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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Dec 15. 2024

계엄과 탄핵. 추락하는 대한민국

'정치적 불확실성'이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이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대한민국 서울에서 직접 보고도,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TV에서 즐겨보는 군사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를 시청하는 도중 갑자기 화면 아래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는 황당한 자막이 뜬다. 이게 뭐지? 하고 채널을 돌려서 뉴스 프로그램을 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화면에 등장하더니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는 담화를 발표하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아니다. 법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라도 계엄이 어떤 것인지 일반시민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1980년 5월 전두환, 노태우 등 육군사관학교 출신 사조직 "하나회" 신군부세력이 군사쿠데타로 광주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그때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2023년 황정민, 정우성 주연의 1,000만 영화 '서울의 봄'이 비상계엄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일단, 대통령의 담화내용을 차분히 들어보았다. 대통령이 발표한 비상계엄 사유는 야당의 예산삭감, 국무위원 탄핵, 반국가세력 선동 등이다. 대통령은 야당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패악질" "광기" 등 대통령의 언어로 보기에는 매우 거친 표현들을 마구 쏟아낸다. 대통령의 담화가 아닌 개인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정치, 시사 등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대통령이 지적하는 현실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야당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향한 정치공세는 일응 과도한 측면이 존재하고 그 결과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부분적으로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제시한 야당의 여러 가지 국정방해 행태가 헌법에서 규정한 비상계엄 사유인가? 제일 먼저 의구심이 들었다. 핸드폰을 열고 헌법을 검색해 본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는 계엄선포의 조건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계엄선포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한정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대한민국의 상황을 과연 계엄 선포요건인 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을까? 웃음과 탄식이 동시에 나오는 웃픈 상황이다.


국회의 예산심의권, 국무위원 탄핵소추권은 헌법과 법률에서 규정한 입법부의 제도적 권능이다. 즉, 국회는 법적으로 주어진 권한을 헌법과 법률의 범위에서 적절히 사용할 수 있고 그 권한행사의 남용은 정치적으로 논의하고 위법적 사항이 있으면 사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6개월 동안 반복되는 대통령 거부권, 국회의 국무위원 탄핵소추권 등 정치적 갈등상황을 정치적 해결수단이 아닌 원활한 국정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군사적 수단인 게엄권을 적법한 절차 없이 임의적으로 발동한 것은 위헌, 위법적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선포를 야당을 향한 경고성 수단으로 사용했다"라는 발언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계엄 선포 전에 반드시 법적으로 이행해야 할 국무회의 심의절차, 계엄선포 후 국회 통보절차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무력으로 진입하여 헌법기관의 정상적 기능을 방해한 것은 차후 사법적 심판으로 그 정당성 여부를 평가받아야 한다. 판례가 계엄을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인정하고 있지만 헌법과 법률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절차적 요건과 실체적 요건을 초월한 행위까지 통치행위로 용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2월 3일 밤 22시. 계엄포고령 발표 이후 상황은 더욱 급속히 전개된다. 23시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포고령 1호가 발령된다. 포고령은 1980년 신군부 쿠데타 포고령 10호를 베껴온 것처럼 보인다. "모든 정치활동 금지. 언론검열 및 통제, 전공의 미복귀시 처단.." 포고령 문안이 섬뜩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맞나? 두 눈 크게 뜨고 여러 번 보아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누가 작성했을까? 궁금하다


TV를 보니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시민들이 집결하기 시작한다. 국회의원들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국회 상공에 헬기가 뜨고 무장한 특수부대 계엄군들이 국회진입을 시도한다.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진입을 저지하는 국회보좌진, 당직자들 간 일촉즉발 대치상황이 1시간 이상 계속된다. 국회정문은 경찰이 국회출입을 통제한다. 국회의원이 국회를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국회정문이 아닌 담장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는 초유의 상황이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된다.


잠시 후 계엄군들이 국회 창문을 부수고 본회의장을 향해 단체로 달리며 진입한다. 당직자들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계엄군들의 본회의장 진입을 적극적으로 저지한다. TV를 시청하는데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이게 영화인가? 현실인가?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이거 나라 망하는 거 아닌가? 6개월 전 극장에서 감명 깊게 본 "서울의 봄" 영화를 대한민국 국회 앞에서 생방송으로 볼 줄 어느 누가 예상이나 하였을까?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3시간 정도 지난 시점인 12월 4일 새벽 1시 즈음하여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상정한다. 헌법 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가기관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재석위원 190명 찬성으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효력이 상실되는 순간이다. 아쉬운 점은 집권여당 '국민의 힘'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에 찬성한 의원은 총 108명 중 17명뿐이라는 점이다. 국가의 안위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집권여당 국회의원 상당수는 국회가 아닌 당사에 모여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게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2시간 40분 만에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으로 계엄의 효력이 상실되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 출근해야 돼서 잠을 자야 하는데 뉴스가 끝이 나지 않는다. 12월 4일 새벽 4시 27분 윤석열대통령이 또다시 TV에 등장한다.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결의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의결 후 대통령이 계엄해제를 공식적으로 발표한다.12월 3일 10시 23분 대한민국에 발령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인 12월 4일 04시 30분 공식적으로 해제되었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을 깊은 혼돈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속보는 대한민국의 국정운영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대한민국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총수 2명이 구속되고,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과의 전쟁을 지휘해야 할 특수부대 사령관들은 계엄군이라는 오명을 쓰고 직무정지 상태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 국방을 책임지는 국방부장관은 12.3. 계엄사건의 총괄지휘책임자로 수감 중이다. 국방 지휘체계 부재에 따른 국가의 안보공백은 명약관화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12월 14일 오후 5시 윤석열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재석의원 204명의 탄핵찬성으로 가결됨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심각한 안보상황, 반도체 기술패권  경제위기상황에서 대통령 직무정지는 대한민국의 불확실성을 국제사회에 표출함으로 대외적 국가신인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환율, 유가는 급속하게 상승하며 경제성장 핵심동력인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헌법재판소 판결 전까지는 국무총리 권한대행체제가 유지되겠지만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더욱 심화된 보수와 진보진영의 이념적 대립, 계엄사태에 따른 군사작전 지휘체계 혼란 등 안보공백, 대외적 국가신인도 저하애 따른 경제적 위기 등은 2024년 이후 대한민국이 정면으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리스크임이 분명하다.


이제는 그동안 압도적인 의석수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남발한 야당도 이제는 정치적 공세를 지양해야 한다. 현재의 대한민국 위기상황을 직시하며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여당과 협치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내정치의 불확실성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상생의 정치로 현재의 국가 위기상황을 신속히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계를 40년 이상 거꾸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위기상황 속에서도 2시간 만에 국회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을 결의하여 불법적 비상계엄 효력을 즉시 정지하고, 국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 지휘관의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군인들, 헌법적 절차를 준수하여 대통령의 턴핵소추안 가결 등 대한민국은 작금의 위기상황을 지혜롭게 헤쳐나가고 있다.


현재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하다. 계엄과 탄핵. 2024년 정치적 혼란으로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서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회피할 수는 없다. 정면으로 부딪히고 극복해야 한다. 1970년대 산업화, 1980년대 민주화, 2000년대 정보화, 2010년 이후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대한민국은 현재의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들 잠재력이 충분하다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은 대한민국이 공멸하는 길이다. 현재의 고통과 아픔이 성숙함으로 치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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