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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Jul 01. 2024

나의 시계와 너의 시계의 속도는 다르다 (2)

시간을 태우면 언젠간 깨닫는다.

중학교 1학년,

새 학교, 새 학년, 새 학기, 새 반, 새로운 친구들

이 모든 것에 “새”가 붙으면 설렌다.

‘새롭다.‘ 가 주는 잔잔한 떨림, 그리고 학교에 늦지 말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긴장감 그 긴장감으로 맞춰진 그들의 시계.

이때는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보다도 일찍 학교에 간다.

중학교 2학년,

새 학년, 새 학기,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익숙해진 공간 때문인지 어제 그곳이 그곳 같고 새로운 친구들은 한 번쯤 복도에서 만났던 친구들이라 새롭지 않다.

익숙해진 그곳에서의 시간은 마냥 느리게만 간다.

중학생 아들의 첫 기상 시간은 7시 15분이었다.

매 달 조금씩 몇 분씩 뒤로 가더니 중학교 2학년 기말고사를 앞둔 지금의 기상 시간은 7시 45분.

집에 있는 초등학생들보다 늦게 일어나는 중학생의 모습을 보니 뜨악하기 시작한다. 7시 15분에 일어나라고 깨우지만

아들의 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간은 본인 마음이기에

자신의 시간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사춘기 시절 엄마와 자식이 싸우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서로가 보는 시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에 보여줬던 등교 준비 태도와 지금은 사뭇 달라 무척 속상하고 답답하지만,

그것 또한 아들이 스스로 겪으면서

넘어가야 하는 배움의 산이라  생각한다.


엄마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지 않는다.

이미 윽박질러보고 화도 내보았지만 결국 되지 않아

최소한의 공지는 해준다.

“본인의 시계는 본인이 맞춰야 해. 결국 너도 알게 될 거야.”

그것이 잔소리로 들릴지언정.

어른이 되어 잔소리는 안 할 줄 알았는데

친정 엄마께서 나한테 이야기 한 나이 때쯤 나도 아들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게 될 줄이야.

조금 일찍 태어나 먼저 시간을 써서 태우면서 배운 것들을

아들에게 컨닝 페이퍼처럼 알려주고 싶을 뿐인데.

그게 참 안된다.

신기하게도 그 컨닝페이퍼를 볼 수 없고 듣지 못하게 하는

젊음의 내재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인간의 시스템은 참 재밌구나.



우리가 보내온 시간들이 마냥 다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 옳다고 생각하는 건 어른의 오만이다.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흘려보내고 태워버리면서

 깨닫는 배움이 가장 큰 배움으로 다가오겠지.



평소 아들이 아침을 먹고 가는데

5분씩 밀린 기상시간이 어느새. 7시 45분이 되어

씻는 시간도 부족하고 심지어 밥 먹는 걸 포기해야 했다.

밥을 포기하고  잠을 선택한 듯하다.

처음으로 아침밥을 먹고 가지 못하는 아들을 보면서

본인이 배고프면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밥을 먹겠거니 하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자식의 시간이 아쉽다고

아들의 시간까지 내 것인 것처럼 휘두르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들은 자신의 시간을 태우며 무엇인가는 꼭 배우고 있길 바라본다.


오늘도 온 우주가

아이들의 무탈한 하루를 지켜주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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