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하려고 바쁘게 준비하는데 아들이 무심코 신문 한 장을 건넨다. 펼쳐보니 아들이 재학 중인 대학교 학보이다. 지난 학기부터 학보사 수습기자로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은 기억이 난다. 돌이켜 보니 가끔 새벽 2시-3시에 들어온 것도 기사 마감을 위해 늦게까지 원고정리를 한 것이었다. 그 결과물이 오늘 나왔다고 아빠에게 시크하게 자랑하고 싶은 게다. 신문을 펼쳐보니 아들 이름으로 작성한 기사가 2건 있다. 첫 번째 기사는 청소년 자살률의 심각성, 두 번째 기사는 간호사법 제정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을 기사화한 것이다. 대학교 2학년 생이 다루기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객관적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나름 필자의 대안까지 제시하는 논조에서 기자의 냉철한 분석력과 통찰력이 엿보인다. 신문을 펼친다.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고 본문을 읽기에 앞서 아들 이름 석자 '김주성'에 먼저 눈이 꽂히는 것은 부모로서 느끼는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아들은 학창 시절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부터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가면 서점으로 달려가서 마법천자문과 WHY 등 과학서적, 역사서적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정치경제와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리더를 하였으며,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정치, 경제, 자연과학,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탐독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 전공을 사회학으로 정하고 SKY 입학을 목표로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학업 외 요소에 더욱 열중한 나머지 본인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였다.
1년 재수까지 감행하며 본인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으나 현실의 벽은 녹록지 않았다. 아빠는 법학, 행정학, 경영학 등 소위 취업에 유리한 베스트셀러 학과를 권유했다.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상당히 포괄적 분야이고 순수학문 성격이 강하여 현실에서 크게 효용성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과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들은 사회학을 배우겠다는 본인의 뜻을 결코 굽히지 않았다. 경험칙상 대학전공과 사회진출분야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복수전공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 등을 타협점으로 아들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아들이 이처럼 사회현상과 사회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나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행정학을 전공한 나는 정치와 경제, 사회, 국제관계 등에 관심이 많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TV뉴스를 보며 주요 이슈에 대해 분석하며, 언론에 기고하고 페이스북 등에 민감한 이슈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업로드하는 등 SNS 활동이 아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분석한다.
아들도 대학입학 이후에는 기후위기 대응전략 등 주요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서 식탁에서 먼저 화두를 던지며 본인의 주장을 강력하게 어필한다. 간혹, 좋게 시작한 토론이 논쟁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아들의 사고력이 깊어지고 확장되는 것이 부모로서는 뿌듯하지만 가끔 편향된 관점에서 사건의 본질보다는 현상에 집착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적 사고능력을 키울 것을 조심스럽게 조언한다.
다음번 아들이 쓰고자 하는 관심분야와 주제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아들과 둘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아들의 미래, 직업, 결혼... 21년 동안 이런 주제로 아들과 대화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부끄럽다. 그러나 이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다. 퇴직을 앞둔 50대 아버지와 취업을 앞둔 20대 아들의 세대공감 토크. 부자지간 소통은 가능할까? 짜릿하고 흥분되는 경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