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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앨리스 Nov 12. 2024

불면증

악몽의 시작

“딸아, 미안해. 내가 더 이상 못 버텨서 떠나야 한다.”

숙혜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눈을 뜨고, 차가운 공기가 방 안을 감돌며 등줄기를 식은땀으로 적셨다. 그녀는 꿈속에서 다시 한번 어머니의 그 마지막 말을 들었다. 매번 같은 악몽이 그녀를 괴롭혔고, 꿈속에서 느끼는 그 무거운 감정은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숙혜는 불면증이라는 짙은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잠들기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눈을 감는 순간들이 더 이상 그녀를 안전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잠이 오면 불안이 엄습하고, 그 불안은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불완전한 꿈들의 연속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시 엄마의 목소리였다.

사실, 숙혜는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은 온몸의 상처뿐이었다. 엄마가 심한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시절, 우울할 때마다 숙혜를 떼어놓곤 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버림받는 것과는 다르다. 엄마조차 자기를 버린 것 같은 상처는 숙혜에게 자신감이 없는 이유였다.

30살이 된 지금도 그녀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사라진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그 상처는 더욱 깊어진다. 시간이 아무리 흐른 들, 잊혀지 않는 고통은 마치 숙혜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했다. 방안은 깊은 정적에 잠겼고,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귀 안에서 메아리쳤다.

그녀는 악몽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듯 방을 헤매었지만, 결국 다시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점점 익숙해진 자리에 편안함을 느끼는 대신, 불안함과 함께 찾아온 슬픔이 가슴을 짓누른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녀는 반복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하지만 그 질문의 답은 언제나 침묵 속에 갇혀 있었다.

숙혜는 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극복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 있는 빈 노트북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숙혜는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고, 마음속 깊이 감춘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

“어머니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마음을 파고든다.” 그녀는 첫 문장을 적으며 마음속의 상처를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그녀는 불안과 고통을 털어내고, 궁극적인 치유를 향해 나아가야 했다. 숙혜는 더 이상 자신을 감추지 않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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