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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pr 18. 2024

투박한 디자인에 더해진 화사한 풍미

- 단순한 외모와 화사한 향미, '술공방 9.0'를 음주해보았다.

요즘 출시되는 술들을 보면 다들 알고 있겠지만 디자인 역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조금 더 특별하고, 조금 더 개성이 넘칠수록 어쩔 수 없이 시선이 더 가게 되며, 시선이 더 감에 따라 손에 들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오늘은 그런 화려하거나 이색적인 디자인과는 반대로 단순하지만 멋스러운 도안을 가진 술을 한 병 들고 왔다. '술공방 9.0 생막걸리', 이 무난하게 생긴 친구는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단순한 외모와 화사한 향미, 술공방 9.0

굉장히 단순한 멋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별다른 장식이나 치장 없이 기다란 병에 술이 담겨 있으며, 끝 부분 역시 간단하게 검은색 뚜껑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전면부에는 라벨 대신 '술공방 9.0'이라는 술의 이름이 굵고 곧은 글씨체로 적혀 있는데, 병 안쪽으로 비치는 어두운 베이지색 빛깔과 상당히 좋은 어우러짐을 보여준다. 요즘 워낙 다양한 디자인들이 출시되다 보니 그리 대단하게 꾸며져 있지 않음에도 그런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술이라고 생각된다.


'술공방 9.0 생막걸리'는 '두아술공방'에서 막걸리 본연의 맛을 지키기 위해 일절의 인공 첨가물 없이 빚어진 술로서, 인위적인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자연주의 막걸리이다.


오염원이 전혀 없는 곳에서 200M 아래의 지하 석간수와 100% 청양 햅쌀만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수제로 만든 누룩과 발효의 조화로 숙성시킨 제품은 쌀 본연의 향이 그득하고 풍부한 맛을 선물한다고 한다.


술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9도, 가격은 5,000원. 혼자 마시기도 좋고 둘이 마시기도 괜찮은 양에 일반적인 막걸리보다 약간 높은 도수, 최근 나오는 전통주들에 비교하면 착한 값을 가졌다. 분명히 전통주에 관심이 있기 전 까진 막걸리 한 병에 5000원이라고 하면 꽤 비싸게 느껴졌지만.. 어째 지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분이다.

잔에 따른 술은 병와 같이 막걸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색깔을 선보인다. 먹음직스러운 상아색에 윗부분은 기포로 가득 차 있으며, 술방울을 보면 질감이 매끄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를 가져다 대니 허브, 사과, 청포도, 시트러스 등 매력적인 과실의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전반적으로 시원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지니고 있으며, 산 향을 중심으로 앞서 말한 과실에 더해지는 감 향이 좋은 어우러짐을 선보인다. 일반 막걸리 보다 도수가 높다곤 하지만 알코올의 역함은 일절 다가오지 않고, 푸릇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화사하게 코를 감싸준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적당히 걸쭉한 막걸리가 입 안을 채워간다. 자연스러운 단 맛과 함께 깔끔한 주감을 지니고 있으며, 약한 탄산이 혀를 툭 치고 나서야 두드러지는 산미와 곡식의 고소함, 그리고 씁쓸함이 나타나 맛을 마무리 짓는다. 술을 마실 때 혀에 들어오는 향 덕분인지 맛에 있어서도 깔끔한 느낌을 가져다주고, 크리미한 질감과 풀의 향내, 과실의 산미가 적절한 조화를 선보인다.

풍부한 바디감에 탄산과 함께 퍼지는 푸릇한 풍미가 매력적인 막걸리이다. 탄산이 있긴 하나 목 넘김에 크게 방해되는 정도는 아니며, 허브에서 느껴질 법한 향미가 술에 잘 녹아내려있다. 목넘김 후에는 미미한 텁텁함과 산미, 감미와 특유의 향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이때 후미의 길이는 약 4~5초 정도로서 여운을 즐기기에도 무난하고, 다음 잔을 준비하기에도 적당하다고 여겨진다.


단순하게 생긴 병에 비해서 그렇게 단순한 맛을 가지고 있는 친구는 아니었다. 전체적인 맛들에서 크게 튀어나온 것도 없기에 큰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고, 향과 함께 전해지는 과실의 산미와 감미는 입에 침을 고이게 만드는데 충분하였다. 개인적으론 화사하면서도 향긋한 이 향이 막걸리의 매력포인트라고 여겨지며, 가격 그 이상의 경험을 가져다주는 친구라고 생각된다. 막걸리를 좋아하거나 푸릇한 맛매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곁들일 안주로는 해물파전, 오징어숙회무침 등을 추천한다. 기존의 막걸리 안주랑도 좋은 궁합을 보여줄 친구지만, 산미가 어느 정도 있다 보니 오징어숙회무침과 함께 하면 좋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술공방 9.0 생막걸리', 투박한 외모에 비해 향긋한 향미를 가지고 있는 친구였다.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고도 이렇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다만 그리 비싸지 않아 그 차이가 크진 않으니 스스로 생각해 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단순하되 단순하지 않은 '술공방 9.0 생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4.0/5.0이다. 한 병이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비워버렸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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