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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주년 3.1절. 분열된 대한민국

대통령 탄핵찬성(광화문, 여의도) VS 탄핵반대(경봉궁, 안국)

by 김진욱

오늘은 제106주년 3.1절이다. 1919년 3월 1일 일제 제국주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대한민국이 자주독립국가임을 명시한 독립선언서를 민족대표 33인이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이다.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더불어 정부가 지정한 5대 국경일 중 하루이다. 3.1 운동은 독립선언문이 발표된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 탑골공원, 유관순 누나가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던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시작하여 4월 30일까지 60일 동안 전국적으로 1,214회의 만세운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1919년 3월 1일 대한민국 방방곡곡, 만주, 연해주 등 해외 독립운동으로 전 세계에 뜨겁게 확산된 3.1 운동의 숭고한 정신은 106년이 지난 2025년 3월 1일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온전히 계승되고 있는지? 깊은 상념에 빠진다.


리모컨을 들고 TV를 켠다. 공중파 모든 방송이 3.1절 기념식을 생중계한다. 그런데 매년 3.1절 기념식과 다른 장면이 눈에 띈다. 3.1절 기념사를 해야 할 윤석열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 3.1절, 광복절 기념사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 한일관계, 대북관계 등 외교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연설이므로 국내외 모든 언론이 초미의 관심을 갖는 국가적 행사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대통령은 2024년 12,3.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및 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 피의자로 서울구치소에 구금 중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회의 탄핵소추로 권한이 정지된 상태이다. 대신 최상목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장관)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2025년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아닌 경제부처 장관이 3.1절 기념사를 하는 모습이 낯설다. 정부행사에서 이 같은 상황을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3.1절 기념식을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려 뉴스를 시청한다. 3.1절을 맞아 대통령 탄핵찬성과 탄핵반대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온다. 전광훈 목사, 손현보 목사 등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보수주의 세력 탄핵반대 집회는 광화문과 여의도, 탄핵을 찬성하는 진보주의 세력은 경복궁과 안국역에서 세력을 집결하며 삼국지 적벽대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1919년 3월 1일 조선이 자주독립국임과 자유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선포한 3.1 운동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관순 누나의 아우내장터 외침,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헌신과 희생은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 해방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 시절 민족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의 대립과 갈등은 남과 북이 하나된 통일국가 건설에 실패하였다. UN이 감시하는 남한만의 총선거로 한반도 남쪽은 1948년 8월 15일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하는 자유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수립되었고, 1949년 9월 한반도 북쪽에서는 사회주의 세력이 집권하며 김일성을 최고통치권자로 하는 공산주의 국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세워졌다. 이후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6.25 전쟁이 발발하며 남과 북은 이념과 체제, 38도선을 경계로 영토적으로 분단된 상황이 고착화되었으며 2025년 현재까지 남한과 북한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핵전쟁의 공포와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였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한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정치적으로는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19 혁명, 1961년 5.16 군사쿠데타, 1972년 유신헌법, 1979년 12.12사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10. 민주항쟁까지 군사독재에 저항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섰다.


경제적으로는 1962년부터 1996년까지 총 7차에 걸쳐 시행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전국적인 새마을 운동은 대한민국을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하며 전 세계 개발도상국가가 밴치마킹하는 성공모델이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삼성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기술의 급성장, IT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IT 국가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하였고 AI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였다. 또한, K-Pop 등 K-Culture, 코로나를 효과적으로 차단한 K-방역까지 대한민국은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다방면에서 칭찬받는 모범국가였다.


그러나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전 국민이 피땀 흘려 어렵게 쌓아 올린 정치, 경제, 문화, 외교 등 공든 탑이 찰나의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2024년 12월 3일. 저녁 10시 23분 대통령이 TV화면으로 대한민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나는 최소한 한국의 정치경제시스템을 불신하거나 우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상계엄 상황을 TV로 실시간으로 보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탄핵되며, 대한민국의 안보와 치안을 책임지는 군사령관, 경찰청장이 내란죄로 수사를 받으며, 심지어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되는 상황을 직접 보고 있으려니 대한민국의 존재와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우리 사회가 소중하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EIU)이 발표한 2024년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167개국 중 32위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으나 2024년에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다. 주요 원인으로는 비상계엄 선포와 그로 인한 정치적 교착상태를 지목하고 있다.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결여한 비상계엄은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대한민국이 공들여 쌓아 올린 민주주의는 30년 이상의 시간을 후퇴시킴이 분명하다.


경제적으로는 AI 등 4차 산업혁명이 세계를 지배하는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에서 낙오됨으로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장벽, 보호무역주의 강화, 반도체 기술전쟁 등 국제 경제질서는 자국 이익과 국가적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글로벌 기술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반도체 강국의 위상이 무너지고 그 자리는 미국, 대만, 중국, 일본으로 재편되고 있다. 천문학적 보조금과 정책지원등으로 반도체시장의 패권을 잡으려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등 미비한 이유로 반도체특별법조차 적시에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어리석음이 비교된다.


사회적으로는 보수와 진보라는 해묵은 정치이념으로 사회가 두 동강이 났다. 대한민국 정치의 화두는 민생이 아니라 해묵은 이념전쟁으로 돌입한 지 오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의료, 노동, 연금, 교육 등 4대 개혁을 중점추진하였으나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은 "반국가세력 패악질" 등으로 적대시하며 비상계엄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육사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지정 등 일본과 민감한 외교문제는 유화적으로 접근하지만 중국과 북한은 배격하는 등 반공주의적 행태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매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 도심지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주의 세력과 탄핵을 찬성하는 진보주의 세력이 격렬하게 대립한다. 개신교를 중심으로 탄핵을 반대하는 일부 극우세력은 서울 서부지방법원을 폭동으로 난입하여 국가기관인 법원의 기물을 파괴하고 판사를 협박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행위까지 자행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폭력행위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라고 역설한다. 1945년 해방 이후 민족주의계열과 사회주의 계열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분열하여 사회혼란을 가중하던 당시의 상황과 2025년 서울의 도심상황이 유사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끝없이 추락하는 대한민국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분열하고 추락하는 대한민국을 국민이 통합하고 바로 세워야 한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임할 일이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우리의 주권을 온전히 대리할 만큼 영리하지도 용감하지도 않다. 정치인, 경제인, 예술인, 종교지도자를 비롯해 국민 모두가 1919년 3월 1일 탑골공원에서 아우내장터에서, 만주에서, 연해주에서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 만세"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3.1절 선열들의 외침과 희생으로 우리가 온전히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광화문에서, 여의도에서, 경복궁에서, 안국역에서 탄핵을 찬성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소아적 정치논리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가를 위하여 사회를 위하여 우리 미래세대를 위하여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이다. 2025년 3월 1일 보수와 진보로 분열되고 갈기갈기 찢긴 대한민국이 1919년 기미년 3월 1일 전 세계에 선포된 독립선언문 정신을 계승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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