제주의 노랑을 음미해 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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