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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로 탄생한 진(GIN)

- 풀바다에 코를 담구다, '나물진'을 음주해보았다.

by 주간일기 Mar 06. 2025

오늘은 독특한 재료로 만들어진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특이하게도 산나물을 이용해 태어난 술로서, 그 풍미가 궁금해 들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나물진', 이름 그대로 나물을 이용해 만든 이 진이 과연 어떠한 향미를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풀바다에 코를 담구다, 나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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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겉으로 보이는 외관부터 상당히 신경을 써놓은 것을 곧바로 알 수 있다. 병의 형태 자체는 이 용량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전체를 묵색으로 칠해 고급스러움을 더하였으며, 나무 재질로 이루어진 마개는 산나물을 나타내는 녹색의 띠지로 덮여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병의 전면부에는 '나물진'이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한복을 입은 한 여인이 산나물 바구니 옆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역시 검은 바탕에 연두빛으로만 그려내어 술의 캐릭터를 잘 나타낸듯 하다.


'나물진'은 '브리즈앤스트림'에서 흔한 식재료의 색다른 변신을 시도해 탄생한 술로서, 돌미나리, 참나물, 오이 등의 산나물을 이용해 만들어낸 '진(GIN)'이다.


평소 우리가 반찬으로 먹는 나물들의 상큼하고 향긋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주니퍼베리의 맑은 솔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47도, 가격은 38,0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부족하지 않을 양에 일반적인 위스키보다 조금 높은 알콜 함유량, 마찬가지로 엔트리급 위스키정도의 금액을 지니고 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약간 부담될 수 있는 값이지만, 새로움이 만족스럽다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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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에 따른 술은 굉장히 맑고 깨끗한 자태를 자랑한다. 이물감 하나 없이 계곡물을 따라 놓은 것 마냥 흔들리고 있으며, 잔벽을 따라 떨어지는 술방울 역시 매끄럽기만 하다.


코를 가져다 대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산뜻한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주니퍼베리, 미나리, 산나물, 오이, 귤과육 등의 다채로운 재료가 조화롭게 다가오며, 이 중 주니퍼베리의 향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형태이다. 앞서 말한 향긋한 냄새들이 윗 부분을 크게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도수에 비해 알콜은 잘 느껴지지 않고, 이후 코를 가까이 대고 나서야 맵싸한 느낌이 안을 스치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향을 맡기 전에는 산나물과 주니퍼베리가 잘 어울릴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따로 놀지 않고 주니퍼베리와 함께 자리잡은 시원한 돌미나리 향이 꽤나 만족스럽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씁쓸한 나물이 혀를 감싸 안는다. 술 자체의 맛이 궁금해 첫 잔은 스트레이트로 들이마셨고, 들이키지마자 향과 같이 향긋한 쌉싸름함이 코와 입을 가득 휘감았다. 향에서는 비교적 덜 느껴졌던 알콜을 확실히 직접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목구멍 아래로 고도수 특유의 따뜻함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약간의 감미와 고미, 허브, 주니퍼베리, 오이껍질 등의 맛이 나타나고, 술을 마셨을 때 혀 보다는 코에서 조금 더 큰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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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잔은 토닉과 얼음을 섞어 음주해보았다. 확실히 이전보다 마시기가 훨씬 편하다. 조금의 단 맛이 추가 된채로 주니퍼베리와 산나물의 향기로운 씁쓸함을 느낄 수 있으며, 스트레이트와는 달리 알콜의 부담이 없어 특유의 캐릭터만 따로 맛볼 수 있어 호불호가 덜 갈릴 향미이다. 토닉 특유의 감미에 설탕, 주니퍼베리, 산나물 계열의 푸릇한 미감이 코와 혀에 감돈다. 개인적으론 자신이 진한 향미를 좋아한다면 니트를, 그게 아니거나 술을 편하게 마시는 사람이라면 섞어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목넘김 이후에는 씁쓸함과 같이 고유의 향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향긋한 풀내음이 코에서, 씁쓸한 감미가 에서 4~5초 정도 머무르다가 사라진다. 산에 잔뜩 나있는 풀에다가 코를 딱 붙였다가 뗀 느낌이다. 눈을 감고 몸 안쪽으로 스며드는 푸릇한 풍미를 감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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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한국적인 진이었다. 알콜의 역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향미도 그렇고, 산나물의 풀내음과 미나리의 향긋함, 거기에 주니퍼베리로 이어지는 향의 어우러짐을 정말 잘 표현했다. 사실 주니퍼베리의 향미 자체가 어느정도 양부가 갈리기에 여기에 대한 생각의 차이점은 있을 수 있으나, 풀밭내음을 조화롭게 구현한 것은 잔을 여러 번 반복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풀바람 처럼 퍼지는 향기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보길 바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삼겹살, 갈매기살 등의 고기 구이를 추천하고싶다. 잘 구운 삼겹살 한 점과 '나물진' 한 잔은 만족할만한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다.


'나물진', 자신만의 매력을 확실히 가진 친구였다. 진을 좋아한다면, 한국적인 느낌을 좋아한다면 권하고 싶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10% 이상 차이가 난다. 잘 살펴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산나물과 진의 만남, '나물진'의 주간 평가는 4.2/5.0 이다. 풀바다에 몸을 담구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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