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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치주의 시스템이 위험하다

계엄선포 절차,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 헌법재판관 임명, 영장주의 등

by 김진욱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 이후 2024년 12월 3일을 기점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1960년 4.19 혁명, 1961년 5.16 군사정변, 1972년 10월 유신헌법,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항쟁, 1987년 6월 6.10 항쟁. 대한민국 헌정사를 변화시킨 격변의 사건들이다


1987년은 대학생활을 시작한 때라 6.10. 민주항쟁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졌고 대학생인 나도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고민하고 서슬 퍼런 군사독재에 분노감을 표출하던 시기였다. 이후 김영상 대통령 문민정부, 김대중 대통령 국민의 정부,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가 출범하였고,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정착되며 활짝 꽃 피우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이 2024년 12월 3일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퇴근 후 집에서 TV를 보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던 중 윤석열 대통령이 밤늦은 시간 10시 30분 TV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발표하였다. 그 순간의 황당함과 공포감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한다. 헌법 제77조에 "비상계엄이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을 때"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시 상황은 위 요건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타당하고 적법한 절차를 준수했나?

대통령이 비상계엄 공포의 사유로 주장하는 "반국가세력의 패악질 등"은 야당의 계속되는 국무위원 탄핵 및 예산안 삭감 등 무차별적인 정치적 공격으로 국정안정을 저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야당의 정치적 공세는 국회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적 기능이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버티기 어렵다고 대통령이 헌법 77조에서 규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헌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삼척동자 입장에서도 과도한 통치권 행사가 아닌가?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강변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통치행위도 국가의 비상상황과 여건,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2024년 12월3일 계엄군의 국회 무단 진입


2.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이 있나?


더욱이 대통령이 고도의 통치권인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이 규정한 계엄선포의 절차적 규정은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국민의 자유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무회의 심의절차와 계엄포고령에 대한 참여 국무위원의 연서가 없는 것을 보더라도 12.3. 비상계엄선포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명백하게 판단해야 할 쟁점이다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으며 대통령의 권한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헌법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총 9명이나 현재는 6명뿐이다. 3명이 부족하다. 헌법이 규정한 헌법재판소 구성에 결함이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추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임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를 본회의에서 의결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임명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정지되어 헌법재판소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고 한덕수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추천한 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하였고 국회는 이를 이유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권한대행 직무가 정지되었다. 대통령과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되어 직무가 정지되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헌법재판소 심리 장면


3.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 적용기준은 대통령인가? 국무총리인가?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와 관련한 논쟁이다.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의결한 야당(더불어민주당)은 권한대행이 국무총리 신분이므로 헌법상 국무총리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논리이고, 여당(국민의 힘)은 대통령의 권한대행이므로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헌법학자와 헌법재판소는 국무총리는 임명직으로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지위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과 동일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해석기준을 제시하는데도 정치권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 논쟁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학 입시에 이 문제가 나온다면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결국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대행하는 권한대행의 대행체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최상목 경제부총리 역시 혼란한 정국을 바로잡을 키맨으로서 역할은 기대할 수 없다. 야당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 공포,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의 임명권을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 경제부총리가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성경 속 이스라엘 왕 솔로몬처럼 절묘한 선택을 한다.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법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여 여당 입장을 존중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은 여당과 야당이 추천한 2인을 임명하여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등 균형적 자세를 견지하려는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최상목 부총리의 현명한 선택은 국무회의에서 김문수 노동부장관 등 국무위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정치권에서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등 그의 처세는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외줄 타기 묘기처럼 위험하고 조마조마하다.

4. 대통령 경호처는 수사기관(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할수 있나?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은 지 사흘만인 1월 3일.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 중인 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였다. 내란죄 혐의를 받는 현직대통령 수사를 위해 대통령에게 3차례 출석요구를 하였으나 우편물 수취거부 등으로 부득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경찰의 협조를 받으면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였다. 대통령 관저에 진입한 공수처와 대통령을 경호하는 경호처의 대립으로 결국 체포영장 집행은 5시간만에 불발되었고 전 세계에 이 장면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었다.

특히, 대통령경호처는 수도방위사령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집행을 물리력으로 막아섰으며 대한민국 공수처와 경호처 직원 간에 몸싸움이 발생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공수처의 체포영장집행이 불법 무효라고 주장하고, 공수처는 법원의 영장발부에 의한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반박한다. 심각한 것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에 의한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경호처가 수방사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막아선 것은 영장주의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법치주의가 훼손된 모습이다


공수처의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배경에는 그간 수차례 출석요구 등을 거부한 대통령의 행위가 원인을 제공하였고, 더욱이 법원의 판사가 체포영장을 적법하게 발부한 이상 영장집행에 적극 협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호처 인력이 군사력을 동원하여 법집행을 막아서고, 수사대상자인 대통령이 관저 인근 지지자들에게 자필서명 편지를 살포하는 행위가 법률가인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행위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부분이다.


5.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법치주의자인가?


검사시절 박근혜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대상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다"라는 명언으로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며 대통령까지 된 분이 아니던가? 검사시절 윤석열과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다른 사람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무력으로 진입한 특수부대, 사령관 등 군 수뇌부의 구속, 계속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탄핵소추 의결에 따른 국정공백, 헌법재판관 부족에 따른 헌법질서 유지기능 미흡, 수사기관의 정당한 출석요구 거부, 법원이 발부한 영장주의 무력화, 공수처와 경호처 등 국가기관의 충돌... 지금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규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지배되는 법치주의 시스템은 허울좋은 이름으로 추락한지 오래이다. 통치권자와 정치인이 당리당략과 권력유지 수단으로 오용하고 있을 뿐 법치주의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찾아볼수 없다.


6. 풍전등화, 백척간두 위기의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주권자인 국민이 바로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국민들이 독재정권과 피 흘리며 싸우고 쟁취한 소중한 민주주의 시스템과 법치주의가 송두리째 위협받고 있다. 극심한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불확실성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발목 잡고 있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잃어 순간적으로 궤도를 이탈한 기차를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닥쳐올 국가적 고통은 우리 후세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몫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 1950년 6.25 전쟁 이후 전 세계를 감동시킨 경제 재건 프로그램 "한강의 기적", 전 국민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 극복,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 준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보여줄 때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조속히 회복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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