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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비디오

엄마의 비디오는 정지버튼이 없다

'엄마냄새'

             박재하

매일매일 옷을 갈아입고

새 옷을 바꿔 입어도

집에 있으나 외출할 때나 

사라지지 않는 냄새,  엄마냄새


한참의 세월이 지난 지금여전히

남아있는 냄새, 엄마냄새


엄마와 관련된 물건이건 아니건

아기 때부터 나던 냄새는 지금도

나의 코를 자극하고 있다


함께 있을 때나 함께 없는 이 순간에 

동일하게 나의  주변에서 맴돈다

나는 이 냄새가 너무 좋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다 아니 이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겠지..


좋다는 표현 외에 다른 표현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단어로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이 냄새, 엄마냄새

그런데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리워서 너무 그리워서  착각이나 환상 때문에 나는 냄새가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이 냄새는 나의 코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엄마냄새가.. ~


'도도했던 소녀가'

                         박재하


시골의 들판을 뛰어다니는

망아지 같은 모습이기도 하고

가을 들녘에 줄지어 선

코스모스이기도 하고

담장너머 늘어진 나무의 뻗어진

여린 가지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 소녀의

어린 시절은 시작되었다

부러울 것 없는 화려한 장미꽃은 아니어도

소박한 집의 마당이 넓은 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도도한 소녀가

깐깐한 남자를 만나고

들판에서 망아지처럼 뛰어놀다가  

집에서 본 한 청년의 사진 속의

한 장의 인연으로 소녀에서

육 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아마도 엄마는 그 사진 속의 청년이

자신과 결혼할 사람인줄은  생각 못한 채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끈에

이끌리듯 소녀에서 숙녀라는 과정을

지나쳐 버린 채 이른 엄마가 되었다


이것은 절벽 위에서 흐르는 폭포수가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채

폭포아래 물밑 속으로 스며드는 것과 같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물밑 속으로

그렇게 엄마인생은 흘러내려갔다


18세 도도한 소녀는 꿈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지만 운명의 흐름 속에

어쩔 수 없이 깐깐한 청년을 만나

필수 없는 꿈의 몽우리만 담아두고 남긴 채

소녀에서 육 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도도했던 모습 사라지고

여린 가지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채...


'엄마의 고등어찌개'

                            박재하

 삼등분한 고등어

층층이 이층 삼층 쌓아놓고

고등어 사이사이에 양념장

파 마늘 고추장 고추가루

그리고 김치, 두부썰어 올리고

양념국물 부으면 보글보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울엄마 고등어찌개


'봉숭아물'

            박재하

담벼락옆 봉숭아잎 한움큼 따다

백반가루 넣고 찧어

내 새끼손가락에 찧인 봉숭아잎

올려놓고 헝겊쪼가리 가위로 오려

봉숭아 싸매어 실로 묶어주시고

"아침까지 풀지마" 하시며

내 두 팔을 이불밖으로 내어놓으신

엄마의 손, 엄마의 얼굴


그렇게 엄마는 내 새끼손가락에

봉숭아물 물들어주셨다.


'엄마의 마지막 모습'

                          박재하

​생전에 모습과는 다르게

다른 모습으로 다른 곳에

누워계셨던 엄마


​어쩌다 생전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누워

계셔야만 했을까?


마지막 남은 사진 한장의

모습과 다른 모습에

앙상한 엄마의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병원의 영안실에서 ..


“꿈”

     박재하

꿈을 접지 않았다면

소설가가 되었을 것이고

발로 뛰는 기자가 되었을 것이고,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내 상상이 맞다면

세 가지 것중의 하나의 모습으로

살아갔으리라


​그랬더라면

마음의 병도 없었을 것이고

꿈을 이루어 자유의 날개를

펼쳤을겁니다


 내 꿈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꿈입니다

내 엄마의 꿈입니다

 

난 어쩌면 그런

엄마의 접힌 꿈을 보면서

외로움을 품고 감성의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분명 그랬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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