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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Jul 09. 2024

과한 선물의 시초

원하지 않는 배려

2024년 4월 24일 수요일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날씨가 어제와 다르게 추워졌다 쌀쌀한 기온 때문에 여름같았던 어그제와 다른 날씨다. 몇 일전 기모만 입고 다녔던 아이는 갑자기 반팔로 옷을 바꿨다. 오늘은 두툼한 옷을 입고 가야 되는 데 날씨따라 옷을 바꿔 입는 것이 아직 어리숙한나이인가 보다. 반팔과 얇은 바지를 입고 계속 재채기를 하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아들이 추워보였다. 아들이 도와 달라고 한 건 없는데 재채기와 기침을 연발 하는 게 자꾸만 신경 쓰인다. 나에게 도와달라고 얘기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재채기 소리가 나에게 따뜻한 옷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것이 엄마 마음인가.


무심히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현관을 나서는 아들이 현관 밖에서도 계속 재체기를 하고 코를 푼다. 학교에 갈 동생들 챙겨 주느라 나가는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현관 밖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가 아들과 가까이 있는 느낌이다.


뒤늦게 인사라도 해줄까 싶어 부랴부랴 엘레베이터 앞으로 나갔는데 아들은 이미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복도가 쌀쌀하다. 생각보다 밖이 더 춥게 느껴졌다안되겠다 싶어 잠바 와, 까먹고 안챙겼을지도 모를 우산을 챙겨 아이를 따라 나섰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일층에 내려 가는데 생각보다 아이가 멀리 가 있었다.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 아이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먼 발치에서 아이의 이름을 크게 부른 것이 혹여 부끄럽지 않을까란 생각을 잠깐 했을즈음 아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너무 춥다 잠바 갖고가”

 

아이는 나를 향해 양 팔을 크게 엑스로 만들어 보여준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얇게 옷을 입고 가는데 말이다. 아침부터 재채기 기침  콧소리 코막힘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는데도 그냥 간다니. 청소년의 뜨거운 의지로 서늘함을 버틸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어찌해줄 도리가 없다. 아이가 손사례 치는 모습을 보고 잠바를 주지 못한 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필요 없다고 했다. 나는 아쉬웠지만 아이가 원하는 바라 그러하다면 추운 날에 아들을 그냥 바라보는 것은 엄마 몫이다.



아들이 느낀 그 비슷한 감정은 내가 김장철에 느끼는 그 감정과 비슷할 수 있겠구나 어림짐작 해본다. 친정 엄마가 예고 없이 보내는 10키로 넘는 김치와 반찬들 그리고 수시로 하는 가래떡을 보내주실 때, 받는 그 느낌이려나. 엄마에게 ‘괜찮다’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 버리게 된다.’ 이야기 하지만 계속 보내는 일련의 이 일들을 의 내 감정을 돌이켜보면서 사춘기 아들을  챙겨주고 싶어했던 내 지금의 마음이 훗날에 김치 챙겨주게 되는 나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아이의 모자르던 부분을 보아왔던 부모는 그들의 눈에 아이일 수 밖에 없는데. 아이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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