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선물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네가 갖고 있는 것들을 내놓아야 한단다.”
“그게 무엇인데요?”
“그건 알 수가 없어. 하지만 선물과 교환해야 한다는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간절해질 거야.”
[응에, 응에]
산부인과에 너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포대기에 안락하게 싸여있는 너의 모습. 나의 작은 두 손바닥에 쏘옥 들어가는 너를 만났다. 우렁차게 울던 너의 소리를 듣고 건강하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너를 만났을 땐 눈커플이 붙어있어 너의 눈은 언제 뜨나 나의 고개는 너를 요리조리 살펴보기 바빴다. 너의 쭈글쭈글한 회색 빛 도는 피부를 보면서 사진 속에서 보던 뽀 하얀 아기들과 다른 너의 얼굴이 생소했다. 아기들은 하늘에서 온 천사라 다 하얗고 예쁘다고 하던데 회색 구름 속을 파헤쳐 내려온 건지 회색 빛이 감도는 쭈글쭈글한 피부인 너를 바라보며 광고 속에서 나온 천사 같은 아이는 아니었다. 광고와 현실은 이런 부분에서도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다니. 나의 첫 번째 선물을 만났을 때 느낌은 이러했다. 그런 모습에도 너를 사랑했다. 내가 갖고 싶었던 선물이었다.
꿈에 그리며 갖고 싶었던 첫 번째 아이의 태명을 부르며 두 손 위에 올려놓은 아이가 혹시나 떨어질까 조심스럽게 너를 안았다. 너를 그렇게 만났다.
너를 갖기 전에는 나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일 중독자였다.
너를 만나러 가는 나에게 물었다.
“너의 소중한 것 하나를 내놓아야 가질 수 있는 것이란다. 넌 무엇을 내놓을 수 있니?”
“지금의 하는 일의 반을 내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
아이를 임신하고 나는 일을 반을 줄였다.
첫째를 임신하고 직장을 옮기고 근무 양이 반도 안 되는 일터로 직장을 바꿨다.
너를 갖고도 주말에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간 많은 일을 했어서 여유롭게 주어진 이 시간이 행복하다 느낄 정도였다.
너는 나의 커리어와 맞바꾼 선물이었다.
선물을 받고 열린 나의 신세계는 새로운 퀘스트를 연 느낌이었다.
너로 온통 물든 나의 세계.
네가 눈을 뜨는 시간부터 시작되는 나의 세계.
눈 감고 자는 시간까지 너로 인해 세상의 시간이 돌아갔다.
나의 시계는 오로지 너의 시계에 맞춰 있었다.
밥 먹는 시간조차 잊어버리는 나는 네가 밥을 먹는 것만 봐도 행복했다.
네가 웃으면 덩달아 행복했고 숟가락을 던지며 밥을 안 먹으면 슬퍼했다.
네가 밥을 먹으며 조는 모습까지도 사랑했다.
나의 시간은 온통 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