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친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아이는 가방 속에서 꾸깃꾸깃한 성적표를 꺼냈다.
그리고 다시 손을 가방에 쑤욱 깊게 넣어 노란색 종이도 꺼냈다.
"아앗. 구겨졌다. 구겨지면 안 된다고 선생님께서 말했는데..."
10번은 더 접은 성적표를 나에게 싹싹 펴서 주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작은 주사위만했던 성적표 종이를 펴고 펴니 A4만 하게 되었다.
중학교땐 그 누구에게도 성적표를 보여주기 싫은데...
"보여주기 싫으면 안 보여줘도 돼."
"아니야. 못한 건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 나는 당당해."
"엄마는 성적표 보여주기 싫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넌 그렇지 않은가 봐."
나는 가볍게 이 상황을 넘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
성적표와 함께 나에게 쥐어진 노란색 편지지
담임선생님께서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달라는 글이 있었다.
올초에 도덕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학부모말을 구글폼으로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모바일로 가볍게 써서 보냈는데 아들이 반 친구들과 함께 들은 나의(엄마) 글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던 것만 기억난다. 난 뭐라고 썼던 거지? 그 글을 남겨두지 않아서 참 아쉽다.
오늘의 편지는 먼 훗날을 위해 남겨본다.
편지글은 아래와 같다.
(아들의 이름)야
중간고사 공부한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면서
한켠으론 뛰어놀아야 하는 시기에 의자에만 앉혀놓은 거 같아 안쓰럽고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그렇단다. 이 시기에는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떤 걸 하면 네가 잘하는지 행복을 느끼는지, 무엇을 하면 슬퍼지는지를 알아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단다.
학교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겠다만 남의(많은) 생각을 배울 수 있는 건 책이 좋더라.
물론 요새는 다양한 사람들이 유튜브에 자신을 노출시켜 많은 걸 알려주지만
알고리즘에 갇히는 순간 철창 안의 새가 되는 것 같더라.
학교 다니느라 학원 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해 책을 가까이할 시간이 부족할지라도
조금만 시간을 내어 책을 읽으렴. 독서는 네가 가장 힘들고 고민이 되는 순간에 너에게 길이 되어주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될 거야. 그러다 보면 네가 필요할 때 공부도 하게 되지 않을까?
아들아. 엄마가 많이 사랑해. 항상 건강하자.
-엄마가-
편지글을 써놓고 내가 너무 이상주의자인가, 싶었지만
세 아이들을 키워보면서 느끼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이들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일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