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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앨리스 Nov 20. 2024

괴물

나의 그림자

1985년 9월

숙혜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다. 이웃집 아이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모습을 기억하자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들이 솟구쳤다. “괴물!”이라는 그 외침이 여전히 귀에 맴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항상 같은 질문을 마음속으로 떠올렸다. '왜 내가 이렇게 태어났을까?' 외할머니 쪽에서 유전된 붉은 머리카락과 연한 갈색 눈동자는 그녀에게 애초부터 낙인을 찍은 듯하다. 시골에서는 조그마한 것에도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법. 그곳에서 그녀는 자주 편안한 날들이 아닌 고통의 연속을 겪었다.

“괴물이니까 네 부모가 너를 버린 거야.”

그 아이들은 종종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돌멩이가 날아오고, 아파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숙혜는 머릿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싶었다. 그때부터 자신의 머리색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그녀에게는 재앙이 된 것이었다. 가끔에는 부모가 정말로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는 탓에, 그녀는 결국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다. 그 머리를 감추며 그렇게 스스로를 들여다보지 않으려 애썼다.

대학에 입학하자 그녀의 인생은 조금 달라졌다. 처음 만난 친구들은 아낌없이 칭찬했다. “너의 머리색, 정말 예쁘다!” “그런 색깔은 나도 해보고 싶어!”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비웃음과 고통의 대상이었던 그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일뿐인데, 지금은 그 머리색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그들이 자신이 편안해야 할 이유를 가르쳐주었다.

“숙혜, 당신의 개성은 소중해. 남들이 뭐라고 하든 당신은 당신이에요.”

그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었고, 그녀는 그 순간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다른 사람도 그녀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을 싫어하며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보다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숙혜는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제, 사람들 앞에서 머리를 한 번 더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과거의 상처를 잊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괴물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한 사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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