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파 전광훈목사(사랑제일교회)VS 여의도파 손현보목사(세계로 교회)
2025년 2월 15일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개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대규모집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탄핵 찬성과 반대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광주광역시 금남로가 갖는 상징적 의미로 광주에서 대통령 탄핵반대 대규모집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980년 5월 18일 전두환 등 신군부 비상계엄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광주광역시 희생자들의 영령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1980년 5월의 광주와 2025년 2월의 광주는 시간의 흐름만 존재할 뿐 '비상계엄'이라는 실체적 측면에서 다른 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진행 중인 대통령의 탄핵심판 반대를 주장하는 광주 금남로 대규모집회는 보편적 상식과 가치관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왜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금남로 집회를 주관한 기관이 기독교단체 SaveKorea이고 이 단체를 운영하는 대표가 부산광역시에서 3번째 규모인 세계로 교회 손현보 담임목사라는 점이다. 손현보 목사는 2024년 10월 27일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을 반대한 여의도 '한국교회 연합예배'를 주관하여 일약 보수 기독교세력의 핵심리더로 급부상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을 영입하여 탄핵반대 등 대규모 정치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손현보 목사가 보수주의 기독교세력의 혜성같이 떠오르는 Rising Star라면 기독교 정치세력의 절대강자는 서울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이다. 전광훈 목사는 2019년 1월 한국기독교 총 연합회 회장직에 당선되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하야 범국민투쟁본부를 출범시키고 집회를 이어가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는다. 사랑제일교회 공예배를 광장예배 형식으로 옮기기까지 하며, 한때 보수세력 측에서는 그를 장외투쟁세력의 거물로 여기기도 했다. 2020년 들어서는 전국 각지를 돌며 기도회, 애국집회를 열고 있다. 때로는 비성경적이고 극단적 발언으로 교단의 반발을 사기도 하지만 그의 발언은 일부 극우화된 보수 정치세력의 정치프레임과 궤를 같이 하며 보수주의 정치세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집권여당 국회의원이 그의 정치적 발언에 동조하거나 광화문 등 대규모 집회에 유력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손현보 목사와 전광훈 목사는 보수주의 기독교 틀 안에서 공동운명체로 활동하였으나 최근 윤석열대통령 탄핵집회를 두고 손현보목사는 여의도에서 집회하여 '여의도파', 전광훈 목사는 광화문에서 집회하여 '광화문파'로 불리고 있다. 개신교가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로 교파가 다양한 것은 알지만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폭력집단 우두머리처럼 정치세력 근거지에 따라 여의도파, 광화문파로 불리는 상황은 기독교계가 복음주의 신앙으로 나가지 못하고 정치적 이념으로 사분오열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왜 교회가 아닌 거리에서, 광장에서 국민갈등을 조장하고 사회를 분열하는 정치구호를 외치는 것일까?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을 다수의 교회는 왜 침묵하는 것일까? 교회의 침묵은 기독교 정치세력화를 간접적으로 동조하는 시그널일까? 아니면 정치적 중립 스텐스를 유지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기독교의 정치세력화는 바람직한 것일까? 수많은 의구심이 들지만 해답을 얻기 어려운 주제이다. 한국에서 '정치'와 '종교'는 민감한 주제로 보편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2가지 주제가 유기적으로 혼합되어 TNT처럼 폭발력 있는 이슈로 변화되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않는다. 유튜브 등으로 지적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다.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정치세력화한 시점은 코로나 이후라고 생각한다. 당시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쓰나미처럼 덮쳐버렸고 3년여 이상 인간의 생활을 외부와 격리시켰다. 해외여행, 가족모임, 교회예배 등 종교집회는 방역이라는 국가정책적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이 일시적으로 제한되었다. 정부의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예배를 강행한 부산세계로 교회는 6차례 이상 교회 폐쇄조치를 당하였다. 코로나를 유발한 중국에 대한 반감과 당시 진보진영 문재인대통령 방역정책은 종교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인식되었다.
반면, 보수정권이 주장하는 반공산주의 이념과 동성애 반대 등 정책은 교회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이념적 수단이 되고 있다. 북한, 중국 등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산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보수정권의 정치논리와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존중하는 기독교 교리는 보수주의 정치세력과 기독교 양측의 필요를 절묘하게 충족시킨다. 보수정권은 기독교 주장을 수용하고 기독교는 보수세력을 지지하고 지원하며 보수정권과 기독교는 긴밀히 협력하여 정권의 창출과 종교의 자유라는 가장 큰 거래를 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려 움직이고 있다. 현재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기독교의 극우 정치세력화에 대한 문제점과 자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기 시작한다. 먼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등장한 전광훈 목사와 손현보 목사 등 기독교 정치세력은 대한민국을 보수와 진보로 양분하고 진영 간 갈등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2025년 1월 19일 윤석열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저항으로 일부 극우유튜버들은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하여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판사를 찾아 협박하려고 하는 등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동을 일으켰다. 그 결과 폭동을 주도한 인물로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2명이 구속되었다. 기독교가 비상계엄으로 훼손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전광훈 목사가 주장하는 국민저항권은 국민 누구로부터 어떤 방법으로 위임받아 행사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또한 손현보 목사는 부산세계로 교회 설교 중 야당대표를 향해 "이 00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과격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성도들이 이를 반복하는 영상은 복음을 전파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에서 공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인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목회자가 설교상 필요에 의해 예화 또는 인용으로 특정인과 특정상황을 비유하여 언급할 수는 있지만 특정정치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직선적이고 과격한 인신공격성 메시지는 기독교지도자로서는 부적절한 처사이다. 그 같은 설교가 유튜브를 통해 크리스천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전파되었을 때 복음전파와 전도의 사명을 성도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도의 문은 점점 닫히고 있다.
크리스천으로서 교회목사님들의 언행에 대한 비판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접하는 기독교 지도자들의 과격한 발언과 행태는 성경적이지도 신학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성경은 "네 원수를 사랑하라"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말씀으로 이웃과 국가에 대한 관계를 간략하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내 의견과 맞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도 헌법기관인 사법부를 국민저항권이라는 명분으로 무차별 훼손하는 일부 극우 기독교세력의 정치행태는 성경 속 예수님의 가르침과 부합된다고 보이지 않는다.
현실과 떨어진 종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보건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등 호국불교, 조선시대 승려의 의병활동, 1919년 3.1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16명의 기독교인과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반대운동, 1980년대 민주화투쟁을 위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활동 등 종교는 어두워지고 썩어가는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 기독교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님을 중심으로 극우정치세력화하고 있다. 위험한 징조이다. 갈등을 통합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담당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다. 죄 없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대속하여 피 흘리심으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신 위대한 종교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기독교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지? 정권의 친위부대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려고 교회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수님께서 피 흘려 돌아가신 십자가를 조용히 바라보고 묵상할 때이다. 초대교회의 신앙을 회복하려는 대각성 운동이 광주 금남로 집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