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건 싫다.

by 블링

'폭싹 속았수다' 1막을 보며 눈물 콧물 다 빼고 우울해졌다.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서 2막부터 보지 않았다.

아이들 학기가 시작되고 밝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지금 순간 드라마건 영화건 우울한 건 싫다.


감기처럼 전염되는 감정들 때문에 더라도 마음속 잿빛 구름을 깔아놓게 된다. 우울한 마음을 일부로 만들지 말아야지. 밝고 맑은 에너지를 받으려고 예능을 틀어놓는다. 한껏 웃고 나니 기분이 훨씬 나아진다.


학기가 시작되고 아이들 고민을 들어주다 보면 그 감정들이 습자지처럼 나에게 물든다. 그간 체득한 연륜으로 대왕 T처럼 해결을 해주긴 하지만 아이들 감정을 받는 건 어려운 일이다.


몇 년 사이 초등학생들은 죽고 싶다는 말들을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꽃다운 애들이 그런 말들을 쉽게 할 때마다 저땐 저럴 수 있는 건가 싶고. 그런 말들을 듣고 있으면 내가 오래 살려고 버둥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건 우리 집 막내. 그녀는 사회화된 탑 T. 다행인 건 그녀는 나처럼 감정으로 물들지 않는다는 것.


어쨌거나 쪼꼬만 한 애가 쪼꼬만 한 애들 고민 들어주고 그것을 나에게 또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난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 보니 학기가 시작됐구나 했다.



어제는 막내가 세명의 친구들을 살렸다고 한다.

가볍게 들으려고 했는데 가볍지 않았던 이야기.

살린 아이들 이야기나 들어보자 했는데...



한 친구가 죽고 싶다고 그랬다고 한다.

그 친구가 울면서 고민을 토로할 때 막내도 답답했다고 한다. 이유야 성적이었고, 부모님께 성적으로 혼나서 그런 거라고 말했다. 막내는 "죽지 말고 세븐틴 오래오래 보려면 살아야지. 세븐틴 볼 생각으로 살아."라고 했단다. 초등학생이 초등학생에게 할 수 있는 해결안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세븐틴 콘서트 예매를 성공해 콘서트를 다녀왔다고 한다. 어쨌든 그런 애가 하나 있고.

(세븐틴이 안 좋은 일에 엮기지 말길 바라며...)



또 다른 한 여자애는 학교에서 일이 있었는지 막내에게 흐느끼며 죽고 싶다 그랬다고 한다. 어휴.

왜들 그래. 나라면.... 놀기라도 막 놀겠는데... 감정이 요동치는 시기라 그런가.

중압감에 힘든 건지 뭐 때문에 힘든 건지 막내는

"너희 부모님이 널 어떻게 낳아서 키웠는데 살아야지."

이런 소릴 해줬다고 한다.

누가 누굴 위해 사는 건지 원.

너희 부모님은 너 이러는 거 아시니.

들으니 너무 슬프다.



행복한 사람은 불행을 다루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인생의 디폴트는 불행이라는 니체의 말이 있듯이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이 불행을 다루는 법을 차근차근 배우면서 행복한 아이들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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