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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Oct 22. 2024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는 아이 (2)

2024년 10월, 중2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 날은 둘째와 셋째가 모두 친구들과 놀러 나가느라 집에 남편, 나 그리고 첫째 아들이 집에 있었다. 

동생들 없을 때 아침 화장실 이용 시간을 다시 찬찬히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들의 의외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엄마 학교에서 똥을 쌀 수가 없어.”

 

처음 듣는 이야기다.

 

 

“내가 똥 싸러 들어가면 애들이 모여서 여기 누구누구 똥 싼다. 이러면서 아이들을 불러 모아. 그리고 애들이 대하에 물을 받아서 물을 부어.”

 

이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남편은 웃으면서 말했다.


“남자애들은 원래 그래. 이쯤 때 다 그래. 자긴 안 그랬어?”

“남자들은 화장실 문을 닫고 들어갈 일이 없잖아. 이 나이대에 담배를 피우러 들어가거나, 아니면 똥 싸는 거지. 남자들은 그래.”

 

이미 과거에 겪어본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남편이 껄껄거리며 이야기한다.

안심하라는 제스처를 봤는데도 나의 굳은 표정은 펴지지가 않는다.


이제까지 아들에게 한 말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미안함 감정이 급물쌀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똥을 싸면 친구들이 모여서 변기에 앉은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똥을 싼다고 놀리기 때문에 아침에 무조건 똥을 해결하고 학교에 가야 했다.

안나오면 나올 때까지 앉아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고 나니, 그간 차갑게 군 게 미안하다.

왜 이제야 이런 이야길 해주는 거지?

 


남자들은 학교에서 똥을 싸기가 어렵다니.

여자인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남자들의 화장실 상황이지만, 

이제라도 알게 돼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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