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까지 그들의 눈치를 받으며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
눈치 없이 일을 하는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 예전에 건설회사에 일할 때는 오히려 눈치 주는 것보다 혼내더라도 잘할 때와 일할 때는 서로 의샤의샤 하며 일을 해서 그때를 참 그리워하게 되네. 벌써 20년이나 되었는데 말이야.
일이라는 게 한 사람에게만 몰아서 주지 않는다. 그리고 함부로 상대방 자존심을 무너뜨리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릇된 점과 아닐 때 구분이 확실했다.
여기 오기 전에도 잠깐 일한 곳도 건설 쪽이지만 사람은 다 좋았지만 사장이 십 원짜리 욕을 너무 남발해서 그만뒀다. 사무직 일은 내가 척척 잘 해낸 건 인정한다. 모르면 알 때까지 물어봤으니까
그런데 약국은 5년이나 되었는데 내가 배운 게 없다. 나는 기계도 다룰 줄 모른다. 가르쳐주지 않고 그냥 약 나오면 몇 줄 뜯는 게 다다. 또 처방전 찍고 전달에 약이 똑같은지 바뀌었는지 그것만 확인하고 알고 있다. 그 이상은 가르쳐주지 않아서 혼자 몰래 알아낸 거 처음 오신 분 입력하는 거 알아내서 등록을 했다.
그리고 처방전 잘못 온 거 삭제하는 것도 검색해서 알아내서 터득했다.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내가 자리에 욕심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같이 일하는 분이 여행 갔을 때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니 못하면 시누한테 엄청 혼나기에 알고 싶었던 건데 이렇게 일하는 게 가끔은 참 더럽다고 생각한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도대체 정말 중요한 일인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가끔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부터 약품정리, 약 반티 자르기, 유통기한 확인하기, 반품 정리하기 등 지금까지 두 사람은 내가 오기 전까지는 대충 놔둔걸 내가 들어왔을 때 알고 있었고, 반품하기 전 목록 정리를 안 해뒀길래 그걸 내가 알아서 한다고 몇 번이나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했었다. 인수인계 같은 건 받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면서 터득한 것이다.
이 일 덕분에 허리 염증 생겨서 주사치료 8번이나 했는데 다시 해야 한다. 힘든 것보다 무거운 걸 많이 들기에 허리가 많이 아프다. 나이가 3년 뒤면 50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그전에 허리도 보수공사 미리 해놔야 노후에 좋겠지.
일도 일이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나를 하찮게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막 대하는 것이 말투에서 바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일을 해본 나로서는 말투와 눈빛에서 느껴진다. 그건 어릴 때부터 눈치를 보고 살아왔던 나한테는 쉽게 읽힌다. 그래서 나도 선을 그어버리는데 시누는 그걸 싫어해서 약국 들어가면 바로 가면 얼굴로 바꿔놓는다.
내가 읽은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굼벵이가 담벼락을 뚫는다." 이 말 뜻은 보기에는 매우 굼뜨거나 느린 것 같지만 꾸준히 계속하여 큰일을 한다는 뜻이 된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듯이 그 사람에게도 재주가 있는 걸 알면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특히 눈치 주는 것과 공격적인 말투와 눈빛 그걸 매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움츠릴 수밖에 없게 되며, 우울증이 낫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