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비 오는 날, 숙혜는 고모가 선물해 준 새 인형을 안고 신나는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소중한 인형을 만지작거리며,그녀는 그날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숙모의 아들인 교빈이가 나타나 인형을 빼앗아갔다.
“그거 내 것인데!” 숙혜는 놀라움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교빈은 웃으면서 인형을 쥐고 도망갔다. 그의 밝은 웃음이 숙혜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처음으로 받은 소중한 선물이었기에 숙혜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거 돌려줘!” 숙혜는 교빈을 쫓아갔고, 교빈은 더욱 신나게 뛰어갔다. 결국, 교빈은 울며 숙모에게 달려가며 “숙혜가 괴롭혔어요!”라고 외쳤다.
잠시 후, 숙모가 화가 난 얼굴로 숙혜의 방으로 찾아왔다. 숙혜는 엉엉 울며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숙모는 말없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 숙혜는 충격에 휩싸인 채로 서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녀는 더욱 억울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아이 교육을 시키냐고! 이렇게 키워서야 되겠냐!” 숙모는 숙혜의 할머니에게 따졌다. 그 말이 할머니의 귀에 들어가자, 숙혜는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신 때문에 할머니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미안해…” 숙혜의 속마음은 절망적으로 흐려져갔다. 그 순간, 세상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만약 내가 사라지면 모두가 더 행복할까? 이런 생각이 들며, 숙혜는 두려움과 슬픔의 감정이 강해졌다.
결국, 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칼을 찾았다. 손목을 베는 그 순간, 많은 것들이 정리될 것 같은 생각이 스쳤다. 이렇게 아프고 힘든 마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겠지…
그러나 가벼운 아픔과 함께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숙혜는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할머니를 얼마나 아프게 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서는 억누를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용기가 없었던 숙혜는 그저 이 순간이 지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