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초라한 생일

by 이계절

생일이다. 이렇게 별것 아닌 생일이 또 언제였나.

그는 기념일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각자의 생일도 챙기지 말자고 했었다. 가족끼리도 생일을 챙기지 않으니 익숙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나는 첫사랑과 하고 싶었던 게 너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입으로는 알겠다고 하면서 마음은 울적했다. 이미 그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한가득이었으니까.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나 혼자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내가 그를 위해 준비한 첫 선물은 외투였다. 늦가을인 그의 생일에 입기에는 더운 옷이지만 곧 다가올 겨울을 따뜻하게 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심 내 방식이 불편하면 어쩌지, 걱정했지만 곧 그는 선물에 익숙해졌다. 나 모르게 내 선물을 준비할 정도로.

작년 내 생일, 그는 목걸이를 선물했다. 하트 모양 은목걸이에 각인되어있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Blind For Love. 사랑에 눈이 멀었으면 좋겠다며 목걸이를 채워주던 그. 평생 내가 자기만 바라봤으면 좋겠다던 그. 일주일 중 나와 만나는 하루만 행복하고, 나머지 6일은 불행하다던 그.


목걸이는 아직 서랍에 얌전히 들어있다. 버리긴 싫고, 목에 걸기도 싫다. 중고 사이트에 팔아버릴까, 고민도 했지만 아무래도 싫다. 그래서 그냥 보관 중이다. 아직 팔지 못한 커플링 옆에서.


원래 생일에 무엇을 했더라. 그가 없었을 적엔 도대체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생일이 그리 중요한가, 라고 할 수 있지만 내겐 중요했다. 일 년 중 가장 사랑받는 날이었으니까.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애인이든.


내게 생일은 쉼표 같은 거다. 치열하게 주어진 삶을 살다가 잠시 쉴 수 있는 날. 날 낳은 엄마는 나를 버렸지만 주위 사람들이 대신 나를 축하해 주는 날. 태어나줘서 고마워,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


그렇기 때문에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그가 축하해 주던 생일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한없이 애정을 쏟아부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날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입 밖으로 내뱉는 사랑을 믿게 해준 그 목소리.


하루를 바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그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종일 돌아다니며 몸을 피곤하게 만들 거다. 딱히 정해놓은 목적지는 없다. 그냥, 그와 함께하지 않았던 곳이면 된다. 그를 피하러 간 곳에 그가 남긴 추억이 있으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피곤해진 몸으로 집에 오면 아무 생각 말고 곧장 잠들어야겠다.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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