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Apr 20. 2024

상대방과 꿈같은 대화를 하고 싶다면

- 몽환적인 과실의 향미를 꿈꾸다, '꿈의 대화'를 음주해보았다.

그렇게 좋은 점이 많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이 내가 즐기는 주류지만, 이러한 술에도 몇 안되는 장점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사람의 분위기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며, 편한 대화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처음 만난 사이이거나 어색한 관계에서 술잔을 몇 번 반복하면 어느새 거리낌 없이 말을 나누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오늘은, 그러한 장점을 오롯이 지니고  있을 것 같은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꿈의 대화', 이름부터 서정적인 이 친구는 과연 우리 사이의 관계를 얼마나 부드럽게 만들어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몽환적인 과실의 향미를 꿈꾸다, 꿈의 대화

일단 겉으로 보이는 외관은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하다. 도기 같은 질감의 병 안에는 옅은 노란빛을 띠는 술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비교적 짧은 목은 하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형태로 고급스럽게 마감되어 있다. 전면부에는 '꿈의 대화'라는 명칭만 적혀 있는 라벨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배경을 보면 술의 이름처럼 색이 다른 구름이 섞이는 듯한 몽환 속으로 빠지게 된다. 확실히 전체적인 디자인의 느낌이 이름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꿈의 대화'는 '꿈브루어리'가 광주에서 생산되는 쌀과 전통 누룩, 물 만을 이용하여 옛 방식 그대로 빚어낸 술로서, 볏짚으로 속을 태우고, 해풍 맞은 소나무로 증기 소독을 한 옹기에서 100일 이상의 숙성과 발효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었다.


쌀이 들어 있는 벼를 껍질째 빻아 디딘 '전통 벼누룩'을 베이스로 만들어졌으며, 벼 누룩으로 빚어진 술에서만 나타나는 특유의 과실향과 맛, 꿈을 꾸는 듯한 풍미를 선사한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3도, 가격은 25,000원. 혼자 마시기에도, 둘이 마시기에도 나쁘지 않은 양과 부담스럽지 않은 알코올 함유량, 애주가가 아니라면 한 병 가격치곤 망설여지는 값을 지녔다. 물론, 애주가라고 하여도 절대 편한 금액은 아니다.

잔에 따른 술은 살구와 레몬의 중간 정도 색깔을 선보인다. 투명하기보단 적당히 탁한 빛깔을 띄고 있으며, 술방울 자체는 부드럽게 떨어지는 것이 매끄러운 질감을 가졌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잔을 몇 번 흔들어 코를 가져다 대면 매력적인 과실향이 코를 감싸 안는다.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향내를 동시에 지녔고, 갓 구운 빵과 멜론, 배, 자두 등 부드러운 밀 향 아래로 달콤한 과실들이 산뜻하게 흘러들어온다. 또한 낮은 도수답게 알코올의 모습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과육의 산 향이 있긴 하나 두드라지기 보단 전체적인 조화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어서 한 모금 들이키니 새콤달달한 맛이 입 안을 채워간다. 자두의 산미와 약한 청포도가 떠오르는 맛으로서, 이 산미를 중심으로 감미가 곁들여지며 향과 함께 혀와 코에서 퍼져나가는 듯하다. 미약한 누룩의 맛이 은은히 감도는 뒤로 탄산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부드러우며, 전반적인 주감이 깔끔해 상큼한 술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맛에서도 충분히 과실의 풍미를 담고 있는 술로서, 목넘김 후에는 특유의 향에 감미와 산미, 잘 익은 자두의 과육만을 먹은 듯한 뒷 맛을 남긴 채로 사라진다. 이 때 느껴지는 후미의 길이는 약 4~5초 정도로서 다음 잔을 준비하기에도 적합하고, 흩어지는 여운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인 맛이 깨끗하고 과실의 맛이 풍부하며, 드라이한 면도 갖추고 있어서 그런지 약주보단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도 강하게 든다.


적당한 바디감에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산미와 감미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향이나 맛에 있어서 자신만의 특색을 뚜렷이 갖추고 있으며, 달짝지근하면서도 상큼하게 들어오는 향미는 요즘 출시 되는 세련된 약주들의 장점만을 모아 놓은 듯하다. '꿈의 대화'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술답게 몽환적인 산미를 지니고 있으니 이 아름다움에 취하며 알딸해지고 싶다면 한 번쯤 마셔보길 바란다. 앞서 말했다시피 약주와 화이트 와인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듯한 맛매를 가져다준다.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연어 회나 치즈, 흰 살 생선 요리 등을 추천한다. 신선한 연어회 한 점에 꿈의 대화 한 잔은 상대방과 꿈같은 대화를 선물할지도 모른다.


'꿈의 대화', 흔히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옛 약주와는 거리를 달리 하는 친구였다. 세련되고도 우아한 주감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10% 이상 상이하다. 나는 비싼 곳에서 구매하였으니 잘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장소에서 구매하길 바란다.


입맛을 돋우는 산미를 지닌 '꿈의 대화'의 주간평가는 4.2/5.0이다. 다 같이 아름다운 꿈을 꾸러 떠나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전 25화 투박한 디자인에 더해진 화사한 풍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