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상담실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동시에 마시고 싶은 날이다.
막내의 등교 친구가 비는 날이라 같이 현관문을 나서 등굣길 가는 길에 커피를 사 오기로 했다. 막내와 뜨아와 얼죽아에 대해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시간 약속과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등교를 함께 하는 친구들이 약속 시간을 어기는 일이 많아 고민이었던 딸은 나에게 물어보았다.
“친구가 약속을 안 지키는데 어떻게 해야 해?”
“음~ 친구를 바꿀 수 없으니 네가 좋으면 기다려주던지 아니면 혼자 가야 해.”
“엄마 T야? “
“살아보니 그래.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더라고. 기회가 돼서 친구가 바뀌면 감사한 거고.”
”친구 기다리다가 집 앞까지 간 적이 있는데... 그다음 날부터 그 친구가 집 앞까지 와달래. “
”고마워하고 약속 장소로 다시 오는 친구가 있는 반면, 어차피 넌 일찍 나올 거니 내 집 앞까지 와달라고 하는 친구가 있는 거지. 네가 좋아서 할 수 있다 생각된다면 불만 없이 흔쾌히 해주고, 그렇지 않다면 약속 장소는 처음처럼 지키자고 말하는 것이 나아. 그리고 불만을 가지면 안 돼. 해주면서 불만을 갖는 건 관계를 안 좋게 해.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졌을 땐 안 하면 되는 거지. 네가 좋아해서 할 때는 불만을 가지면 안 돼.”
딸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고민과 어른의 고민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꼭 사랑이 불멸의 주제처럼 인간관계 또한 비슷한 이슈라고. 애나 어른이나 인간관계는 어렵다고.
“엄마는 친구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 친구는 엄마 친구들이 많을 땐 사람들을 의식하는지 인사를 참 잘하는데(사람들은 그 친구가 착하대), 사람들이 없으면 인사를 안 하고 그냥 지나쳐 가. 어쩔 땐 날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가. 꼭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
“그 친구 이미지 관리하는구나. 나도 그런 친구가 있긴 한데.. 가서 물어봐? 나 맘에 안 드냐고.”
“인사를 안 하기도 그렇고 인사를 했는데 안 받아주면 또 마음이 그렇고. 살아보니 이런 것들이 되돌아보면 별 것 아닌 것들인데.. 인사가 그래.”
“친구들도 그래 엄마. 친구들은 기분이 안 좋으면 인사를 씹어.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면 또 밝게 인사해. “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건 당연해. 당연한 거야. 엄마는 미움받을 용기가 이 나이까지도 아직 없는 건지. 적응이 안돼. 안 보면 되는데... 그래도 엄마는 그 친구에게 티는 안내. 너도 그래? “
고작 10분 안팎 등굣길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사춘기를 앞둔 막내와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