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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Jul 15. 2024

거울치료

백문불여일견


‘백문불여일견’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뜻으로,

무엇이든지 스스로 경험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옛말이 틀린 말 하나도 없다는 걸 자주 깨닫는 일이 많아진다.

사춘기 아들내미 머리는 장발이었다.

중학교 입학 해 교문을 들어서던 그 순간부터였을까

아들은 매달 가던 미용실에 발걸음을 끊었다.

삽살개마냥 앞머리가 눈을 덮고 있는데도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


엄마인 나만 답답한 건지,

보는 사람들만 답답한 건지,

참을 수 없는 사람이 먼저 움직여서

아들을 미용실에 끌고라도 가면

머리를 자른 것도 아닌 왜 미용실에 갔는지 모를 정도의 이발만 하고 돌아왔다.

“어떻게 잘라줄까?”

“길게요.”


길게요. 이 말은 자르지 말라고 하는 단호한 경고와 같았다.

가나 마나 한 미용실.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니

본인이 자르고 싶을 때까지 미용실엔 데리고 가지도, 가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아들이 내게 와서 말했다.

“엄마, 미용실 좀 예약해주세요.”

“지금 머리에서 눈곱만큼만 다듬을 거면 가지 마. 돈 아까워.”

“아니에요. 머리 좀 잘라야 할 것 같아요.”

어라? 이게 무슨 일이지?

사춘기가 지나간 건가. 설마… 그럴 리가..

“무슨 일이야?”

“친구가 저보다 머리가 엄청 길거든요? 거참 보기가 좀 그렇던데요?”

“아….. 친구 머리는 어떻길래.”

“많이 길어요. 지저분해 보이더라고요. 더러워 보이기도 하고… 아하하하하 “

그렇게 아들은 스스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예쁘게 자르고 왔다.

어른들이 보기에 예쁜 머리는 아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반나절 시큰둥해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머리 자른 아들이 너무 고와서

하루종일 싱글벙글 예쁘다 예쁘다 해줬다는 일화.

머리에 관해서는 일절 이야기 안 했는데

또래친구를 보면서 스스로 느끼며 알아서 변화하는구나.

이게 커 가는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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