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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pr 22. 2024

약주에 담긴 포도는 우아하게 고소하다

- 포도 한 송이가 그대로 머무르는 곳,'배금도가 포도약주'를 음주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세상엔 참 다양한 과일들이 있다. 새콤달달하여 입맛을 돋우는 딸기를 시작으로 귤, 멜론, 참외, 수박 등 수많은 과일들은 많은 곳에서 여러 역할을 하며 먹는 사람에게 행복한 가져다준다. 어릴 적부터 먹어온 과일 하면 또 포도를 빼놓을 수 없는데, 식후에 어머니가 깨끗하게 씻은 포도를 가져다주면 배부르다고 말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못해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기억이 있다. 새콤달콤한 것이 한 번 입에 넣으면 멈출 수가 없더라.


오늘은 이 중독성 있는 과일이 들어간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배금도가 포도약주', 포도를 머금은 약주는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포도 한 송이가 그대로 머무르는 곳, 배금도가 포도 약주

일단 겉으로 보면 상당히 고급스러운 외관임을 있다. 약주보단 보통 한국 와인류에 많이 쓰이는 기다란 병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목의 윗부분은 마개는 우아하게 빛나는 각진 금색으로 마감되어 있다. 안으로 비추는 옅은 포도색은 완전한 보라보다는 갈색에 조금 가까워 보이고, 전면부에 자리 잡은 흰색 라벨은 별다른 설명 없이 술의 이름만을 기록하면서 양조장이 가진 자부심을 드러낸다. 개인적인 견해론 뚜껑부터 내려오는 전체적인 색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다고 여겨진다.


'배금도가 포도약주'는 '배금도가'에서 찹쌀과 포도를 이용해 세 번 담아 빚은 술로서 일체의 감미료 없이 포도의 상큼하고 달달함과 약주의 깊은 맛과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직접 디딘 누룩과 국내의 김천산 농산물만을 이용하여 태어난 술은 약주 특유의 깔끔함을 지녔고, 오랜 기간 찹쌀과 발효숙성한 포도를 부재료로 이용해 좋은 향과 빛깔, 부드러운 맛 등 정성이 담긴 기다림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90ML, 도수는 16도, 가격은 22,500원. 상당히 흔하지 않은 술의 양에 일반적인 소주와 비슷한 정도의 알코올 함유량, 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매하기에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을 지녔다. 물론.. 당연하게도 내 지갑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잔에 따른 술은 호박색에 가까운 빛깔을 보여준다. 탁한 정도는 생각보다 옅은 편이며, 술방울 역시 상당히 부드럽게 떨어지는 것이 매끄러운 질감이 예견된다. 술의 색깔이 참 보면 볼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호박이란 보석을 녹여 놓으면 이런 우아함을 지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고소한 포도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예상했던 것처럼 포도 과육향이 압도적으로 자리 잡고 있진 않는 듯하다. 누룩향과 함께 고소한 찹쌀 향이 느껴지고, 그 뒤로 포도즙에서 느낄 수 있는 단 향이 은은하게 나타난다. 포도를 과육만 집어넣은 것이 아닌 줄기째 담은 듯한 향으로서, 약간의 가지향과 함께 코를 간지럽히는게 달고 고소하면서도 씁쓸한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어서 모금 머금으면 향과는 달리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술이 혀를 감싸준다. 향에선 어느 정도 건강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맛 역시 비슷한 방향을 가지고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두드러진 산미를 중심으로 하여 맛이 진행되고 있다. 혀를 톡 치는 산미가 지나감과 동시에 약간의 감미가 맴돌고, 줄기에서 느낄법한 씁쓸함이 느껴지면서 코에는 고유의 향이 치고 들어온다. 포도를 통째로 넣어 달인듯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마지막까지 남는 고소함이 꽤나 매력적이다.

적당한 바디감에 향과 함께 퍼지는 풍미가 참 마음에 든다. 향미를 느낌에 있어서 향이란 것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자칫하면 달거나 상큼하다고만 느낄 수 있는 맛을 향이 같이 들어옴으로써 하나의 조화를 완성시켜 주며, 부드러운 질감으로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감미와 줄기나 나무를 연상시키는 고소한 내음이 그대로 남아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때 머무르는 후미의 길이는 5초 정도로서 술이 주는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니 눈을 감고 운치를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달기만한 포도를 기대한 사람에겐 조금 낯설 있는 향미이다. 고소함과 씁쓸함, 산미와 감미를 모두 지니고 있는 술이기에 과육보다는 포도 자체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약주라는 색깔을 가지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형태를 하고 있으며, 그 형태에 포도라는 과일이 덧씌워지니 다채로운 풍미를 뽐내 만족스러움을 선사한다. 산미나 감미 등 각각의 맛들이 크게 앞서는 것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기에 궁금한 사람은 한 번쯤 마셔보길 바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떡갈비, 제육볶음, 육회 등을 추천하고 싶다. 잘 구워진 떡갈비 한 점에 포도 약주 한 잔은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배금도가 포도약주', 포도 자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술이었다. 아직까지 코에 특유의 내음이 남아있는 기분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약 10% 정도,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호박 같은 매력을 지닌 '배금도가 포도약주'의 주간 평가는 4.1/5.0이다. 한국의 포도에 빠져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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